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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트대디 May 09. 2021

FICC 성역에도 새로운 퀀트 러시가

전통적으로 채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학적 능력과, 시장을 읽어내는 메사끼, 그리고 두꺼운 투자설명서를 독파할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 FICC 시장에도 퀀트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면서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들어 금융업계에서는 코딩이라는 것이 가장 핫한 스킬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점점 더 많은 계량투자전문가들이 수 조 달러에 이르는 회사채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투자회사들은 이러한 퀀트적 스킬을 보유한 자들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기본적으로 헤드헌터를 통해 경쟁자로부터 실력자들을 빼앗아오고, 그들에게 엄청난 보상 및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동시에 이러한 인적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린다. 일례로 런던에 위치한 리쿠르팅 전문 회사인 Selby Jennings에 따르면 그들은 그들의 신용 퀀트 투자회사 고객들로부터 의뢰를 받고 있는데,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프론트 데스크 전략 부서 출신의 박사에게는 4억 원이 넘는 연봉을 제시한다고 한다.


사실 실력이 있는 퀀트 트레이더들에게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시타델에서 계량 리서치 부서의 헤드를 지냈던 Frederic Boyer를 예로 들어보자. 올해 초에 그는 시카고에 기반을 둔 퀀트 트레이딩 회사인 Jump Trading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는데, 그 이유는 최근 들어 고빈도매매 전략들이 채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공동설립자인 Hugh Willis는 최근 런던에서 계량적인 방식으로 채권에 투자하려는 회사를 세우려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는 55명의 직원들 중 70% 이상이 코딩을 할 줄 안다. 1130억 달러 규모의 헤지 펀드인 맨그룹 산하의 Man Numeric에서도 작년에 회사채 투자를 위한 조직을 발족시킨 바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계량 투자 기반의 헤지펀드들은 이제 주식 시장을 넘어 채권 시장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 몇 년간 알파를 찾아 고심하던 투자자들은 마침내 채권 시장에도 계량적 방식을 통해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기 시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고급 통계학과 머신 러닝 기법의 새로운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Invesco의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현재 70% 정도의 기관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에도 주식시장처럼 밸류와 모멘텀 같은 팩터를 사용해 종목을 분류하고 투자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최근 회사채 시장은 새로운 계량 투자의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사실 채권시장에 이러한 투자방식의 변화가 있기까지는 어느 정도 세월이 걸렸다. 그 이유는 수십 년 동안 퀀트들은 부를 찾아 주식시장으로만 몰려들었고, 상대적으로 채권 시장은 그들에게 있어 신생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계의 연구결과 또한 주식 투자에 편중되어있었고 채권투자에 대한 것은 매우 적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최근의 퀀트들은 그들의 영역을 점차 주식 외의 영역으로 넓혀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투자업계의 새로운 시대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스킬을 요구하고 있으며, 점점 이러한 새로운 스킬을 지닌 플레이어들이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Andrew Das Sarma의 케이스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Jump Trading은 시타델 출신인 그를 고용했는데, 그는 시타델에 있을 당시 전환사채 차익거래와 계량 신용 트레이딩 전략을 담당하였다. 또한 그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물리학 학사와 응용 수학 석사를 취득한 경력이 있다. 이처럼 바이사이드 투자업계에서는 인재들을 모셔오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Man Numeric에서 계량 신용 부서의 헤드를 지내고 있는 Robert Lam은 후보자들의 풀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계량 트레이딩 전략과 회사채 두 가지 모두에 대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지원자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계량 트레이딩 전략과 회사채 시장 두 분야 모두를 잘 알고 있는 후보가 없다는 의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분야 중 한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서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의 투입이 필요하다. 그의 팀 멤버들은 기본적으로 머신러닝, 공학, 컴퓨터과학, 계량경제학, 프로그래밍, 통계학 등의 기술적 지식들로 중무장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회사채 시장에서 계량적 방법을 사용하여 알파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로테르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투자회사 Robeco에서는 박사 출신 직원들이 유리 벽으로 된 사무실들을 수시로 드나든다. 그들은 실증적 데이터를 가지고 백테스팅을 프로그래밍하며 그 결과들을 분석한다. 투자회사의 내부 모습은 마치 과학 연구소를 방불케 한다.


전통적인 채권 매니저들은 그들의 하루가 대부분 전화 통화 그리고 엄청난 두께의 투자설명서와의 씨름이었지만, 신용 퀀트의 하루는 그들과 상당히 다르다. Robeco에서 기존의 회사채 트레이더들은 TV를 통해 유럽중앙은행 기자회견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어떤 발언을 하는지 항상 예의 주시해야 하지만 이러한 자리에 퀀트들은 도통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퀀트들이 그날그날의 시황에 개의치 않는 이유는 매일 밤 COBRA라고 불리는 프랍트레이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구동되며 아침에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에게 이메일로 그날의 자산배분 전략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만약 전날에 비해 모델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 날의 트레이딩 포지션 또한 변화가 없다. 퀀트 리서처들이 모여있는 데스크의 분위기는 도서관과 비슷하다.


채권 시장은 엄청난 디테일이 요구되는 곳이며, 주식 시장처럼 모든 게 투명하고 명백한 곳은 아니다. 그 이유는 채권 시장은 복잡다단한 기업구조에 의해 그 클래스가 나눠지며, 같은 회사, 같은 클래스 내에서도 수많은 종목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이와 더불어 각각의 종목들이 고유의 복잡한 상품코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식과 다르게 채권이라는 것은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 만기라는 것은 채권 시장의 복잡성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채권 시장의 데이터는 주식 시장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고 또한 장외시장의 비중이 훨씬 더 크다 보니 유동성을 모니터링하는 것 또한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최근 시장에서 요구되는 컴퓨터 스킬은 엑셀로 피벗테이블을 만드는 것 이상이며, 때때로 이러한 능력은 금융권 이상의 것을 요구한다. 최근 금융회사들이 노리는 인재 후보들은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으로부터도 오퍼를 받고 있는 만큼 그들의 데이터 분석 능력이나 머신러닝, 딥러닝에 대한 능력은 가히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근의 투자업계에 인간의 개입이라는 것이 아주 무용지물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왜냐하면 Robeco를 예로 들자면 여전히 인간이 모델에 기반한 의사결정의 어느 정도를 여전히 인간이 개입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채권 전문가들은 알고리즘들이 가끔씩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예리하게 캐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Robeco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Houweling은 '퀀트 스킬과 채권 스킬이 모두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왜냐하면 채권에 대해 무지하다면 주식에는 존재하지 않는 채권 고유의 특징과 디테일들을 쉽게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으며, 이러한 디테일의 차이가 결국은 알파의 효용성 여부를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퀀트와 알고리즘 트레이딩, 그리고 계량 투자 기법들은 이제 주식시장을 넘어 새로운 금광인 FICC 시장을 향해 힘찬 골드러시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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