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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Sep 30. 2023

실천력을 끌어올리는 분할사고와 아웃풋 법칙

# 다이나믹 프로그래밍

퀀트, 금융공학을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는 마주하게 되는 개념, 바로 다이나믹 프로그래밍(Dynamic Programming)이다. 이른바 동적 계획법이라 불리는 이 테크닉은 간단히 말해 어떤 하나의 거대한 문제를 여러 개의 작은 하위 문제로 나누어 푼 다음 그것들을 결합하여 원래 풀고자 했던 최종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강화학습에서 등장하는 벨만 방정식(Bellman Equation)이 바로 사실은 이 다이나믹 프로그래밍을 위한 도구다.

벨만 방정식의 형태

통계적 차익거래(Statistical Arbitrage)와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 최적 매매 체결(Optimal Execution) 등 퀀트의 여러 분야에서 다이나믹 프로그래밍은 약방감초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만큼, 퀀트의 도구상자에는 언제나 이 다이나믹 프로그래밍이 자리하고 있다.


# 큰 목표를 이루는 아주 단순한 방법

최근 모처럼 휴가를 가면서 챙긴 두 권의 책이 있다. 한 권은 스가와라 겐이치의 『작게 나누어 생각하기』, 그리고 또 한 권은 유튜버 렘군님의 『아웃풋 법칙』이다. 이 두 권의 책은 모두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아 하루 이틀 정도면 금세 읽어낼 수 있었다. 가을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휴양지에서의 독서는 그 어떤 액티비티보다도 더욱 즐겁다. 


이 두  권의 책이 종합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퀀트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도 삶도 결국 문제를 풀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다이나믹 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따라서 전체 천 리 길을 끝까지 완주하기 위해서는 이를 실현 가능한 한걸음 단위로 잘게 쪼갠 뒤 그저 한걸음 한 걸음씩을 묵묵히 실천하면 된다. 전자의 책에서는 이렇게 잘게 쪼개는 것을 '분해사고'라 표현하고 있으며, 후자의 책에서는 실천하는 것을 '아웃풋을 낸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나 두 번째 책인 『아웃풋 법칙』을 읽으면서 나는 엄청난 공감을 했다. 왜냐하면 나 또한 어딜 가든 퀀트가 되고자 하는 친구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블로그부터 할 것, 즉 아웃풋 할 것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쓰고, 책을 집필하고, 강의를 찍는 등 모든 아웃풋 활동에서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선 지르고 나서 그다음에 부족한 부분을 점진적으로 채워나갈 수밖에 없다. 외적으로 내가 부족하더라도 지금까지 한 것들을 세상에 아웃풋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가 있다. 아웃풋이야말로 진정한 인풋인 이유는, 아웃풋해야만 내가 습득한 지식이 온전히 내 것이 되며 외부의 피드백을 받아보아야만 내가 놓치고 있거나 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어딘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웃풋 법칙』에서 말하는 아웃풋의 정수는 다음과 같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무언가 인풋이 이루어졌다면 어떻게 아웃풋으로 연결시킬지 항상 고민하라. 완벽하지 않아도, 뛰어나지 않아도 누군가 당신의 아웃풋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 아웃풋이 먼저다. 티끌만큼 공부를 했다면 그걸로 아웃풋하라. 그 지식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라. 그럼 피드백을 받게 된다.

이때 아웃풋을 대단한 것이라고 여기면 안 된다. 아웃풋은 어설픈 결과물이더라도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행위다. ‘아웃풋 법칙’의 핵심이다.

- 아웃풋 법칙 中


# 시행착오, 시행착오, 시행착오

사실 퀀트가 금융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퀀트의 전략은 승률이 100%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시행의 횟수다. 시행의 횟수를 계속해서 늘리면 막연하고 뜬구름 잡는 것만 같았던 승률과 손익비라는 개념은 어느샌가 실현 수익으로 치환된다. 소위 말하는 좀 치는 퀀트가 높은 샤프 비율을 달성할 수 있는 이유는 전략을 잘 설계한 것도 있겠지만 시행의 횟수를 엄청나게 늘렸기 때문이다. 시행 횟수를 늘리게 되면 검증의 관점에서도 큰 도움이 되는데, 그 이유는 1년에 10번 매매를 하는 것보다 백만 번 매매를 하는 건이 훨씬 더 통계적 유의성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틀려도 상관없다. 어차피 퀀트도 삶도 오류와 수정의 연속이다. 수능이나 고시처럼 단 한 판에 승부가 정해지는 것이 아닌, 일상에서의 무수히 많은 작은 시도들과 피드백이 모여 결국엔 뜻하는 바가 이뤄지는 것이다. 따라서 작은 시도의 횟수를 늘리며 끊임없이 재조정, 즉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공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삶에서의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완벽한 모델이나 패러미터 값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부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한 최적화(Optimization)를 습관화해야 한다. 


담대한 비전을 세웠다면 그것은 계속 쪼개고 나누어 당장 오늘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달성가능한 목표들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것은 굉장히 무모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항상 새로운 목표나 비전을 설정하지만 막상 이를 달성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소수인 것은 계획과 실천이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며, 또한 실천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목표를 잘게 쪼개어 눈앞에 보이게끔 하지 않기 때문이다. 


RPG 게임에서도 최종 보스를 처음부터 잡으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아주 작지만 달성가능한 쉬운 퀘스트들부터 연쇄적으로 줄줄이 엮어낸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이 게임을 계속하게끔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목표, 즉 퀘스트를 깼다는 사실에 뇌는 도파민을 내뿜고 우리로 하여금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작게 나누어 아웃풋 하는 효과를 게임회사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삶과 일에 다이나믹 프로그래밍을 적용해야 한다. 거대한 목표를 잘게 쪼개어 게임 퀘스트를 깨는 것처럼 일상을 게임하듯이 지내보자. 소소하게 쌓이는 아웃풋들이 결국엔 삶에서 자신만의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완성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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