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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Jul 25. 2023

실력을 키우는 미완성의 도전

# 완벽이라는 미신

우리나라는 유독 '어떤 것을 마스터한다.'라는 관념이 생각보다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사실 이 마스터한다는 생각은 그놈의 '1등주의'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전교 1등, 올 1등급, 올 A+, 수석 졸업 같은 키워드에 사람들은 열광하고 이러한 결과물들을 낸 이들이 추앙받다 보니 주변을 둘러보면 이러한 편집증적 망상에 가까운 완벽주의를 꽤나 많이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실은 말이다. 이러한 완벽주의가 가능하려면 한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그 영역에서 확실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확실성, 그러니까 주변 환경이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는 상태여야지만 완벽이라는 단어를 쓸 수가 있다.


문제는 현실 세계, 특히나 외부 변수를 통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사회 과학의 영역, 나아가 우리의 삶 자체는 그야말로 불확실성 그 자체다. 불확실성의 영역에서 완벽주의는 그저 완벽한 허구이자 허상이며, 여기엔 오직 계속되는 시행착오만이 존재한다. 무작위적 돌연변이의 생성과 그에 따른 경로의존적 적응만이 있는 진화론처럼 말이다. 여기에 완벽주의가 설 자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 장기적으로 우린 다 죽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은 있으나 새로운 도전을 꺼려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은 다음과 같은데,


'아직 저는 실력이 부족해서 실력을 조금 더 쌓고 나중에 도전하려구요.'


이에 대한 나의 대답.


'아니, 이 양반아... 나중이라니, 세상에 그딴 게 어딨어. 삶의 완성은 결국 죽음이야. 케인즈가 말한 것처럼 장기적으로 우린 다 죽는다고. 그런데도 자꾸 그런 시덥잖은 소리 할 거야? 무덤에 들어가서 그제서야 도전 못 한거 땅을 치고 후회할래? 나중에 신세한탄하면서 중년의 위기니 뭐니 타령하는 그런 아저씨는 되지 말자 이거야. 인생 생각보다 짧아. 쏜살같이 지나간다고. 그러니 지금 너의 피를 들끓게 하는 그 무언가에 진심으로 미쳐보란 말이야. 밤에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그것 때문에 아드레날린이 용솟음치고 설레어서 잠이 잘 오지 않을 정도로 어떤 한 가지에 몰입해 본 적 있어? 몰입은 결국 도전을 수반해. 아직 도전해 보지 않았다면 그건 미쳐있는 게 아니야.'


내세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증명된 바 없지만 현재의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인생은 이번이 딱 한 번뿐이다. 그러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 꿈꿔왔던 것들, 그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시도는 해보고 도전은 해보고 죽어야 할 것 아닌가. 오늘이 우리의 남은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빠른 날이다. 못다 한 게 한이 되어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지는 말자.



# 우선 시도할 것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라면 탄착군 형성이 뭔지는 다 알 거다. 탄착군 형성은 한마디로 목표물에 명중했는가와는 별개로 내가 쏜 탄환들이 서로 촘촘하게 밀집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도전을 한다는 것은 바로 이 탄착군 형성을 만든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목표물에 명중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아니, 처음부터 목표물에 명중할 수는 없다. 그러니 일단 먼저 한 곳으로 에너지를 집중해 보자. 영점 조절을 해서 탄착군을 목표지점까지 끌고 오는 것은 어찌 됐건 그 이후의 일이다. 일단 쏘고 나서 재조정해도 늦지 않다. 오히려 그게 훨씬 더 빠른 길이다. 맞지 않는 게 두려워 격발조차 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지금까지 나의 모든 도전들은 먼저 격발하고 나서 재조정을 한 결과이다. 커리어를 쌓는 것, 책을 출간하는 것, 강의를 하는 것 등 지금까지 내가 시도했던 대부분의 것들이 일단은 큰 뼈대만을 먼저 만든 뒤 시원하게 질러놓고 그다음에 속살들을 채워나갔다. 그렇다고 무모한 도전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스스로 생각했을 때 50~60%만 준비되었다고 한다면 일단 도전을 해보고 기한일 전까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 위해 치열함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환경설정을 해야만 움직이는 존재다. 기한 없는 알잘딱깔센은 없다. 스스로 강제성을 부여하고 그것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닥쳤을 때 그제서야 우리는 행동한다. 


아무리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좋은 강의를 많이 듣는다고 해도 도전을 계속해서 미룬다면 그건 사실 회피에 불과하며, 나는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계속해서 일시적일 뿐인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심리적인 마약을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무언가 공부를 했다면 아웃풋을 만들어내보는 도전을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블로그가 되었든 유튜브가 되었든 책이 되었든 말이다. Learning by Doing. 이것이 실력을 키우는 최고의 방법이다.


완벽성을 갖추고 사업에 뛰어드는 사업가는 없다. 아니 그럴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기똥찬 마스터 플랜을 세웠다고 한들 비즈니스를 하는 과정에서 100%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완벽과 완성이 어디엔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결국 도전의 시퀀스는 언제나 격발-조정-재격발-재조정의 무한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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