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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Apr 24. 2021

좋았던 기분은 순간이다.

작은 감사가 행복이라오.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던 일들


새 차를 인수했다.

자동차 회사 직원으로서 일부 혜택을 받아서 차량을 구입했다. 새 차 냄새에 기분이 좋아졌다. 신발의 흙이 차에 떨어질세라 타기 전에 탈탈 털고 타기도 했다. 파란색 도어 가드를 한동안 떼지 못했다. 차 안 보호 비닐도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 새 차를 산 기분을 한동안 누렸다. 


핸드폰을 새로 구입했다. 

새 폰을 받으면 혹시라도 떨어트릴세라 조심조심 들고 다녔다. 이전에 쓰던 스마트폰에서 사진과 자료를 다운로드하였다. 배로 늘어난 데이터 용량에 기분이 좋아졌다. 빨라진 속도와 늘어난 배터리 유지 시간에 흐뭇해졌다. 처음 써보는 S펜을 신기해하면서 메모장을 열어 이것저것 쓸데없는 글들을 써보았다. 새 폰을 쓰는 것이 기분좋았다.


2020년 주식을 시작했다. 

인생 첫 주식거래였다. 오십이 되도록  주식을 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저축으로 자산을 모으는 것이 진리라고 생각했다. 코로나 19 폭락장 이후 주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주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니 대한민국 대표주만 매수했다. 기왕 시작한 것인데 미국 주식에도 도전을 했다. 테슬라를 추격 매수했다. 중국의 내수 1 등주에도 투자를 했다. 미국 S&P500 지수에 연동하는 ETF에도 투자를 했다. 투자실력은 없는데, 운이 좋았다. 그렇게 1년을 투자하니 제법 수익이 났다. 주식 통장에 찍힌 수익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유주택자가 되었다. 

'2018년 인구절벽이 온다'를 읽고 집을 팔고 주재원 파견을 나갔었다. 주재원을 다녀와서 2018년 복귀를 해보니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있었다. 집을 살 수 있는 형편이 안되었다. 그렇게 무주택자로 버티다가 2020년 말에 영끌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받을 수 있는 대출이라는 대출은 모두 받았다. 취득세 낼 돈이 부족해서 할부로 등기필증을 발급받았다. 처절하게 대출을 모아 집을 샀다. 비록 대출이지만 폭등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막차라도 탈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토록 좋았던 기분도 순간이었다.


화려하게 좋았던 기분이 영원한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덤덤해졌다. 차는 세차한 지 오래되었다. 스마트폰은 퇴근하면 책상 위에 휙 던져둔다. 이제 주식 통장 잔고는 0이다. 코스피 지수가 3200을 찍은 이후로는 더 이상 주식 거래를 하지 않고 있다. 새로 산 집이야 내가 살고 있지 않으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화려한 일들보다는 매일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기쁨들이 잔잔한 행복감을 만들어준다.

빈센조 드라마를 보면서 깔깔깔 웃어젖히는 아내와 딸아이의 유쾌함이 행복으로 전이된다.

회사 일로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면서 '일이 우선이 아니니 그만두고 좀 쉬라'는 마음에 없는(?) 이야기를 할 때 '내편이 있구나'하는 위안을 얻는다.  

아빠가 한 투박한 요리를 엄지 척해주는 착한 가족들과 행복을 나누어 먹는다.

괴발개발 쓴 글을 브런치의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댓글로 소통할 때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런 소소하고 행복한 기분들이 나의 오늘을 건강하게 채워준다. 



감사일기 쓰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에 보고서를 보는데 글자가 흐릿흐릿하게 보였다. 노안이다. 조금 짜증이 났다. 나의 청춘은 영원할 줄 알았는데... 이제 다초점 렌즈 안경을 껴야겠구나 싶었다. 서글퍼졌다.


<행복>이라는 제목의 CCM이 있다. 글을 쓰면서 20번쯤은 들은 것 같다.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사는 삶  ♪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며 사는 삶 ♬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
이것이 나의 삶에 행복이라오 . ☎
(생략)


감사일기를 꺼내들었다. '노안이 왔지만 그래도 시력이 온전하여 노력하면 세상을 볼 수 있으니 감사하다'라고 적었다.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다. 행복한 일이다. 화려하고 대단치 않은 일들이지만 내 주변에도 감사한 일들 투성이다. 


오늘도 출근할 수 있어서 감사. 

건강한 하루여서 감사. 

코로나19 걸리지 않아서 감사. 

부족한 남편을 항상 감싸안아주는 아내에 감사.

퇴근하면 쪼로록 달려와 아빠를 안아주는 아이들에 감사.  

매일 무엇이라도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 

조악한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브런치 글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


작은 감사를 적어내려가니 기분 좋아진다. 

작은 감사가 오늘을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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