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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an 01. 2021

♨5. 아빠도 떡국 끓일 줄 안다.

새해 아침의 아빠표 떡만둣국


새해 첫날이다.


마음에 드는 머그컵을 하나 꺼내들고 녹차를 준비한다.

출장을 다녀오면서 하나씩 모은 머그컵이 이제는 제법 된다.

녹차 한 잔을 들고 책상에 앉았다.


지난 2020년을 돌이켜보고

새해 계획도 세워본다.

영어, 스페인어, 그림 배우기, 브런치, 책쓰기, 자녀교육, 운동..

'계획이라는 놈'이 결승전까지 모두 함께 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왼주하는 녀석들을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올해는 '글쓰기'가 그랬다. 끝까지 완주해주어서 고맙다.


휴일 아침 3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쓴다.

아직은 단잠에 빠져있는 가족들 덕분이다.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는 필자의 머그컵 컬렉션>



아빠의 서툰 떡만둣국


어머니는 요리를 참 잘하신다.

뚝딱뚝딱거리는 것 같더니만 금새 맛있는 한 상을 차려내신다.

결혼 전에는 당연한 줄 알았다.

새해 첫날의 어머니 떡국도 그랬다.

라면만큼이나 쉬운 줄 알았다.

가족들을 위해 직접 떡국을 끓여보고서야 알았다.

고기 한점, 지단 한 줌, 국물 한 모금에 알알이 정성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이제 가족들이 일어날 시간이다.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꺼낸다.

냉동고에 얼려둔 소고기와 따로 손질해둔 소고기 지방을 약간 넣어 냄비에 지글지글 볶아준다.

'새해 아침, 고기 볶는 소리와 함께 하는구나...'

고기가 노릇노릇하게 익었다.

'그대로 먹어도 되겠는데...'

공복을 깨고 식욕이 돈다.


마트에서 사둔 포장 육수를 조금 부어 액젓, 소금, 간장으로 간을 한다.

몸에 좋은 간 마늘도 약간... 아이들 눈치채지 못할 정도만...

조금 더 끓이면 고기에 짭조름하게 양념이 밴다.


그 사이에도 마음은 바쁘다.

달걀 지단을 만들어둔다. 송송 썰어둔다.

어느 정도 푹 끓인 고깃국물에 나머지 육수를 붓는다.

장모님표 만두와 떡을  집어넣는다.


베란다에 돌돌말아 포장하여 보관하고 있는 파를 하나 집어든다.

얕은 흙바닥에서 파 한 줄기가 '쓰윽'하고 뽑혀 나온다. 기분이 좋다. 도시농부가 된 것 같다.

파를 송송 썰어 넣는다.

달걀물을 만들어서 휘익 두른다.

김가루와 지단을 올린다. 

이것이 아빠표 떡만둣국이다.


초4 아들이 아침에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며 두 그룻을 비워낸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가장 큰 기쁨은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겠지?


만드느라고 냄새를 맡아서인지 정작 나는 깨작거리면서 먹었다.

이번 설에는 그리운 어머니표 떡국을 먹고 싶다.

 

<요리 초보 아빠표 떡만둣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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