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퀀트 커리어 바이블」 네트워킹방에서 나온 얘기 중 하나,
"금융공학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이것들 중에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공부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부분.
금융공학이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인가?
놉. 금융공학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학'이지 과학은 아니다.
금융시장에서 불변하지 않는 절대적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나 시장 현상은 시장 참여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제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장의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느지에 따라 바뀌며, 이에 따라 시장 현상을 설명하려는 모델도 점차 변해간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전개되었던 금융공학의 역사를 한번 반추해보라. 시장이 이전과 똑같았던 적은 한번도 없다. 그렇기에 금융공학은 언제나 시간가변적임을 그리고 맥락가변적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위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금융공학이라는 학문이 가지고 있는 여러 도구들, 이른바 스킬셋들 중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공부해야 할까?
정답은 결국 금융공학을 공부하려는 당사자의 마음 속에 있다. 이게 뭔말인고.
쉽게 말하자면 공부의 방향은 내가 정한 퀀트 커리어 트랙의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다.
결국 내가 무엇을 원하고 지향하는 가를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에 따라 해답이 바뀐다.
물론 헬조선식 입시 교육의 노예로 인생의 대부분을 살아왔기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진다는게 무엇인지 다소 어려울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앞으로의 삶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입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고,
그렇기에 스스로 생각해보고 나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여
인생의 굵직굵직한 이슈들에 대해 직접 의사결정을 내려야한다.
따라서 과연 내가 퀀트가 되고 싶다면
어떤 종류의 퀀트가 되고 싶은지
어떤 퀀트 비즈니스에 좀 더 마음이 가고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부분에서 내가 퀀트로써의 희열을 느낄 수 있을지를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가령 일반적으로 퀀트 비즈니스는 크게 팩터 포트폴리오, 구조화데스크, 마켓메이킹의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지어질 수 있는데 이 중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학습계획을 짜는 것은 철저히 그 다음의 문제다.
금융공학적 도구들은 어차피 영역을 불문하고 크게 다르지가 않다.
아니, 그 도구는 변하지 않으며 아예 똑같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공학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대표적인 개념인 위너 프로세스(Wiener Process)는 가격의 불확실성을 모델링하기 위한 도구인데, 사실 이 위너 프로세스는 팩터 포트폴리오와 구조화데스크, 마켓메이킹 영역에 모두 등장한다. 다만 그것을 활용하는 목적이 각 분야마다 서로 다를 뿐이다. 팩터 포트폴리오는 수익화의 관점에서, 구조화데스크는 헤지의 관점에서, 그리고 마켓메이킹은 유동성 공급의 관점에서 동일한 대상을 서로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다. 머신러닝이라는 도구도 마찬가지의 이치다. 결국은 머신러닝이라는 도구는 변하지 않지만 그것을 각 영역에서 왜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려고 하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는 마치 동일한 오브제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차이에 따라 해석과 감상을 서로 다르게 만들어놓은 포스트모더니즘 예술의 생각과도 엇비슷하다.
결론적으로 금융공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먼저 나의 비전과 커리어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에서부터 시작한다. 커리큘럼을 만들고 실제로 공부를 하는 것은 그 뒤의 일이다. 명확한 목표가 없다면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운용도 사실은 목표 설정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니, 삶의 모든 문제들이 사실은 그러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