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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Mar 06. 2021

자산가격결정원리

자산의 가격은 어떻게 매겨지는가?
옷에는 가격표가 붙어있고, 음식값은 메뉴판에 쓰여있다.
그렇다면, 금융자산의 가격은? 주식, 채권, 외환의 가격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장에서 거래가 되지 않는 각종 파생상품과 구조화 상품들의 가격은 어떻게 매겨지는가? 아래의 그림은 우리가 금융시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직관적인 이해를 하도록 도와준다.

금융상품의 가격이 평가되는 과정

통상적으로 우리는 어떤 금융자산의 가격을 추정해내는 것을 평가(Pricing)한다고 말하고, 그 평가된 가격을 평가값이라고 하며, 평가를 수행하는 수리적 모델을 평가모델이라고 칭한다. 또한, 이러한 자산들의 가격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회사들을 평가사라고 부른다. 글로벌 평가사로는 우리가 흔히 매체에서 접하는 Moody's, Standard & Poor's, Fitch가 있으며, 한국에는 KIS평가, 한국자산평가, NICE평가, FN자산평가와 같은 평가사들이 있다.

우선, 장내상품의 가격의 평가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장내상품의 평가과정은 정말 단순하기 그지없다. 시장의 가격인 시장가(Market Price) 자체가 바로 평가값이 되기 때문이다.(WYSIWYG; What You See Is What You Get!) 예를 들어, 삼성전자 보통주의 당일 평가값은 당일 종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내상품은 평가를 할 것이 별로 없다. 시장가가 평가값이므로 그냥 당일 손익의 변화가 시장가의 변화에 따라 바로바로 도출된다. (아.. 부러운 주식 트레이더들이여!)

그렇다면, 장외상품의 경우는 어떨까? 장외상품의 경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다.


1) 우선, 장외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을 산정할 때는 장외가격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는 장내상품의 평가값을 산출할 때와 마찬가지 논리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장외상품인 채권과 외환의 경우, 이러한 상품들이 직접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되기 때문에, 장외에서 거래된 가격을 가져와 당일의 평가값으로 사용한다.


2)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시장에서 거래되지는 않으나 각종 금융상품의 가격에 의해 그 가치가 변하는 ELS, ELB, DLS, DLB와 같은 구조화상품의 평가값은 좀 더 복잡한 프라이싱의 패스(Path)를 따르게 된다.

여기서 이론가(Theoretical Price)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 이론가라는 개념은 시장가와 다르게 실제 존재하는 가격이 아니며, 업계에서 사용되는 가격결정모형들(Asset Pricing Models)로 인해 도출되는 가상의 값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바로 여기서부터가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이라는 학문이 힘을 발휘하게 되는 시발점인 것이다.

만약 각종 파생상품 특히, 옵션에 대해 공부를 해 본 적이 있다면, 블랙숄즈 모형(Black-Scholes Model)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거나 배워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바로 이 블랙숄즈 모형이 옵션의 가격을 결정하는 가격결정모델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블랙숄즈 공식을 통해 도출되는 유럽형 옵션의 이론가는 이론적인 가격일 뿐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옵션의 가격이 아니며, 모델이 가지고 있는 여러 이론적 가정들로 인해 실제의 시장가격과 같을 수도 없다. 그러나, 각종 파생상품 및 구조화상품들을 평가하는 이론적 모형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러한 상품들의 시장가격이 존재하지는 않으나 이 상품에 대한 거래와 비즈니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말해서, 이러한 상품들의 합리적인 가격 수준을 적어도 추정은 할 줄 알아야 해당 상품을 세일즈하거나 트레이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리적인 이론가를 결정할 수 있을까?


합리적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어떤 것이 이론이나 이치에 부합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가격이란 어떤 이론이나 이치라는 것이 존재하여 그것에 따라 특정 자산의 가격이 결정되고, 더불어 이 가격을 도출해낸 이론이나 이치 자체가 사람들에 의해 상식적으로 응당 납득이 되어야만이 가격이 합리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유형의 자산 가격 결정에 대해 하나의 관통하는 가격결정원리(Asset-Pricing Principle)는 무엇일까?

John H. Cochrane 교수와 그의 저서 Asset Pricing

John H. Cochrane 교수는 자신의 저서 Asset Pricing의 서두에서 오직 단 하나의 간단한 수식으로 모든 자산들의 가격을 평가할 수 있는 프라이싱의 절대원리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상식적으로 매우 명약관화하고 직관적이며 또한 범용적이기까지 하다. 실제로 M&A, ECM, DCM과 같은 IB 부서와 주식의 적정가치를 평가하려는 리서치, 파생상품을 비롯한 각종 금융자산을 매매하는 트레이딩 부서 및 퀀트 부서는 각각의 비즈니스의 특징과 차이점은 명확히 존재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도 모두 다르지만, 자산의 가격을 평가하는 원론적인 논리 자체의 이면에는 항상 이 절대 원칙이 자리하고 있다. 아래의 수식을 한 번 살펴보자.

자산가격결정원리의 기초: P = E(mx)

여기서 P(Price)는 우리가 구하고자 하는 자산의 가격을 의미하며, 이는 어떤 함수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 바로 그 함수의 형태가 E(mx)이다. E(Expectation) 같은 경우 우리가 흔히 통계학에서 쓰이는 기댓값을 뜻한다. 그렇다면 어떤 값의 기댓값을 취한 것이 바로 자산의 가격일진대, 여기서 우리가 기댓값을 취해야 할 값이 바로 mx이다. 우선, x(Asset Payoff)란 우리가 추정해야 하는 미래의 현금흐름 혹은 페이오프를 의미한다. 더불어 m(Stochastic Discount Factor)은 현재 시점에서 관찰한 할인계수를 말하며, 이 할인계수는 가격을 구하는 각각의 시점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불확정적이다. 

좀 더 문과적인 설명을 위해서, 위의 수식을 이 책의 서문에서는 가격결정의 절대원칙에 대해 매우 담백하면서 직관적인 문체로 이렇게 풀어내고 있다.

To value an asset,
we have to account for the delay and for the risk of its payments.
Asset pricing theory all stems from one simple concept:
"Price equals expected discounted payoff."

어떤 자산을 평가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것의 현금흐름이 미래로 지연되는 것과
그 현금흐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고려해야 합니다.
자산가격결정 이론은 단 하나의 간단한 생각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것은 바로
"가격이라는 것이 예상되는 페이오프를 현재로 할인한 값이다."
라는 것입니다.


위의 명제를 찬찬히 살펴보면, 자산의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요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Expected
2) Discounted

첫째로는 불확실성(Uncertainty) 혹은 리스크(Risk)와 관련하여 특정 자산에 대한 미래의 현금흐름을 예상해보는(Expected) 작업이다. 투자자가 특정 자산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현재 자신의 투자자금을 통해 미래의 창출된 현금흐름을 얻고자 함이며, 채권의 경우 이자를 얻기 위함이고, 주식의 경우 배당금과 자본차익을, 부동산의 경우 임대수익과 자본차익을, 파생상품의 경우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른 조건부 수익을 얻기 위함이다. 이렇듯이 모든 자산에는 그에 상응하는 미래 현금흐름이 예상이 되며 그 미래 현금흐름을 합리적으로 추정하는 작업 자체가 바로 현재 그 자산의 적정가를 산출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가장 첫 번째 작업이다.

둘째로는 현금흐름의 타임라인(Timeline) 혹은 딜레이(Delay)와 관련하여 관련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로 땡겨오는(Discounted) 작업이다. 상식적으로 오늘의 만 원은 10년 뒤의 만 원과 그 가치가 다를 수밖에 없으며, 확실히 오늘의 만 원이 10년 뒤의 그것보다 가치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자산에 대해 현재 시점의 가격을 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할인율(Discount Rate)으로 해당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그제서야 비로소 현재 시점의 정확한 가격이 산출되게 된다.

정리하자면, 어떤 특정 자산의 현재가치를 합리적으로 추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자산이 창출해 낼 현금흐름을 합리적으로 미래 시점으로 뿌리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 이후에는 추정된 미래 현금흐름을 합리적인 할인율을 사용하여 현재의 시점으로 다시 거둬들여야 한다. 이러한 자산가격결정의 논리는 모든 투자자산에 대해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절대원칙이며, 셀사이드와 바이사이드에 대한 구분 없이 모든 자산의 가격이 기본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합리적인 성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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