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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Jul 20. 2023

현실 세계와 수학 세계 그리고 미분방정식

# 퀀트의 필수도구, 미분방정식

퀀트라면 밥먹듯이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가 바로 미분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일 것이다. 미분방정식은 사실 과거부터 그 분야를 막론하고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어떤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해왔던 도구다. 이렇게 어떤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려는 이유는 바로 추상화를 통해 실제 현상의 복잡성에 숨겨진 그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나아가 다시 이를 확장하여 현상의 그 다음을 예측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하늘로 글라이더를 날린다면, 우리는 그 글라이더의 움직임을 미분방정식을 활용해 표현할 수 있고 만약 이것이 가능해지면 결국엔 몇 초 뒤 그 글라이더가 어떤 궤적을 통해 어떤 위치에 있을지를 예측해볼 수 있다. 이처럼 미분방정식은 현실 세계를 묘사하여 그 현상으로부터 어떤 효용성을 획득하기 위한 도구이며, 이렇게 미분방정식을 사용해 어떤 현상을 수학의 세계로 가져오는 것을 우리는 모델링(Modeling)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모델링은 금융의 영역에서 주가의 움직임을 묘사하거나 팩터의 성과를 분해하거나 최적의 유동성 공급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퀀트가 풀어야하는 여러 가지 금융공학적 문제들을 위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모델링은 미분방정식을 설계하는 것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겠다.


# 현실 세계와 수학 세계의 연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미분방정식을 사용하는 것이 수학만 잘해서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굉장한 착각이다. 왜냐하면 미분방정식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현실세계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인데, 이를 위해서는 눈앞에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감각,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어떤 모델을 만들어야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가를 생각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미분방정식을 활용한 공학적 문제들은 현실 세계와 수학 세계 사이의 긴밀한 연결을 요한다.

미분방정식을 통한 현실 세계와 수학 세계의 연결

결국 미분방정식은 위와 같은 플로우를 통해 현실 세계에서 시작해 수학 세계를 통과하여 다시 현실 세계로 나오게 된다. 만약 어떤 모델로 해답을 구해봤는데 그렇게 풀어낸 결과가 실제 현상과 괴리를 보인다면 당연히 다시 한 번 모델링으로 돌아가서 좀 더 정교한 모델을 생각해볼 것이다. 그리고 다시 검증해보고 개선하고, 재검증해보고 재개선하는 순환의 연속을 거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모델을 만든다는 것은 수학 세계에만 외딴 섬처럼 홀로 고립되어 지내는 것이 아닌 현실 세계와 수학 세계를 이리저리 종횡무진 해야하는 행위다. 결국 이는 왜 현실 세계에서 이과냐 문과냐 같은 허구의 구분이 존재해서는 안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문과도 수학을 할 줄 알아야 하며, 이과도 글을 쓰고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현실 세상의 문제를 푼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 수학과 도메인 지식의 양수겸장

그렇기에 여기서 또 한 번 강조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바로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 즉 실천적 경험이다. 현실 세계의 문제를 푸는 것은 어떤 모델을 하나 만들어서 한 번 예측을 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모델을 통해 예측된 결과가 현실의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면 모델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도메인 지식이다. 실제 현상을 제대로 묘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구조로 모델링을 해야하는가까지 생각이 미쳐야하며, 그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은 바로 도메인 지식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모델링이 단지 현실에 대한 피상적 모사에만 그치지 않는지를 우리는 점검할 필요가 있는데, 만약 잘못된 모델이 잘못 사용되게 되면 상관관계(Correlation)를 인과관계(Causality)로 착각하게 되어 그릇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 따라서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턱대고 모델을 만들기에 앞서 현상 이면의 본질적 메커니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직관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분방정식을 사용한다는 것은 어느 한쪽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이 때문에 모델링은 이론과 실증의 순환이자 경험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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