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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Mar 11. 2021

증권사 프랍 트레이더 vs. 운용사 포트폴리오 매니저

# 금융시장의 투사, 트레이더와 포트폴리오 매니저

최근 TV 방송에서 개미들의 멘토이신 슈카 형님이 자신의 프랍 트레이더와 펀드 매니저 경력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제도권 금융 내에서 실제로 금융시장에 뛰어들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표적인 포지션을 꼽으라면 바로 이 두 포지션인 프랍 트레이더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들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그놈이 그놈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 두 가지 포지션은 성격도 소속도 목표도 매우 다르다. 여기서는 이처럼 베일에 싸여있는 것 같은 직업인 트레이더와 포트폴리오 매니저에 대해 한 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 증권사 vs. 운용사

우선 가장 단순하게 시작을 하자면, 트레이더는 증권사에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자산운용사에 속해 있다. 증권사는 셀사이드(Sell-Side), 자산운용사는 바이사이드(Buy-Side)로 분류된다. 아래는 금융권의 생태계를 간단하게 나타낸 다이어그램이다.



# 북 vs. 펀드

아마 펀드 상품에 가입을 해본 적이 있다면, 펀드에 대해서는 대충 감이 올 것이다. 펀드(Fund)는 수많은 고객들의 돈을 모아 하나의 풀로 만든 후에, 펀드의 목표에 따라 이를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운용을 한다. 각각의 펀드에는 그 펀드를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있고, 이 매니저의 역량에 따라 해당 펀드의 성과는 차이를 보이게 된다. (물론 인덱스 펀드나 ETF 같이 철저히 규칙에 의해서만 운용되는 펀드들도 있다.) 따라서 펀드는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운용하는 하나의 바스켓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포트폴리오 매니저에게 펀드가 있다면, 트레이더에게는 북이 있다. 북(Book)이라는 것은 펀드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셀사이드에서는 이것을 펀드라 부르지 않고 북이라고 부른다. 트레이더들의 본연적 업무는 고객들의 물량을 처리하는 데서 시작을 했고, 따라서 매일매일 거래를 하면서 장부에 그 거래내역들을 기록해왔기에 그러한 문화적 요소가 남아있어 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북이라는 것에도 펀드처럼 트레이더가 거래하는 여러 상품들이 담겨 있다. 직급이 올라가고 권한과 책임이 많아질수록 북의 사이즈 또한 펀드의 수탁고가 증가하는 것처럼 늘어난다.



# 절대평가 vs. 상대평가

트레이더와 매니저 모두 금융시장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는 있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기에 그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자산운용사에서 뮤추얼 펀드를 운용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경우엔, 벤치마크라는 기준 지표가 존재한다. 벤치마크란 매니저의 성과를 측정하는 어떤 잣대로써 한국 주식을 운용하는 매니저의 경우에는 그 벤치마크가 코스피 지수가 된다.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목표는 바로 이 벤치마크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다. 즉,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성과는 상대평가 방식을 따른다. 예를 들어, 주식 펀드 매니저라면 코스피보다만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보인다면 실력이 있는 매니저이다. 만약 펀드가 계속 손실을 보고 있어도 그 손실폭이 시장의 하락폭보다 작다면 벤치마크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것이기에, 이런 경우에도 좋은 매니저라고 할 수 있다. 전적으로 벤치마크보다 잘했냐 못했냐만을 평가한다. (절대성과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인 헤지펀드 매니저의 경우에는 당연히 이러한 상대평가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다르게 증권사의 트레이더는 무조건 절대평가로 성과를 측정한다. 연말연초에 올해 달성해야 할 목표수익이 정해지면, 한 해 동안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매매를 한다. 이곳은 '장이 빠져서 돈을 못 벌었어요'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장이 빠지면 숏 포지션으로 돈을 버는 방법이 있으니까 말이다. 장세와 상관없이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한다. 트레이더의 성과는 오직 목표수익을 달성했냐 못했냐에 의해 좌우된다.



# 수익성 vs. 안정성

이처럼 트레이더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각자가 추구하는 비즈니스의 목표가 상이하다. 그렇기 때문에 둘 다 금융시장에서 돈을 벌어야 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더와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커리어적 스타일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경우는 비즈니스의 목표가 장기적으로 벤치마크를 이기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커리어 자체가 안정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정규직이라는 속성도 이러한 안정성에 한몫을 한다. 단점은 안정적인 대신 엄청난 금전적 보상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벤치마크보다 잘했다고 해서 거액의 보너스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못했다고 해서 갑자기 잘리는 것도 아니다. 안정적이기 때문에 회사 분위기도 안정적이고 모두가 안정적이다. 커리어 발전과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크다면 좀 답답할 수도 있다.


이와 달리 트레이더는 안정성을 포기하는 대가로 수익성에 몰빵을 하는 포지션이다. 1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루어지는 계약직이기에, 철저하게 용병 집단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좋은 점은 잘만 하면 엄청난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 한계를 시험해보고 거기서 스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직업이다. 철저히 실력과 성과 기반이고 그에 따라 권한도 달라질 수 있다. 최대 단점은 이것의 반대 급부인 높은 직업적 불안정성이다. 각 회사마다의 스탠스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운용사에 비해 팀과 인력의 충원, 교체, 감소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모든 게 매우 빠르게 돌아간다. 같은 금융시장이라고 해도 엄청난 상대성 원리가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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