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분의 일 Jul 19. 2023

이별이 사랑이 되는 순간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순간

저는 사랑이 이별이 되는 순간이 있듯이 반대로 이별이 사랑이 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가졌던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느 순간 불안으로 물들어갔고,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으로 점점 강박으로 변해갔어요. 결국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별이라는 현실이 되는 순간이 왔죠. 그저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된 감정을 이별이라는 현실로 만든 것은 온전히 제가 만들어낸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저는 사랑이 이별이 되는 순간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반대로 이별이 사랑이 되는 순간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사랑하는 일을 알게 되었고,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일상을 꿈꾸게 되었어요. 아직 부족한 것들이 너무 많은 저를 마주하고 알아가는 순간들을 반복하고, 시간들을 반복하고, 하루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진심으로 뉘우치고, 알게 된 저의 부족함을 채우고, 이겨내는 순간들을 반복하고, 시간들을 반복하고, 하루를 반복할수록 그분이 저의 옆에 있을 때에는 하지 못했던, 제 자신을 조금씩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분과 함께해서 행복했던 저의 일상들을 제가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음에 행복한 일상들로 만들어가고, 그분과 함께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던 일상들을 저 스스로 걸어 나아 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일상들로 만들어갑니다. 늘 가슴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제 자신에 대한 불안을 점점 비워내고 저 스스로에 대한 자신으로 채워갑니다. 이 순간들을 반복하고 나아가면 언젠가 저 스스로에 대한 자신은 확신이 되겠죠. 그렇기에 지금의 제가 더욱더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우직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사랑이 이별이 되는 순간을 만들어 낸 것도 저의 부족함이기에 이별이 사랑이 되는 순간도 저의 부족함으로 만들어내야 해요. 이렇게 해야만 저의 소중한 사람을, 순간을, 감정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을 키워내고 그저 말뿐이 아닌 진실된 성장을 할 수 있음을 알기에 너무나도 괴롭고 아프더라도 피하려 하지 않고, 더욱더 들춰내고 마주합니다.


위에서 말한 순간들을, 저의 감정들을 마주 할 때에는 바닷가의 부서지는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바위가 된 것 같아요. 끝없이 저를 깎아내고, 깨버리죠. 그렇게 저의 거칠고 모난 부분들이 파도와 함께 떠내려가면 그 자리에는 매끄러워진, 더욱 단단해진 제가 있어요. 그렇기에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파도가 와도 저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깨지지 않는다는 자신이 생기고 그런 마음은 곧 확신이 되는 것 같아요. 저의 온몸이 감정이라는 파도에 잠겨 버려도 저는 저로 있을 수 있는 거죠. 그렇기에 오늘도 저는 저를 깎아내고, 저를 깨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감정은 파도 같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글을 쓰면서 제가 느낀, 느낄 수많은 감정들은 저를 계속해서 깎아낼 것이고, 깰 것임을 알아가며 살아갑니다. 저의 감정을 마주할 때 괴롭고 아프기만 했던 순간들은 어제보다 저 자신을 더 알았다는, 내일은 오늘보다 더 단단해져 있을 거라는 기대로 점점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자신을 마주하는 계기와 방법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저에게는 그분과의 이별이 계기가 되었고 글쓰기가 저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이 되었고, 되고 있는 거죠.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면서 상대방으로 인해 자신이 흔들리거나, 이별을 마주했을 때 계속해서 무엇이라도 해보라고 하는 게 같은 맥락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분과의 이별을 마주하고 직후에는 저의 삶이 엉망이 된 것 같고, 더 이상 저의 세상을 쌓아 올려야 하는 이유가 사라진 것만 같았어요. 이런 생각과 감정들을 처음 겪었더라면 저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고로 인해 저의 삶과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포기하며 돌이켜 보았을 때에는 이미 모두 놓아 버렸을 때의 기억과 경험이 있고, 그분이 저에게 주었던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인해 저 스스로 포기하고 놓아 버렸던 것들을 하나씩 되찾아 갔을 때의 기억과 경험도 있어요. 그렇기에 저는 더 이상 길을 잃지 않고, 주저앉지 않을 수 있어요. 오히려 지금은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너무나도 또렷하고, 선명하게 보입니다. 저는 이런 것들이 그저 당시 힘들었던 저의 곁을 지켜주었던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누군가의 힘이 아닌 오직 그분만의 힘인 거죠.


그분이 저의 곁을 떠나면 다시 무너져 내릴 것 같았던 저의 세상은 이미 그분으로 인해 충분히 단단하고 우직한 세상이 되어 있었고, 다시 회색빛으로 물들어 갈 거라 생각했던 저의 삶은 이미 그분으로 인해 여러 색들이 모여 아름다운 빛을 내고 있는 삶이 되어 있었고, 가슴 한 구석에 넣어두고 그분이 떠나가면 다시는 갖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나약했던 저의 의지와 욕심은 이미 제가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계속해서 글을 사랑하고 써 내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었어요. 이제야 돌이켜보니 저를 불안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했던 저의 내면의 결핍들은 이미 그분을 만나면서 가득 채워져 있던 거죠. 이런 것들을 알고 나서야 그때 그분을 사랑했던 것처럼 제 자신을 조금만 더 사랑해 주었더라면, 그분을 만나려 하고 마주하려고 했던 것처럼 제 자신을 조금만 더 만나려 하고 마주하려고 했었더라면 하는 생각과 아쉬움이 들어요. 후회인 거죠. 지금의 제가 후회할 수 있기에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떠나보낸 그분과의 만남이 지금 제가 느끼는 것과는 달리 그저 후회 없는 만남이었더라면 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바로잡아야 할 저의 모습들이 그저 제가 되어 있었겠죠.


요즘에는 잠시라도 집에 있으면 답답한 마음에 우연히 알게 된 카페에서 글을 써 내리고 있어요. 오늘도 글을 쓰기 위해 카페로 오는데, 너무 예쁜 노을이 지고 있었어요. 온 세상이 아름다운 노을에 잠겨 황금빛을 내고 있었죠. 그렇게 예쁜 황금빛 풍경을 넋을 놓고 보며 오는데, 문득 저와 그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에 계속되는 장마로 어둡고 회색빛으로 물 들었던 세상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름다운 노을에 잠겨 황금빛을 내뿜고 있는 게 저의 그분과 함께 했던 순간들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더 그분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분을 만날 때에는 정말 그분에게 잠겨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으니, 정말 그분에게 저의 온몸을 던지려고 했고, 던졌던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의존적인 관계였죠. 언젠가는 무너져 내릴 수  밖에는 없는 관계요.


살아오면서 한 번이라도 누군가와 함께 하는 순간을 절대로 잃고 싶지 않다는 강박을 느낀 경험이 없었던 것처럼, 그분을 만나 오면서 제가 몰랐던 저의 모습을 마주할 때에는 마냥 당황하기만 했던 것 같아요. 그저 그분에 대한 저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핑계로 진심으로 제 자신을 마주하기보다는 합리화하기 바빴던 거죠. 그렇기에 저의 그분에 대한 잘못된 행동들은 계속되고, 반복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때의 저는 그런 저의 잘못된 부분들을 절대로 바로 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던 거죠. 제가 감히 그때 그분의 기분을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깊은 구멍 속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그렇기에 저는 그분이 저의 손을 절대로 쉽게 놓아버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진심으로 저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기에 그저 터지는 저의 감정을 그분에게 쏟아내고, 호소하기보다는 저의 부족하고 결핍되어 있는 부분들을 제가 사랑하는 일로써 채우려고 하고, 이런 과정들은 어느새 제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는 지금 이별이 사랑이 되는 순간 속에서 글을 써 내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이 이별이 되는 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