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 Apr 22. 2021

직장인의 휴식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직장인은 일이 아니다

낯선 이국땅에서 번아웃이 찾아왔다. 


주재원으로 발령나면서 월화수목금금금 일을 했다. 교회를 가는 일요일 오전을 제외하면 회사에서 시간을 보냈다. 새벽에 나가면 자정 즈음에 들어왔다. 잠깐 눈을 붙이고는 직장으로 달려갔다. 가족들은 일요일 오전에 잠깐 보는 것이 전부였다. 쉬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전력을 다해 앞만 보고 달려도 되는 줄 알았다. 성과와 승진이라는 달콤한 보상이 다 해결해줄 줄 알았다. 


그렇게 4년을 일하다가 갑자기 번아웃이 찾아왔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이 힘들어졌다. 20년 직장생활에서 처음 경험해보는 당혹스러운 순간이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주재원으로 일하는 것이 행복한가? 낯선 이국 땅에서 가족은 행복한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일하는 것이 힘드니 직장 내에서도 짜증이 늘었다. 휴식이 부족하니 작은 일에도 아내와 아이들에게 짜증을 냈다. 때로는 화를 냈다. 아이들은 화를 내는 아빠를 무서워했다. 둘째는 아빠에게 오려고 하지 않았다. 아빠를 피했다. 행복하려고 일하는 것이었는데 행복과 멀어지고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휴식이 필요했다. 잠시 멈추어 서는 것이 간절하게 필요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직장인 중 사원의 94.9%, 주임‧대리급은 98%, 과장급 89.7%가 번아웃을 경험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직장인 중 평균 95%가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번아웃(burn out)은 '타버리다, 에너지를 소진하다'는 뜻이다.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 에너지가 방전된 것처럼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나타내는 심리학적 용어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는 '번아웃 증후군'을 만성적인 직장 내 스트레스로 정의내리기도 했다. 



휴식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휴식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이라고 정의한다. (국어사전)


하던 일을 훌훌 벗어던지고 새로운 일을 통해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있다. 현실적으로 평범한 직장인이 자신이 하던 일을 하루 아침에 벗어던지기란 쉽지 않다.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휴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일로부터 탈출할 수 없는, 혹은 탈출하고 싶지 않은 직장인들이 어떻게 휴식을 누릴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보았다. 



첫째, 워케이션을 활용해보았다.


워케이션(Workaction)이란 'Work'와 'Vacation'의 합성어로 여행지에 머무르며 일하는 업무 혹은 업무 중에 하는 여행 형태를 뜻한다. 기업들의 조직문화가 바뀌고 있다. 무조건 많이 일해야 한다던 철학에서 변화하여 충분한 휴식과 휴가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워케이션'이다. 업무 출장에서 개인에게 휴가의 시간을 제공하는 식이다. 일과 휴식을 함께할 수 있도록 일정을 배려해 주기 시작했다. 


워케이션의 본래 개념은 휴가지에서의 업무를 인정하여 급여를 지급하는 근무제도이다. 일본항공(JAL)은 2017년부터 워케이션을 도입해 연간 최대 5일까지 휴가지에서 근무하는 것을 허용했다. 일정 시간 동안 여행지에서 업무를 하고 업무 시간과 내용 등을 회사에 보고하면, 이를 유급휴가가 아닌 정상근무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반대로 출장 중에 연차를 연계하여 쓰는 워케이션도 인정하고 있다.


LA로 해외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필자의 상사에게 보고하고 출장지에서 휴가를 썼다. TV와 영화에서만 보던 명소를 방문하고, 평소 먹고 싶었던 인앤아웃 버거를 먹으면서 작은 휴식을 누렸다. 출장 중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그 뒤로는 장기간 해외 출장에는 휴가를 1~2일 같이 신청하여 현지에서 휴식의 시간을 보낸다. 최근에는 한국의 기업들도 워케이션 제도를 공식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출장지에서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있다. 이러한 휴식이 개인과 조직의 생산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트위터 캡처


둘째, 마이크로 브레이크(Microbreaks)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업무 중에 '잠깐의 휴식'을 갖는 것은 업무 효율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연구팀이 이야기한 '잠깐의 휴식(Microbreaks)'은 업무 중에 간식 먹기, 동료와의 대화, 스트레칭, 간단한 두뇌활동 등 업무와 관련 없는 활동을 의미한다. 잠깐의 휴식이 업무 몰입도와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결과가 나왔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경우 흡연을 하면서  짧은 휴식을 취할 것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필자의 경우에는 점심 식사 후에 10~20분 정도의 낮잠을 청한다. 잠깐 일어나서 회사 건물 한 바퀴를 산책하기도 한다. 사내 도서관에서 가서 신간을 뒤젂거리기도 한다. 1층에서 필자가 근무하는 14층까지 걸어서 올라오는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마이크로 브레이크'가 다시 업무에 몰입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데에 도움이 된다. 사무실에 하루 종일 앉아만 있지 말자. 앉아만 있는 것이 우울감과 비례관계에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루 종일 앉아있는 것이 흡연보다 나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루 10~20분이라도 시간을 내서 마이크로 브레이크를 해보자.


게티이미지뱅크


셋째,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하다.


주 52시간 제도가 도입되고, 워라벨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조직문화에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퇴근 후의 삶이 보장되기 시작했다. 주말에 제대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의 회사에서는 작년에는 2주 휴가를 권장했다. 올해는 3주 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장기 휴가를 다녀온 동료들 중에는 시간을 때우는 것을 힘들어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긴 휴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냥 TV나 밀린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는 동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렇게 휴가를 다녀오면 쉬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X세대와 86세대들은 회사일과 골프 외에는 취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긴 휴식이 주어지면 어쩔 줄 몰라한다. 이제는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가지는 것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몰입할 거리가 있는 사람은 더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시간이 주어지면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쓴다. 긴 휴식시간이나 휴가가 주어지면 나름대로 알차게 시간을 보낸다.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에 몰입하다보면 회사 생활에서 쌓였던 스트레스와 긴장감도 사라지는 기분이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서 여행을 가지 못하는 지금 개인에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아이템은 필수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에게 휴식의 시대, 휴가의 시대가 왔다. 기업에서는 정시 퇴근과 연월차 사용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휴식이 일상속으로 찾아왔다. 직장인으로서 효율적으로 휴식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해졌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휴식이 아니다. 휴식은 '쉼이라는 적극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휴식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당신은 휴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