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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Mar 18. 2021

♨10. 카레는 3분이 아니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카레가 간단한 음식인 줄 안다. 아이들은 멕시코에서 봉지에 들어있는 '3분 카레'로 처음 카레를 접했다. 아빠가 카레를 끓인다고 하니 숟가락을 들고 금세 자리에 앉았다. 방으로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아빠 카레는 3분이 아니다."


양파를 잘게 썰어 기름을 두르고 다글다글 볶는다. 투명하게 될 때까지 볶는다. 카레의 단맛은 여기서 나온다.

냉장고에 넣어둔 소고기를 꺼낸다. 네모네모 썰어서 양파와 함께 볶아준다. 고기의 지방을 끌어낸다. 양파와 고기가 볶아지는 소리에 벌써 식욕이 돈다.


잘 볶아지면 물을 부어준다. 소고기의 맛있는 기름이 송글송글 올라오기 시작하면 카레가루를 넣어준다.

감자, 당근을 네모네모 썰어둔다. 냉장고에 고구마, 사과가 있다면 같이 썰어둔다. 사과의 단 맛도 기분 좋은 단 맛이다. 몽글한 감자의 맛도 좋지만, 고구마의 달콤한 맛도 카레와는 잘 어울린다.

재료를 몽땅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케첩을 한 숟가락 정도 짜넣어준다. 맛 팁이다.


이제부터는 관심과 사랑을 담아 몽글하게 끓여준다. 다진 양파는 보이지도 도록, 감자와 당근은 그 날 선 몸매가 동글동글해질까지 푹 끓여준다. 바닥에 눌지 않도록 계속 슬렁슬렁 저어준다.

이렇게 시간을 듬뿍 먹고 아빠표 카레가 완성되었다.


인스턴트 카레만 접했던 아이들은 기대 이상이라는 표정이다. 그래도 아빠는 아이들의 칭찬이 듣고 싶다.

"아빠가 만든 카레 맛있어?"

막내 녀석은 엄지를 척 내민다. 막내는 직장 생활을 잘할 것 같다. 아빠의 다음 요리를 먹으려면 최대한 오버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직장 처세술 조기 교육이다.


큰 냄비 하나 가득 끓인 카레를 보면서 아빠는 '씨익'하고 미소 짓는다.

'내일 한 끼는 쉴 수 있겠구나.' 아빠의 큰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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