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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Mar 27. 2021

건물 관리 도우미 분들의 이름을 '꼭' 부르는 한 차장

김춘수 시인의 <꽃>은 우리에게 익숙한 시다. '이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시(詩)이기도 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21층 건물 2개가 쌍둥이 형태로 붙어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 진입할 때 볼 수 있는 쌍둥이 건물이다. 어림잡아 7~8천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큰 건물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청소, 건물관리, 주차장관리, 보안 요원, 식당 운영, 수하물 관리, 매점 운영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다. 이러한 일의 대부분이 용역 형태로 이루어진다. 자주 마주치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뿐이다. 어디 소속인지 이름이 무엇인지까지는 챙기지 않는다.  


회사 매점에서 일하는 여직원과 회사 외부 식당에서 마주쳤다. '얼굴이 눈에 익네' 정도만 생각을 했다. 나와 같이 식사에 동석했던 한 차장은 "000씨, 식사하러 오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한 차장이 매점 여직원의 이름을 알고 있어서 조금 의아했다. 나는 한 차장에게 "아는 사람이야?"라고 물었다. 한 차장은 아는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그냥 얼굴과 이름만 안다고 했다. 한 차장은 회사 건물을 관리해주시는 분들을 가급적이면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를 한다고 한다. 감사한 마음을 표하려고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다. 

건물에 수천 명이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한 차장 한 사람이다.


한 차장의 경험상 이름을 불러주면 상대방 태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나중에 호의로 갚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호의라고 해봐야 아주 작은 것들이다.(비닐 봉지를 준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물론 한 차장이 호의를 바라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아니다. 한 차장은 도와주시는 분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기본 예의라고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만 신경쓰면서 살아가는 나는 

오늘 후배에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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