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퀀트대디 Jun 14. 2023

수익률 곡선 역전, 과연 이번에는?

# 캠벨 하비 a.k.a. 일드커브좌

리서치 어필리에이츠(Research Affiliates)의 파트너이자 듀크대 교수로 있는 캠벨 하비(Campbell Harvey) 교수는 미국 국채 금리 커브 역전 현상(Yield Curve Inversion)의 경기 선행 효과를 처음으로 주장한 인물이다. 이러한 소위 일드 커브 역전 현상은 결국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이것이 은행 시스템의 악화를 발생시키고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결정을 보수적으로 만들어 결국 자연스럽게 경기가 둔화되고 침체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캠벨 하비 교수 (출처: 듀크대)

하비 교수의 이러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월가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연구는 특히 10년 국채 금리와 3개월 국채 금리의 스프레드가 경기 선행 지표로서의 역할을 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금리의 역사적 데이터가 존재하는 1968년 이후, 이 스프레드가 마이너스 값을 보였을 때 이후 실제로 경기 침체가 도래한 경우는 8번 중에 8번, 즉 이 금리 역전 현상의 예측력은 무려 100%였다. (물론 8번이라는 횟수가 통계적 유의성을 지니기에는 매우 적은 횟수임에는 틀림없지만.)

수익률 곡선 역전과 경기 침체 사이클 (출처: 리서치 어필리에이츠)



# 미 연준에 날리는 일침

저번 주 리서치 어필리에이츠 홈페이지에는 그의 칼럼이 하나 게재되었는데, 그는 이번 칼럼을 통해 최근 미 연준의 행보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래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의 상대적 역전 폭이 과거 8번의 수익률 곡선 역전 사례들 때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2023년 6월 기준 현재, 10년 금리 대비 스프레드 역전폭의 비율은 49% 수준이다. 하비 교수는 이것이 향후 경기 침체의 속도와 기간을 더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10년 국채 대비 스프레드 역전폭의 역사적 사례와 현재 (출처: 리서치 어필리에이츠)

사실 하비 교수는 올해 초부터 계속해서 미 연준의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비판해왔다. 그 이유는 연준이 과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판단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너무 급속도로 정책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게 되면 오버슈팅의 위험이 발생하고 나아가 이는 경기 연착륙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오히려 경기 경착륙을 확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봄에 이러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실리콘 밸리 은행(SVB)과 두 곳의 다른 은행이 파산을 했으며, 이는 결국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의해 은행 시스템이 취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기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면 단기 금리를 빌려 장기 금리로 대출과 투자를 집행하는 은행 비즈니스의 안정성에 제동이 걸린다. 빌려준 돈보다 빌린 돈의 값어치가 높아지면 은행 입장에서는 자산-부채 간의 미스매치가 발생하게 되고, 또한 단기 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장기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 투자해놓았던 장기 채권의 가격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커브가 심하게 역전되면 금융 시스템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메커니즘이 은행의 수익성과 매크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하비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금리 역전 현상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현상이기에 자기실현적 예언의 효과를 가지고 있어, 이러한 현상을 목도한 비즈니스 의사결정자들은 경기 침체가 도래할 것을 예상하고 투자를 꺼리게 만들며 소비자들도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하고자 소비를 줄인다. 과거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시차를 두고 경기 침체가 발생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더불어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님을 감안할 때 올해 하반기 만약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향후 경기 침체의 골은 생각보다 더욱 깊어질 수 있다.



현재 뉴욕 연준이 프로빗 모형(Probit Model)을 통해 금리 커브로부터 산출하고 있는 12개월 이후 경기 침체 확률은 이미 70%를 넘어간 상태다. 이는 다시 말해 내년에 미국에 경기 침체가 올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향후 12개월 이후 경기 침체 도래 확률과 실제 경기 침체 구간 (출처: 뉴욕 연준)





# 과연 이번이라고 다를까?

그런데 이 글을 쓰다 보니 언제 어디서 이와 비슷한 내용의 글을 쓴 기억이 불현듯 났다. 어라, 언제였더라? 아, 맞다. 코로나 이전에도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어서 금리 역전 현상이 과거 7번 중에 7번을 맞추었다고 적혀있다. 코로나 때 경기 침체가 도래하여 카운트가 이제는 8번으로 늘어난 것이다. 



새삼 다시 느끼는 기록의 중요성. 그리고 내린 결론.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이 똑같은 현상은 똑같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과거 데이터를 들춰보는 것을 꺼려 하고 최신 편향에 사로잡혀 쉽사리 과거를 잊거나 또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외치며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싸그리 무시한다는 것.


금리 역전 현상은 불과 5,6년 전의 일이었지만 사람들은 이를 이미 망각한 듯하다. 그만큼 사람들의 사고는 매우 단기적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의견이 종국에는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는 이유는 결국 이코노미스트가 보는 시계열과 투자자들이 느끼는 시계열에 현격한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코노미스트가 1,2년 뒤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고 해도 지금 당장 주가는 달릴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이코노미스트는 졸지에 현실 감각이 없는 비관론자로 인식된다. 설사 마지막엔 그가 옳더라도. 트레이딩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 당장 이번 달, 이번 분기, 올해 돈을 벌어야 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트레이더에게 1,2년이라는 시간은 마치 영겁의 세월과도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코노미스트들의 이런 조언과 경제 현상들을 아예 무시해서는 안 된다. 시계열 상의 싱크가 잘 안되어 있는 것이지 그들의 의견과 생각이 틀린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아직은 파티가 끝나지 않았고 음악은 계속 흘러나오기에 춤을 추는 것을 멈출 필요는 없다. 다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파티가 끝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머리 한 켠에 띄워놓을 필요는 있다. 결국 좋든 싫든 파티가 끝나는 순간은 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때로는 트레이더의 시선으로, 때로는 이코노미스트의 시선으로 관점을 오가며 시계열 전반을 다차원적으로 두루 조망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마치 금리를 볼 때 특정 테너 하나만이 아닌 단기, 중기, 장기 금리의 움직임이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하고 금리 커브 전체의 움직임을 살펴보는 것처럼 말이다. 파티가 언제 끝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티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택시를 불러야 할 때가 반드시 온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의 빈칸, 일생의 여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