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인생살이에서 실현하지 못한 것을 아들이 이루어주기를 바랐다.
게오르규 <다뉴브 강의 축제>
아버지는 내가 검사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셨다. 그래서 내가 원치 않았던 법대로의 진학을 고집하셨다. 큰아들이 일단 법대를 가면 공부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현실은 달랐다. 대학생이 된 후에 아버지를 피해 다녔다. 공부는 뒷전이었다. 동아리 활동과 술로 대학 2년을 보냈다. 아버지는 나를 볼 때마다 고시공부를 하라면서 나무라셨다. 너무 답답했다. 아버지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내가 기억하는 우리 부자의 마지막 대화는 고시공부에 대한 것이었다. 나도 아버지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진로를 두고 부자간에 언쟁을 벌였다. 아버지를 피해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로 도망가자.' 입대를 하는 것이 만족스러웠던 몇 안되는 사람이었지 않을까 싶다. 군생활에서는 아버지의 잔소리(고시공부해라!)가 없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군에 있는 것이 자유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아버지의 소포가 오기 시작했다. 뜯어보니 '고시잡지'였다. 다시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왜 이렇게까지 하실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매달 오던 아버지의 소포를 뜯어보지도 않고 사물함에 처박아두었다.
나의 아버지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인생살이에서 실현하지 못한 것을 아들이 이루어주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