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을 이미 알고 있는 우리, 하지만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을 유지하고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모두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정답을 정말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이런 답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만한 매우 쉬운 답이다. 자, 이제 우리는 인생의 모든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얻었다! 우리는 이제 인생을 주체적으로 또 자유롭게, 재밌게, 그리고 부유하게 살 수 있다! 야호!
그런데... 과연 그럴까?
사람들은 모두 인생의 솔루션을 정말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성공하는 사람들은 항상 소수인 것일까?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답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기만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우리 뇌의 디폴트 세팅, 즉 본능이 현상 유지를 하도록 우리를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존(단어 그대로의 의미인 죽지 않음)에 문제가 없다면 추가적인 에너지를 쓰게 하지 않도록 우리의 뇌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계점을 스스로 돌파하려 하지 않는 한 우리는 지금처럼 그저 그렇게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살아가게 될 것이다.
# 돌파를 가능케 하는 힘, 실행력
그래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돌파, 즉 실행력(Executability)이다.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 그것은 바로 '실행하기'이다. 많은 사람들은 계속 본인이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실행하기를 주저하고 또 걱정한다. 실행했을 때 만약 내 예상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만약 실패하면 어떡하지? 이러한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계속해서 실행하기를 뒤로 미루는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선,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선 결국 실행해 보아야만 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실행하지 않았다면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었다고 한들 실행하지 않았다면, 독서는 단지 심리적 불안감을 잠시나마 잠재우기 위한 자기 위로에 불과하다. 성취와 성과의 제로 투 원은 결국 '실행'하는 데서 나온다.
오직 실행 후에만이 완벽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실행 후에 얻은 피드백이 없다면 개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행 없는 완벽이란 결국 신기루일 뿐이다. 실패한다면 그것을 피드백 삼아 다시 한번 도전해 보면 된다. 단순히 몇 번 했는데 안 된다고 그냥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지금 현재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재도전하여 끝내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다다를 것인가?
처음부터 말을 유창하게 하거나 한글을 틀리지 않고 처음부터 예쁘게 글씨를 쓰는 아이는 어디에도 없다.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났기에 우리는 지금 잊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무수한 실패를 경험해왔고, 그 경험들이라는 피드백을 수용해 고치고 또 고치면서 지금처럼 자유롭게 말도 하고 글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실패하면 그것을 피드백 삼아 다시 한번 도전해 보면 된다. 뭐 어떤가. 이번 한 번 실패한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트레이더는 이번 매매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절대 낙심하지 않는다. 어차피 손실은 트레이딩 비즈니스에서의 필연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실패도 삶에서 필연적 과정이다. 이번 판에서 져도 베팅은 계속되어야 한다.
# 퀀트의 실재는 실행의 여부에서 나온다
실제 트레이딩 북(Book)을 부여받고 퀀트 트레이딩을 하다 보면 이러한 실행의 중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트레이딩 북이라는 판때기 앞에 앉아 시장을 바라보면 실제 현실 세계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금융 머신러닝의 대가인 프라도 교수는 그의 책에서 '네가 한 대부분의 백테스팅은 아마도 틀렸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실제 시장을 대면하게 되면 이 말이 무슨 뜻이지 모를래도 모를 수가 없다.
백테스팅은 현실 세계를 단순화시킨 시뮬레이션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무리 백테스팅으로 좋은 성과가 날 것 같은 전략을 무수히 만들었다고 해도 만약 실제 계좌에 아무런 손익이 찍히지 않는다면, 결국 그 퀀트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셈이다.
백테스팅 전략은 매우 쉽게 틀릴 수 있다. 그렇기에 백날 천날 퀀트 전략만 리서치하고 백테스팅만 해본 퀀트는 상아탑의 학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한 번도 시장에서 체결을 시켜보고 손익을 찍어본 적이 없으면서 퀀트 전략이 정말 쉽고 편하게 돈 벌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기 기만을 하는 것도 모자라 고객마저 속이려 드는 굉장히 비윤리적인 존재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종류의 금융 치료가 절실히 필요한데, 그건 바로 100억짜리 북을 띡 던져주고 한번 본인이 만든 전략으로 실제 돈을 벌어와보라고 시켜보는 것이다. 아마 한 계약 체결시키는데도 손을 벌벌 떨어댈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모의투자도 마찬가지. 게임머니로 플레이하는 것과 실제 내 돈을 넣게 플레이하는 것은 천양지차이다. 스킨인더게임(Skin in the Game)을 하지 않는 플레이어치고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를 본 적이 있는가?
그렇기에 퀀트도 비로소 실행을 통해 완전해진다고 할 수 있다. 퀀트 업계에서 매매 체결 엔진(Execution Engine)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몸값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실제 비즈니스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허구한 날 데이터만 이리저리 만지작대고 있는 뒷방 늙은이 같은 퀀트의 말로가 불을 보듯 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모든 종류의 비즈니스는 야생성을 요구한다. 이러한 야생성을 잃어버리면 끝이다.
실행해 보아야만 그제서야 모델과 현실의 간극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어딘가 불편한 매트릭스 세계에서 드디어 벗어나, 가시 투성이임에도 실존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온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동굴 속 허상인 그림자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동굴 밖으로 직접 걸어나가는 수밖에는 없다. 영어 'Execution'은 실행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집행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에 'Executor'는 일반적으로 집행자라는 의미를 지닌다. 퀀트든 삶이든 우리는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하고 남들이 가지 않으려 하는 불모지를 기꺼이 개척해나가려는 집행자가 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