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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치투자와 퀀트

행동경제학과 최신 편향의 덫

by 퀀트대디

# 가치투자의 종말인가?

파이낸셜 타임즈의 최근 기사.


최근 발생한 가치 투자에 대한 총체적 난국은 현재 금융권에서 활발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투자 전략은 현재 역사적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차트를 보자. 이것은 최근 200년 동안 가치투자의 역사적 손실폭을 보여주고 있다.

ft1.png 출처: Financial Times

확실히 올해 가치투자자들의 성적은 처참하다. 최근 이러한 기사가 나오는 것은 가치투자에 대한 이러한 의문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아니면 퀀트투자의 패배인가?

하지만 이러한 가치투자만이 올해의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유일한 희생자는 아니다. 왜냐하면 팩터 기반의 전략들이 대부분 올해 거의 똑같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컴퓨터 기반의 알고리즘 투자 전략, 즉 퀀트 투자 산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또 발전해 왔지만, 아래의 차트를 보면 알 수 있듯 올해의 경우 모멘텀 팩터를 제외한 다른 팩터들은 시장 벤치마크보다 훨씬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ft2.png 출처: Financial Times

실제로 대부분의 퀀트 펀드들이 올해 굉장히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미국 주식을 다루는 퀀트 펀드의 수익률은 고작 평균 3.3%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시장 벤치마크 지수의 수익률에 비하면 매우 형편없는 점수이다. 퀀트 전략 기반의 헤지펀드들은 심지어 8월 말 기준으로 평균 5.7%의 손실을 기록했다.

ft3.png 출처: Financial Times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퀀트들의 경우는 올해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퀀트 투자가 가지고 있는 대전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 더 이상 퀀트 전략이 먹히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퀀트들은 결국 과거 데이터를 사용하여 백테스팅을 하고 또 이러한 백테스팅 결과를 통해 미래 투자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집단이다. 그런데 만약 지금까지 존재해왔던 시장의 규칙들, 즉 국면이 바뀌어버려서 더 이상 그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면? 퀀트로서는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들이 고뇌하고 있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 최신 편향의 덫

이러한 기사를 접하고 들었던 생각은 가치투자의 종말, 퀀트 전략의 패배도 아닌 바로 최신 편향이었다. 행동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그 최신 편향! 결국 우리 모두는 두뇌 자체의 체계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기에 이러한 최신 편향의 영향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가 없다. 우리가 금융시장을 보면서 느끼는 모든 감정과 편향들은 행동경제학에 이론적 바탕을 두고 있다.

올해는 특히나 이러한 최신 편향이 모든 사람의 두뇌에 강력한 화학적 자극을 선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솟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 그로 인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및 FOMO(Fear Of Missing Out)의 확산, 그리고 이어지는 새로운 영끌과 레버리지, 또다시 가즈아의 외침...


하지만 이러한 최신 편향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나 올해 주식 투자(사실 투기라고 보는 편이 맞다)를 처음 접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코로나 사태 이후 엄청난 상승장에 취해 있을 것이고, 이러한 상승장이 평생 갈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점점 더 자기 확신이 강해지게 되고 베팅하는 액수가 점점 더 늘어난다. 이제 한 번이라도 타격을 입게 되면 타노스의 핑거 스냅마냥 계좌가 반으로 줄어들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인간의 두뇌는 원시시대, 고대, 중세, 근대의 그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찰스 킨들버거는 이러한 최신 편향의 서사시를 그의 책에 오롯이 담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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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치투자의 수익률이 처참하다고 해도, 세상은 변했기 때문에 이제는 성장주의 시대라고 해도, 우리 워렌 버핏 형님은 왜 가치투자를 버리지 않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때도 워렌 버핏의 수익률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자신만의 투자 방식을 우직하게 믿고 간다. 투자업계의 다른 구루들도 마찬가지이다. 왜 그럴까? 그들은 최신 편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전략이나 손실 구간은 존재한다. 하지만 전략의 논리가 경제적으로 합당하다면 결국 일관성을 지켜내는 투자자가 장기적인 게임의 승리를 가져간다. 만약 한 해 벌어 한 해 먹고사는 단기적 성향의 트레이더가 아니라면 원칙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투자는 지력의 싸움이 아닌 정신력의 싸움이다. IQ로 하는 게 아닌 인내로 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또 어떤 최신 편향 케이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우리 인류는 또 어떤 재미난 금융 역사의 이벤트를 만들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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