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과 금융, 그리고 문제 해결
# 공학이란 무엇인가
카이스트 교수들이 모여 공동으로 집필한 '공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는 공학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공학은 '기술적 문제'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공학이란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이 그것의 존재 목적이자 이유인 것이다. 그 문제라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공학은 현재와 같이 기계공학, 화학공학, 신소재공학, 뇌공학 등의 다양한 세부 분야와 전공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금융공학이란 대체 무엇을 하는 공학일까? 그리고 왜 공학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일까?
위의 정의에 따르면 공학은 당연히 문제 해결을 위해 존재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금융공학이란 금융업에서 발생하는 금융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분야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예시를 통해 금융공학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 살펴보자.
# 금융공학 문제 해결의 예시 : 달러 자금 조달
어떤 국내 시중은행이 지금 당장 달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이 은행이 달러 자금 시장에 가서 1년 만기 달러 대출을 받는다고 한다면 해당 은행의 현재와 1년 후의 자금 입출금은 다음과 같은 그림이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내 시중은행의 여건이 좋지 못하거나 달러 자금 시장에서의 유동성이 좋지 못한 경우에 발생하며, 이럴 경우 이 은행은 달러를 직접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금융공학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은행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해결책은 바로 이루고자 하는 전체 현금흐름을 다른 방식으로 복제하는 것에 있다. 금융공학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합성(Synthetic)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금융공학은 어떤 방식으로 위의 현금흐름을 정확히 복제해낼 수 있을까? 해답은 바로 자금조달의 원천(Funding Source)을 바꿔보는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똑같은 결과물을 산출하는 대신 그 과정을 바꿈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달러 자금 시장으로의 접근이 제한된다면 원화 자금 시장과 외환 시장을 동시에 활용하여 같은 결과물을 취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다음과 같은 3 가지의 거래를 동시에 수행하여 복제 포트폴리오(Replicating Portfolio)를 만드는 것이다.
1) 원화 자금 시장에서 1년 만기로 원화 차입
2) 외환시장에서 현물(Spot) 거래로 원화 매도 + 달러 매수
3) 외환시장에서 1년 만기 선도(Forward) 거래로 원화 매수 + 달러 매도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위와 같이 은행은 기존과는 다른 방법을 통해 원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였다.
이처럼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또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을 구상해내어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 그것이 공학이라는 학문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또한 공학이 마침내 금융의 영역으로 넘어와 이전까지 쉽게 해결하지 못했던 복잡한 금융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면서 금융공학은 그 저변을 점점 확대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