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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Oct 07. 2020

퀀트 투자 X 위험 프리미엄 이론


# 위험 프리미엄은 어디에서 오는가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이란 보통 위험 자산의 기대 수익률과 무위험 자산의 수익률 간의 차이를 의미한다. 즉, 일반적으로 위험 프리미엄은 어떤 투자의 손실 위험을 감당하는 것에 대한 보상의 기대치라고 할 수 있다. 이성적인 투자자의 관점에서 볼 때 양의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한다는 것은 그 투자자가 위험 회피 성향을 갖는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위험 회피 성향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효용 함수의 볼록성으로 특징지어진다.


고전적인 금융경제 이론은 기본적으로 투자자의 합리성과 시장 효율성을 가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논리는 위험 프리미엄이라는 것이 거시경제적 및 유동성 측면의 위험 팩터,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 그리고 안 좋은 시기에 그것들의 공분산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안 좋은 시기란 불안정한 경제 성장,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 자금 시장 및 유동성 경색 위기 상황, 변동성 폭등, 그리고 기타 다른 경제적 혹은 금융시장의 불안 상황을 의미한다.


반면 행동경제학을 기반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행태를 설명하고자 하는 쪽에서는 투자자들의 합리성, 시장의 효율성보다는 앵커링 효과, 집단 심리, 과신 편향, 과잉 반응, 프레이밍 이론 등과 같은 투자자들의 심리적 특징에 초점을 맞추어 시장에 존재하는 지속적인 비효율성의 존재를 규명하려 하고 이것이 시장의 위험 프리미엄의 원천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확연히 전통적인 금융경제 이론과는 차이를 보인다.


사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에 대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장 참여자들은 어느 때는 매우 이성적인 반면 또 다른 때에는 매우 비이성적인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이성적인 면과 비이성적인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이성적인지 또는 얼마나 비이성적인지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며, 이것은 앤드류 로 교수가 주장하는 적응적 시장 가설의 통합적 프레임워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결국 시장에 존재하는 위험 프리미엄이 항상 일정하지 않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이유는 시장 참여자들의 행태와 생각이 계속해서 시장의 상황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시장에 존재하는 이 두 가지 힘은 음과 양처럼 서로 함께 작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결국 리스크 팩터의 사이클을 만들어낸다.


# 위험회피 투자자는 양의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한다

왜 시장에 위험 프리미엄이 존재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각의 진영이 위험 프리미엄의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장 효율성을 옹호하는 고전적인 금융경제학자들은 효용 함수를 통해 보통의 투자자들을 묘사하여 위험 프리미엄의 존재를 설명한다. 경제학적 용어를 빌리자면, 효용 함수(Utility Function)란 어떤 주어진 양의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함으로써 개인이 느끼는 만족감을 계량화하는 함수이다. 개념적으로 이 함수는 화폐 단위로 측정되었던 개인의 부 혹은 소비를 그 사람의 '행복감(Happiness)'으로 수치화시켜 치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험 회피 성향을 가지고 있는 평균적인 투자자들의 효용 함수는 크게 두 가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더 많은 부가 더 많은 만족감을 가져다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가 계속해서 늘어날수록 추가적인 부의 증가에 따른 추가적인 만족감의 증가폭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효용 함수의 첫 번째 특징을 단조성(Monotonicity)이라 부르고, 두 번째 특징을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Decreasing Marginal Utility)라 부른다. 효용 함수의 이 두 가지 근본적인 특성 때문에 효용 함수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우상향 하지만 오목한 형태를 가진다.

이러한 효용 함수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에게 있어 위험 자산에 일회성 투자를 하는 것은 다음의 부등식을 따른다. 이 부등식을 단순하게 풀어 설명하자면, "투자자는 위험자산에 투자할 때 이성적으로 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대 효용을 요구한다."이다.

또한 이 효용 함수는 앞서 말한 대로 오목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유명한 젠센의 부등식에 의해 다음과 같은 수식 또한 만족한다.

결국 이 두 부등식을 합쳐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위험 회피 성향의 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효용 함수는 단조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투자자가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은 양의 값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는 보다 상황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일회성 투자를 가정하였으나, 이러한 결론은 여러 번의 투자를 가정하는 상황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된다.


# 위기 시 공분산에 의해 정의되는 위험 프리미엄

효용 함수 말고도 고전적 금융경제 이론은 자산가격결정 이론을 통해 위험 프리미엄을 설명하기도 한다.


자산가격결정 이론의 핵심 아이디어는 바로 '현재 시점에서 무위험차익거래 논리를 만족하는 공정가격은 미래 현금흐름의 조건부 기댓값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값이다.'인데, 이를 단순하게 방정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P는 자산의 공정 가격, X는 미래 현금흐름, m은 할인계수를 나타낸다.

여기서 m은 좀 더 구체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할인계수(SDF; Stochastic Discount Factor)를 의미하는데, 이 할인율은 직관적으로 안 좋은 시기를 측정하는 수단이 된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할인율이라는 것은 경제 불황이거나 시장에 쇼크가 왔을 때 높으며, 반대로 경제 상황이 양호할 때는 낮기 때문이다.


위의 수식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수식을 얻을 수가 있는데, 이 수식은 결국 어떤 투자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은 할인계수와의 공분산과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수식에 기반하여 우리는 결론적으로 왜 주식, 회사채, 원자재와 같은 위험 자산들이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미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들이 낮은 위험 프리미엄 혹은 음의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논리는 환 캐리 전략, 주식 변동성 매도와 같은 퀀트 투자 전략이 왜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가지는지 또한 정당화할 수가 있다.


# 위험 프리미엄과 테일 리스크 감내

다양한 퀀트 전략들의 위험 프리미엄에 대한 보다 일반적이고 직관적인 설명은 바로 이러한 전략들이 로또를 판매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은 안정적으로 전략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 프리미엄을 감수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돈을 버는 것이며, 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때 테일 이벤트가 실현될 확률은 낮다. 그런데 빈번하지 않기는 하지만 시장에 테일 이벤트, 즉 예측하지 못한 충격이 실제로 발생하면 이러한 전략들은 매우 심각한 손실을 경험한다. 따라서 이성적인 시장 참여자들은 FX 캐리나 원자재 모멘텀과 같은 퀀트 전략을 사용함에 있어 이러한 테일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가로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고, 이것이 시장에 위험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또 다른 근거가 된다.



# 비이성적 행태

비록 합리적 투자자라는 가정이 상아탑에 있는 학자들에게는 이론적으로 매우 끌리는 주장이지만, 금융시장의 실증적 증거들은 시장 참여자들이 전혀 합리적인 존재들이 아니며, 이들은 합리성을 상실한 채 꽤 체계적으로 인지적 실수를 발생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행동재무학은 이러한 시장 참여자들의 인지적 한계와 실수에 초점을 맞추어 시장에 존재하는 위험 프리미엄을 설명하고자 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발생은 투자자들이 꽤 오랜 시간 동안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강화해 준 계기가 되었다.


행동재무학 이론은 시장의 가격이 비이성적 투자자들의 변화하는 수급 또한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즉, 위험 프리미엄은 고정적이지 않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변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이러한 이유는 바로 금융 시장의 이성적 모습과 비이성적 모습이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야성적 충동」「비이성적 과열」「새로운 금융시대」의 저자이자, 201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는 "효율적 시장 가설이야말로 경제학 역사상 가장 말도 안 되는 오류들 중 하나이며, 이것은 오직 반쪽짜리 진실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시장에는 비이성성이 만연하며, 이러한 시장 비효율성을 포착해 수익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퀀트 전략들은 시장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자산들에서 관찰되는 장단기 평균 회귀 현상과 중기 모멘텀 현상은 투자자들의 초기 과소 반응과 이후 이어지는 과잉 반응, 그리고 최종적 현실 인식 과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퀀트 전략들은 시장에 존재하는 이러한 투자자들의 행태적 사이클을 포착하여 수익을 창출하고자 설계된다.


# 모든 리스크가 항상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리스크 팩터에 기반한 투자 방식은 결국 시장에 존재하는 위험 프리미엄의 원천을 발견하고 위험을 감내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해당 위험 프리미엄을 향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모든 활동들이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양의 위험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혀진 퀀트 전략들 또한 몇 년에 걸쳐 자본 감소를 경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마법 공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헤지 펀드 매니저 조엘 그린블라트의 전략 또한 2008년 서브프라임 당시 꽤 심각한 손실을 경험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마법 공식이 쓸모없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결론적으로 성공적인 위험 프리미엄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그 전략의 배경에 합리적이고 건강한 경제적 논리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투자자는 해당 전략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단기적인 손실을 감내하면서 장기적인 퀀트 전략을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많은 퀀트 펀드들이 장사를 접게 되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해당 전략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더 이상 그 전략을 신뢰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돈을 인출해가기 때문이다.


또한 합리적인 경제적 논리의 토대를 형성하는 것 이외에도 위험 프리미엄 전략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의 가변성 그리고 다양한 시장 국면에서 위험 프리미엄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한 동적인 리스크 모델 혹은 타이밍 모델을 사용함으로써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자본 감소를 피하고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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