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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Mar 07. 2023

퀀트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동산 투자

# 퀀트 프레임워크 하에서의 부동산 투자

부동산 투자를 퀀트의 프레임워크에 놓고 보면 다음과 같이 분해해 볼 수 있다.


- 기초자산: 부동산

- 시장의 종류: 장외시장(OTC)

- 롱숏: 롱온리

- 가용팩터: 베타캐리

- 레버리지: 가능


생각보다 굉장히 심플하다. 특히 월세 수익을 얻을 목적이 아닌 단순히 아파트를 사서 시세차익을 얻을 생각이라면 부동산 투자는 한마디로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부동산 롱온리 베타"


이렇게 퀀트의 언어로 부동산 투자를 새롭게 리프레이밍하는 것에는 한 가지 장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가 부동산 투자를 하는 데 있어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쉽게 파악한 뒤 이후부터는 그 본질에만 화력을 집중하면 된다는 점이다.



# 부동산 시장에서의 시장 국면 분석

그런데 사실 롱온리 베타 상황과 같이 제약조건 하에 처해 있는 경우 쓸 수 있는 무기는 시장 국면 분석이 유일하다. 이는 주식으로 롱온리 팩터를 다루는 주식 퀀트에게도 마찬가지인데, 롱온리라는 제약조건이 씌워져 있으면 하락장에서 대부분의 팩터가 손실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베타보다 더 나은 초과수익을 노리는 인핸스드 베타(Enhanced Beta) 또한 그 안에는 결국 베타 익스포져가 내재되어 있다. 다시 말해, 스마트베타라고 해서 하락장에 손실을 안 본다는 말이 아니다. (허구한 날 벤치마크 대비 아웃퍼폼 같은 타령을 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도 자기 돈으로 천만 원, 억을 날리게 되면 벤치마크라는 소리가 절대로 입 밖에 나올 수 없다. 결국 벤치마크라는 단어를 꺼낼 수 있는 이유는 자기 손모가지가 걸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누가 벤치마크 소리를 내었어?


그렇기에 이러한 베타 위험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시장 국면 분석(Market Regime Analysis)이 필수적이다. 팩터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한 세 가지 기둥 중 마지막에 시장 국면 분석이 자리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또한 가용 팩터가 롱온리 베타에 국한되어 있기에 시장 국면 분석을 통해 언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또 언제 청산을 해서 평가손익을 실현 손익으로 치환시킬지 결정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주식 시장과 다르게 부동산 시장은 가격의 변화가 장기적인 시계열 상에서 천천히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며, 한 번 방향이 잡히면 그 추세가 몇 년에 걸쳐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사이클을 이해하는 것, 다시 말해 퀀트의 단어를 빌리자면 시장 국면 분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현철 소장의 『아파트 투자는 사이클이다』라는 책에서는 말만 다르다 뿐이지 그 또한 부동산 시장을 다분히 퀀트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현철 소장은 이러한 부동산 시장에서의 베타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상품'을 사는 게 아니라
'때'를 사는 것으로 인지하셔야 합니다.
(중략)
거듭 말씀드리자면 투자는 투자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때를 사는 것입니다.
- 아파트 투자는 사이클이다 中



# 결국 심리와 메타인지

물론 시장 국면 분석보다 훨씬 더 중요하면서도 부동산 투자에 있어 가장 크리티컬한 요인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심리다. 여기서 말하는 심리란 비단 시장 참여자들 대다수의 심리를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심리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아무리 기똥차게 시장 국면 분석을 해서 현재의 국면이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 아니면 횡보장인지 잘 파악했다고 해도 해당 국면에 맞는 올바른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는 사실 훨씬 더 고차원적인 문제이다.


특히나 자기 자신의 심리 훈련, 즉 멘탈 트레이닝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경우 아주 쉽게 군중심리에 휩쓸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군중은 대부분 틀린 의사결정을 내리며 더 심각한 것은 항상 국면의 막바지에서 이러한 군중심리가 최고조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거대한 군중심리를 뚫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로 말미암은 스스로에 대한 메타인지가 필수적이다. 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 경 또한 이러한 인간 본성과 투자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격언을 남겼다.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라며 낙관 속에서 성숙해 행복 속에서 죽는다. 최고로 비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수 시점이고 최고로 낙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도 시점이다. 최적의 매수 타이밍은 시장에 피가 낭자할 때다. 설령 그것이 당신의 피일지라도 말이다.
- 존 템플턴


게다가 부동산 시장이 때에 따라 유동성이 순식간에 메말라버리는 장외시장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국면의 막바지에 남들과 똑같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는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를 많이 해보았거나 채권 시장에서 회사채 같은 걸 거래해 본 경험이 있다면 아마 뼈저리게 알고 있을 것이다. 선물, 옵션과 같이 유동성이 풍부한 장내시장과 다르게 장외시장에서는 위기의 순간이 되면 모든 호가가 실종된다. 유동성이 순식간에 고갈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엄청난 평가 손실을 경험하면서 어금니 꽉 깨물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버티지 못하는 순간 내가 자산이라고 착각했던 부동산은 부채라는 쇠꼬챙이가 달린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내 등을 찍게 된다.


그렇기에 부동산 투자의 두 가지 키는 결국 시장 국면 분석과 심리라고 볼 수 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현재 글로벌 매크로 상황과 부동산 시장이 어떤 국면에 위치해 있는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동시에 강건한 심리 훈련을 통해 합리적인 분석 결과가 합리적인 투자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게끔 현실화시켜내야 한다. 피상적인 것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투자의 고전을 통해 투자의 본질을 스스로 체화시켜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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