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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Mar 22. 2021

퀀트 워너비를 위한 최고의 퀀트 실험실, 코인판

# 자네, 코인 좀 하나?

퀀트 트레이더가 되고 싶은데, 실제로 연습해 볼 공간이 필요하다고?

자, 여기 이런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실험실이 있다. 어디냐고? 그곳은 바로 코인판이다.

맞다, 바로 그 비트코인 시장이다.


'아니, 그 위험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코인판?'

'주식도 아니고 왜 하필 코인이냐?'

'미친 거 아니냐?'


이런 생각을 한다면,

충분히 이해한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에 대한 편향들이 있음은 어쩔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비트코인의 미래나 전망도 아닐뿐더러 비트코인에 대한 묻지마식 투기를 부추기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퀀트 트레이딩 혹은 알고리즘 트레이딩 전략을 연구하고 공부하며 또 그것을 실전에 적용시켜 실질적인 경험을 쌓고자 하는 관점에서 비트코인 시장이 왜 매력적인 시장인지를 조망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왜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산들 중에서 하필 코인일까? 여기서는 퀀트 커리어를 지향하고자 하는 사람들 혹은 퀀트 전략으로 개인적인 재테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왜 코인시장이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볼 수 있는 최적의 연습장소이자 실험실인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코인판이 퀀트 워너비를 위한 최적의 훈련 장소인 이유

1) 소액으로도 매매가 가능

우선 코인 시장에 최대 장점은 소액으로도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이 개당 6천만 원을 호가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단돈 만 원으로도 비트코인을 살 수가 있다. 기본적으로 분할이 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트레이딩 전략만 있다면 언제든지 시장에 진입해 자신의 전략을 실제로 테스트해볼 수 있다. 여기서 방점은 바로 실제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퀀트 전략을 만들고 백테스팅해본다고 하더라도 실제 매매를 실행하고 거래를 해보는 직접적인 경험 없이 오직 이론적으로만 백날 떠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직접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백테스팅 결과와는 어떤 것이 어떻게 다른지, 슬리피지와 매매 비용이 성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실제 프로덕션 레벨로 가져오려면 얼마나 섬세한 디테일이 요구되는지를 직접 확인하고 몸으로 느껴봐야 한다.

2) 믿을 건 수치와 데이터뿐

암호화폐는 아직까지 펀더멘털이라는 것이 없다. 즉, 워렌버핏식 가치투자를 적용할 수 없는 영역인 셈이다. 물론 비트코인 예찬론자들은 자신들만의 논리를 통해 암호화폐의 가치를 추정하기도 하지만 결국 정말로 가치가 있을지 없을지는 시간이 증명해 줄 것이고, 사실 퀀트 트레이더에게는 그러한 가치라는 것이 별로 관심이 없기에 이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도록 하자. 따라서 암호화폐 트레이딩을 하기 위해 믿을 건 결국 아직은 과거의 데이터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은 남들이 뭐라 하던 신경 쓰지 않고 순전히 객관적 데이터에 의한 트레이딩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3) 끝내주는 파이썬 API

또한 대부분의 코인 거래소는 매우 편리하고 쉬운 API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여기에 덧대어 여러 패키지들도 만들어놓았다. 이는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API보다 훨씬 더 사용이 편리하고 직관적이기에 구현을 시도해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잔고 조회, 지정가 주문, 시장가 주문 등 실제 자동매매에 필요한 기능들을 처음부터 고생해서 만들 필요가 없이 그냥 사용법을 익히고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파이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그리고 자동매매 패키지에 대한 매뉴얼을 읽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정도만 있으면 일주일 안에 간단한 자동매매 툴을 완성할 수 있다. 요새는 텔레그램 API도 매우 잘 되어있어 거래가 되면 실시간으로 거래내역을 텔레그램에 쏴주는 툴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자동으로 매매를 하고 언제 어디서나 그 거래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나만의 퀀트 트레이딩 봇을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퀀트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연습을 해보는 것이 실제 커리어를 위해서 많은 도움이 된다.


4) 엄청난 변동성

코인을 해봤던 아니던 우리 모두는 코인 시장의 변동성이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루에 수십 퍼센트의 등락은 기본이고, 하루 만에 백 프로 이상 가는 종목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24시간 거래가 되니 언제 이러한 움직임이 발생할지 알 수 없으며, 또한 이러한 높은 변동성 덕분에 빠질 때도 정말 시원하게 빠진다는 것이다. 제도권 시장과는 다른 코인 시장만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렇게 미친 변동성 수준은 퀀트 트레이딩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결국 트레이딩의 본질은 포지션 관리이고, 이 포지션 관리는 바로 자기 포지션의 변동성과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높은 변동성을 매우 두려워한다. 하지만 트레이더는 이러한 변동성을 오히려 즐긴다. 왜냐하면 변동성이 존재해야만 가격이라는 것이 움직이고 따라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없다고 생각해 보자. 가격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변동성이 존재하지 않으면 트레이더들은 매우 지루해한다.


트레이더들이 변동성을 즐기는 이유는 자기 포지션에 대한 변동성 수준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변동성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트레이더가 변동성을 컨트롤하는 방법은 바로 자금 관리, 즉 베팅 사이즈 조절이다. 아무리 시장이 날뛰어도 트레이더는 자신의 베팅 사이즈를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자기 포지션의 변동성을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장이 100%씩 움직여도 내가 전체 자본의 1%만을 베팅했다면 내 포지션의 변동성은 100%가 아닌 1%가 된다. 트레이더에게 있어 베팅 사이즈 결정이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파산 위험을 제거하면서 승률과 손익비를 높이는 싸움을 하는 자들이 바로 트레이더들이다.


트레이더가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가격(Price)이 아닌 베팅 금액, 즉 양(Quantity) 뿐이다. 트레이더는 신이 아니기에 절대 시장의 방향성을 제어할 수는 없다. 대신 트레이더가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는 바로 내가 베팅할 금액이다. 따라서 실력 있는 트레이더란 언제 콜을 해야 할지, 언제 폴드를 해야 할지, 언제 더블다운을 해야 할지 아는 트레이더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포지션 사이징의 중요성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코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코인판은 엄청난 변동성의 파도 속에서 얼마나 어떻게 베팅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또 이를 원칙대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최적의 수련장소이다.


5) 2018년의 미친 하락장

2018년은 코인 투자자들에게는 정말 최악의 시기였다. 주요 코인들이 거의 7,80% 하락하였고 심지어는 90%대의 손실을 보인 코인들도 있었다. 지금이야 비트코인의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지만 그 당시에는 코인판이 정말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들을 많이 했을 것이다.


퀀트 트레이더로써 이러한 2018년의 극심한 하락장에 대한 데이터가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일한 전략이라도 어떤 장세에 있느냐에 따라 그 전략의 성과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거에 저런 하락장이 있었다는 사실은 전략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를 고려할 수 있게 해준다. 미래에도 코인판에서 2018년과 같은 하락장이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2018년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트레이딩 전략을 가지고 있다면, 맹목적으로 코인판이 너무나 위험해 보인다고 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보다 냉정하고 이성적인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6) 아직 요원한 제도권 금융의 진입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코인에 대한 제도권 금융의 인식이 그렇게 개방적이지는 않다. 물론 J.P. Morgan이나 BNY Mellon 같은 몇몇 선진 글로벌 금융기업들의 경우는 보다 선응적으로 이러한 새로운 시장을 빠르게 연구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고자 경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암호화폐라는 상품이 제도권으로 들어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이러한 점이 퀀트 트레이딩에는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제도권 플레이어들이 들어온다는 것은 결국 전문 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을 한다는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알파의 감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 있는 사람들이 점점 알파의 존재를 인지할수록 알파의 크기는 당연히 작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 투자자나 트레이더의 비중이 많은 FX, 원자재, 변동성 등의 시장에서 돈을 벌기가 그렇게 녹록지 않은 이유는 모두가 다 한 가닥씩 하는 실력자들이 모여 각축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우 기본적인 퀀트 전략들을 백테스팅해보면 기존 자산들에 비해 코인 시장에서 더 잘 먹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코인 시장의 알파가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렇게 알파가 더 큰 이유는 시장의 비효율성이 아직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시장의 비효율성이 크다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도권 금융이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알파를 유지시켜주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 결국 퀀트 트레이딩은 극기훈련

퀀트 트레이딩은 어떤 전략의 기저 하에 있는 논리가 충분히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고 한다면,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아예 무위험 차익거래가 아니라면 사실 퀀트 트레이딩은 시장에 존재하는 위험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퀀트 트레이딩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퀀트 투자 혹은 퀀트 트레이딩이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짓거리를 꾸준히 계속해서 돈을 버는 것이기 때문이다. 위험 프리미엄이 생기는 이유가 왜일까를 생각해 본다면, 이것은 결국 인간의 뇌구조가 위험을 극도로 회피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퀀트 트레이딩을 하고자 하는 이 또한 일개 인간이다. 때문에 아무리 이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나 자신 또한 인간이기에 실천의 과정에서 계속해서 인지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나 아래의 그림처럼 이론적 백테스팅의 결과만을 보고 '이거 너무 좋은데?'라고 생각해서 호기롭게 들어갔다가는 멘탈이 미친 듯이 흔들리게 된다. 이론적 백테스팅의 결과는 월간 전략이던 주간 전략이던 최종 실현 손익만을 고려해서 그림이 그려지지만, 현실은 트레이딩을 하는 과정 속에서 평가손익이 엄청나게 흔들리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론적인 퀀트 전략 연구는 결국 허상일 뿐이고, 실제 자기 돈을 넣고 혹독한 정신적 훈련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직접 스킨인더게임(Skin in the Game)을 해보아야 뭐든지 편하게 돈 버는 것은 없다는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스킨인더게임 허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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