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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Mar 29. 2021

나이 50에, 걸그룹 팬이 되기로 했다.

중년들을 울리는 브레이브 걸스

여기 한 걸그룹이 있다. 20대 중반 늦은 나이에 꿈에 그리던 걸그룹으로 데뷔했다.

그녀들의 도전은 될 듯 될 듯했으나 끝내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녀들을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군부대 위문 공연만이 유일하게 불러주는 곳이었다. 왕복 12시간 이상이 걸리는 백령도 공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6분 공연을 위해서도 하루 종일 달려갔다. 주어진 무대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활짝 웃으면서 노래를 불렀다.


'군통령'이라는 애칭도 생겼고, 밀보드(군부대 빌보드)에서 인기 상위권이었지만, 거기까지였다. 2021년이 되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멤버들은 점점 나이 들어갔다. 평균 나이 30세, 이제는 '걸'그룹이라고 하기에 조금은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일년내내 단 한 차례의 무대만이 주어졌다.


2021년 2월 23일 멤버들이 모였다. "이제 접자. 이제는 안되겠다. 정리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는 말을 나누며 해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믿기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공교롭게도 다음 날인 2021년 2월 24일 유튜브 채널 '비디터'의 댓글 모음 영상의 유튜브 알고리즘 효과로 인해 상황이 급반전되었다. 유튜브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4년이 지난 노래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으며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2021년 3월 12일에는 데뷔 후 첫 퍼펙트 올킬(모든 음원차트 1위)을 달성했다. 2021년 3월 14일 인기가요에서 데뷔 후 첫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걸그룹이 되었다. 포브스, ABC뉴스를 비롯한 글로벌 매체에서도 기록적인 역주행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대한민국 가요 역사상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역사적인 사건이다.

'롤린(Rollin)'을 노래하는 브레이브 걸스 이야기다.


▼ 아래는 브레이브 걸스를 세상으로 이끌어낸 유튜버의 댓글 모음 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fHWIqJkEf4


50대 중년들도 걸그룹의 성장 스토리에 공감하고 있다. 아래는 인상 깊었던 중년들의 댓글이다.

나이가 50이 다 되어 가는데 너네 보면 눈물이 난다. 30년 전 군대 생각도 나고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 1위 한 너네들 보면 내가 사는 이유가 느껴진다. 고마워 브레이브 걸스~~~ 포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일 그만두더라도 공연하고 있는 오늘 열심히 한 너네가 고마운거야~~ SBS인기가요 1위 보면서 나도 울었네~~ 나이가 있는데 주책바가지~~^^


평생 걸그룹 응원해본 적이 없는 내일 모레 50대 앞둔 아재인데 오늘 starpass 다운받아서 sbs인기가요 실시간 투표했다. 영상 볼 때마다 힘들었던 군대 시절 생각나는데 그 멀고 험한 곳에 저 밝은 표정으로 위문 공연해줬다는 게 당사자도 아닌데도 고마워서 응원하게 된다.


난 아줌마인데 이 영상이 왜 이리도 힐링되고 좋죠? 꼬북좌 웃음에 같이 행복하고 메보좌 보컬에 시원해지고 왕눈좌 예쁨에 눈이 가고 단발좌 쉬크에 상큼해지고  그들의 열정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 어떤 다큐보다 감동이네요 ♡ 계속 응원합니다.



걸그룹 팬이라는 것을 하기로 했다.


연예인에게 마지막으로 두근거려 본 것이 '강수지씨, 하수빈씨'인 것 같다. 수많은 걸그룹이 들고 났지만 이렇게 감동을 받기는 처음이다. 그녀들의 스토리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늘부터 걸그룹 팬이라는 것을 해봐야겠다. 입덕을 해야겠다.

나뿐만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직장에서 힘들어하는 회사원들도,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자영업자들도 모두가 브레이브 걸스의 스토리에 공감하고 있다. 브레이브 걸스가 왜 이렇게 전 세대를 걸쳐 감동을 주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첫째,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되지 않더라고 오늘을 즐긴다.


그녀들은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매일매일을 노력으로 채워나갔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에게 성공이 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브레이브 걸스는 무대에서 웃었다. 특히 멤버 중 하나인 유정의 활짝 웃는 미소는 인터넷에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학폭 논란, 인성 논란으로 얼룩진 아이돌 세계에 신선함을 던져주고 있다.

<방송 인터뷰 중에서>

나의 중년의 삶도 계획했던 대로 온 것은 아니다. 열심히는 했는데...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다. 항상 내일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젊은 후배의 진심 어린 미소에서 지혜를 배웠다. 되지 않더라도 오늘 이 순간은 즐겨야겠다.



 둘째, 그래도 실력이다.


얼굴만 예쁜 걸그룹들 중에는 라이브를 소화하지 못하는 그룹들이 있다. 브레이브 걸스는 인터뷰용 마이크를 가지고도 훌륭하게 라이브를 소화해낸다. "롤린♬ 롤린♬ 롤린♬"하는 후렴구도 안무를 소화면서 부르기 어려운 고음이다. 메인보컬 민영은 코러스가 아니고 라이브를 고집한다. 라이브로 하는 것이 관객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브레이브 걸스의 노래 실력에 감탄하는 팬들이 많다. 왜 이제야 그 진심이 전달되었을까.


20년 동안 인사 조직에 근무하면서 '실력보다 운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아니다. 그래도 실력이다'라고 수 백번은 마음속으로 외쳤다. 조금은 지쳤던 것 같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운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었다.


브레이브 걸스는 실력을 차곡차곡 쌓으면 언젠가는 한 번이라도 기회가 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어린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다시 생각을 다잡기로 했다. 오늘 하루에 충실하고 지금 쌓을 수 있는 것은 한 칸이라도 쌓아 올려보기로 했다.

'지금은 오늘을 쌓자. 기회가 오면 그때 잡으면 된다.'



셋째, 진심이라는 것이 통하는구나.


그녀들은 유일하게 허락된 군부대 공연에 최선을 다했다. 다른 걸그룹들은 억지로 마지못해 가는 군부대 공연이 그녀들에게는 그토록 간절했던 무대였다. 무대에 최선을 다하고 공연에 정성을 다했다. 불러만 주면 달려갔다. 2017년 이후 100회 이상의 군부대 위문 공연에 참여했다. 다른 걸그룹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기록이다. 다른 걸그룹은 기피하는 군부대 공연에 하나하나 진심을 다해왔다.


진심을 다한 그녀들을 위해 군인들과 예비군들이 움직였다. 브레이브 걸스에게 '이제는 은혜를 값자'는 분위기가 온라인상에서 형성되었다. 군생활 중에서 위로를 받았던 <롤린>이라는 곡을 위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브레이브 걸스의 진심에 군인들이 화답한 것이다. 그리고 그 화답에 대한민국이 응답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역주행의 신화가 이루어졌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와보니까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브레이브 걸스 '유정' 뉴스1 인터뷰 중에서


어린 후배들이 포기하지 않고 절망을 버텨준 것이 고맙다.

브레이브 걸스 영상을 보면 주책맞게 눈물이 난다.


당신도 브레이브 걸스를 통해서 공감했으면 한다.

'당신의 지나온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포기하지 말자. 한 번은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당신에게 힘든 지금 이 순간은 해뜨기 전의 어두움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낮아진 자존감도 역주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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