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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Oct 10. 2020

팩터 포트폴리오와 리스크 모델

# 포트폴리오 위험 관리의 역사

현재의 금융시장은 10년, 20년 전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고 또 그만큼 더 어려워졌다. 글로벌화에 의한 전 세계 시장의 통합, 지역별 경제 상황의 변화, 액티브 펀드의 성장, 파생상품과 레버리지의 광범위한 사용, 그리고 각종 규제의 도입 등은 금융시장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시장 리스크의 속성 자체도 변화시켰고,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자신들이 사용하는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개선해와야 했다.


포트폴리오 위험 관리 기법의 역사는 사실 금융위기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형태의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기존에 작동하던 포트폴리오 운용 방식이나 위험 관리 방식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이에 따라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법들을 또다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87년 블랙 먼데이가 발생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해리 마코위츠에 의해 체계화된 아주 고전적인 방식의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MPT; Modern Portfolio Theory)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블랙 먼데이가 터지자 사람들은 수익률의 정규 분포를 가정하고 있는 MPT의 문제점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1998년의 동아시아 금융 위기, 2002년의 닷컴 버블을 겪으면서 그들은 이전까지는 인식하고 있지 못했던 레버리지와 변동성, 그리고 테일 리스크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역사적 이벤트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엄격한 위험 관리 기법을 도입하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었으며, 옵션에 기반한 포트폴리오 방어의 사용 또한 증가시켰다. 더불어 투자자들은 평균-분산 최적화(MVO; Mean-Variance Optimization)와 같은 수익률 기반의 자산 배분 모델보다 동등 리스크 기여 방식과 같은 순수 리스크 기반 모델(Risk-driven Models)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 기반 모델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였고, 투자자들은 리스크에 대한 기존의 이해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어야 했다. 왜냐하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전례 없는 시장의 변동성과 자산 간 상관계수의 급격한 증가는 기존의 매우 정교한 리스크 기반 모델마저 실패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위험 관리의 프레임워크를 바꾸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투자자들은 점점 더 테일 리스크 헤징에 초점을 맞추었고, 또한 변동성과 상관계수의 국면을 이해하고 예측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결과로 리스크 패리티(Risk Parity)변동성 타겟팅(Volatility Targeting)저변동성 지수(Low Volatility Indices)와 같은 방법론들이 이 시기에 매우 인기를 끌었으며, 특히나 리스크 패리티에 기반한 포트폴리오는 기존의 고정 비중 포트폴리오보다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위도 잠시, 2013년에 주식-금리 간의 상관관계가 무너지고 채권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리스크 패리티 기법의 효과 또한 오래가지 못했다.



# 다양한 리스크 모델에 대한 이해

결국 이러한 포트폴리오 위험 관리 방법의 변천사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시장 상황이 변하고 또 시장에 새로운 종류의 자산들이 등장함에 따라 시장 리스크에 대한 속성은 끊임없이 바뀐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것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리스크 모델을 항상 도구 상자 속에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왜냐하면 각각의 모델은 그것들만의 고유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시장 국면인가에 따라 각각의 상황에서 잘 작동하는 모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위험 관리를 위한 최적의 접근법은 수익률과 공분산에 대한 예측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시장의 국면을 파악하고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테일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리스크 모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투자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어떤 모델이 현재로서 가장 적합한지를 알 수 있고, 이에 따라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 리스크 모델의 두 축 : 횡적 리스크 모델과 종적 리스크 모델

리스크 모델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자산 수익률 및 공분산에 대한 가정, 그리고 기타 제약 조건 하에서 달성 가능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리스크 모델은 크게 횡적 리스크 모델과 종적 리스크 모델로 나뉜다. 횡적 리스크 모델은 여러 가지 팩터들 간의 비중을 조절하는 모델이고, 이후 팩터 모델이 구성되면 투자자는 팩터 모델과 무위험 자산 간의 가중치를 다시 한번 배분하게 되는데 종적 리스크 모델이 이를 담당한다. 종적 리스크 모델을 거치게 되면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퀀트 팩터 포트폴리오를 가지게 된다.


정리하자면 팩터 포트폴리오의 구성과 위험 관리의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1) 팩터 디자인 및 선택

투자자는 전통적 혹은 대체 위험 프리미엄으로부터 수익을 얻기 위해 팩터들을 디자인한다. 과거 성과, 변동성, 분산 효과, 테일 리스크, 유동성, 자금 수용력 등을 바탕으로 유니버스 안에서 어떤 팩터를 선택할지 결정한다. 또한 팩터들은 서로가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2) 횡적 리스크 모델 (팩터 레벨에서의 가중치 할당)

팩터들 간의 가중치를 결정하는 단계이다. 기대 수익률, 변동성, 상관계수에 대한 뷰, 그리고 포트폴리오의 목표에 기반하여 리스크 모델이 선택된다. 또한 모델의 가중치는 주기적으로 리밸런싱 된다.


3) 종적 리스크 모델 (포트폴리오 레벨에서의 가중치 할당)

횡적 리스크 모델에 의한 팩터 모델이 완성되었으면 마지막으로 전체 포트폴리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종적 리스크 모델이 사용된다. 이것은 팩터 모델과 무위험 자산 간의 비중을 동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것이다.



# 리스크 모델과 팩터 포트폴리오의 완성

양의 위험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으면서 장기적으로 우상향 할 수 있는 팩터를 찾고 또 디자인하는 것은 리스크 팩터 기반의 퀀트 투자에서 매우 중요하다. 위험 프리미엄의 원천을 발견하는 일이야말로 알파를 찾아내는 가장 원초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즉, 팩터 포트폴리오의 시작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팩터를 설계하는 일이다.


하지만 팩터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것은 리스크 모델이다. 리스크 모델은 팩터 간의 변동성과 상관관계를 고려하여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을 관리하고 성과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각의 팩터가 서로의 역할을 가지고 있는 축구 선수들이라고 한다면 리스크 모델은 그 선수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하나의 팀으로 승리를 이끌어나가는 감독과도 같다. 축구가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게임인 것처럼 이 세상에 성배와도 같은 무적의 트레이딩 전략이나 팩터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리스크 모델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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