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편도선 수술을 했어요.
'편도선'은 목젖의 양 옆에 위치하고 있는 구개편도를 이야기합니다. 목젖 뒤쪽에 코와 인접한 인두편도(아데노이드)도 있어요. 외부 병원체들에 대한 면역계통의 첫 방어선이라고 합니다.
아기 때부터 정상 크기보다 크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대부분 의사들은 성장 과정에서 작아지는 경우가 있으니 천천히 두고 보자고 하더라구요.
편도선이 크니 감기에 걸리면 고생을 합니다. 목이 아프다고 하구요. 평소 자기도 모르게 컥컥거립니다. 가래를 뱉듯이 컥컥거리는 겁니다. 목에 이물감이 있어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초등 여자아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습관입니다.
큰 결심을 했어요. 편도선 수술을 하기로 했지요. 의사 선생님과 목젖 주변의 '구개편도'만 제거를 하기로 상의를 했습니다. 막상 수술에 들어가서는 수술 범위가 넓어졌어요. '아데노이드'라는 놈이 생각보다 커서 함께 제거를 했습니다.
딸아이가 수술하고 나서는 통증으로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목안의 생살을 자른 것이니 온전할 리 없겠지요. 아이스크림만 먹으면서 목의 통증을 달랬습니다.
퇴근 후에 보니 딸아이가 냉장고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더라구요
뭔가 해서 보았더니 수술 부위가 아물면 먹고 싶은 음식 리스트를 적어두었습니다.
김치찌개, 콩나물 불고기, 떡볶이, 김치찜 온통 매운 음식들입니다.
아빠 표 매운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딸아이 수술 부위가 완전하게 회복되었습니다.
오늘은 신김치와 돼지고기를 듬뿍 넣고 김치찌개를 끓였습니다. 요리를 하지 않을 때는 먹지 못하는 신김치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다 버렸습니다. 김치찌개를 끓일 줄 알게 되면서 신김치는 귀한 식재료입니다. 신김치를 아껴서 먹습니다. 오래된 재료도 다 쓰임새가 있더라구요. 사람도 그렇겠지요?
김치찌개를 끓일 때 시판용 사골육수, 쌀뜻물을 베이스로 하고 마지막에 돼지기름(라드)를 넣어줍니다. 진한 국물 맛이 납니다.
아빠의 부족한 요리실력을 보완해주는 고마운 재료들입니다.
엄지손가락 척하며 먹어주는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아빠는 오늘도 이 맛에 주방에 섭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