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 May 24. 2021

멕시코의 도시들 (2)

② 경제 수도 몬테레이

2014년 9월 멕시코 몬테레이 공항에 도착했다. 멕시코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채로 낯선 땅에 던져졌다. 그렇게 살 집도 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멕시코 주재원으로 5년 가까이 살아냈다. 5년 동안 몬테레이라는 도시에서 삶과 변화를 온몸으로 겪어냈다. 



동네 뒷산이 절경인 도시, 몬테레이


주재 중에 장인, 장모님이 몬테레이를 방문하셨다. 사위와 딸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귀한 시간을 내서 멕시코를 오셨다. 주말 아침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장인, 장모님과 20분 거리의 동네 뒷산으로 향했다. 우아스떼까(Huasteca)라는 협곡이었다.  


우아스떼까는 몬테레이의 그랜드 캐년이라는 애칭이 있는 장소다. 물론 그랜드 캐년의 규모와 웅장함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도 절경은 절경이다. 도로가 잘 닦여 있어 차로 이동하면서 멋진 산세를 구경할 수 있다. 산과 산의 이어짐, 그 조각과 결이 신비롭기만 하다. 신이 깎아놓은 조각품 같다. 태양 빛에 따라 반짝거리는 것이 거대한 신의 보석 같기도 하다.


장인과 장모님은 중국의 무릉도원이라는 장가계(張家界) 못지않게 산세가 좋다고 감탄하셨다. 험한  산지인 장가계는 한참을 걸어가야 절경이 보이는데 여기(Huasteca)는 동네 산책하듯 나와도 절경을 즐길 수 있으니 더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 몬테레이의 동네 뒷산 '우아스떼까(Huasteca)'

https://www.youtube.com/watch?v=kjvAyL6Tuag&t=10s



덥지만 살만한 몬테레이 기후 


몬테레이(Monterrey)는 멕시코 동북부 누에보레온주에 있는 도시다. 누에보레온주의 주도이며, 광역 인구는 약 5백만 명이다. 인구는 멕시코시티, 과달라하라에 이어 멕시코 제3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해발 540m 지점에 있으며, 여름철에는 45℃를 넘어가는 더운 날씨지만, 겨울철에는 비교적 온화한 편이다. 겨울에 영상 10℃ 이라로만 내려가도 직원들은 춥다면서 날리 부루스다. 겨울용 파카와 털부츠를 꺼내 신는다. 겨울에는 일교차가 크다. 아침에는 영상 5℃ 내외로 쌀쌀하다가 낮 기온이 30℃를 훌쩍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재원들이 초반에 감기로 고생을 하기도 했다. 


필자에게 한국과 몬테레이의 기후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몬테레이를 선택할 것이다. 통상 여름에는 밤 기온이 30℃를 넘어서지만 습도가 높지 않으니 열대야라는 것이 없다. 한 여름에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지낼만하다. 더위로 잠자리를 뒤척인 기억이 없다. 



2018.2.10일 촬영 / 32℃


2017년 겨울에 눈이 내렸다. 30년 만의 눈이라고 했다. 멕시코의 젊은 직원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을 보았다고 한다. 차 유리창에 살짝 내려앉은 눈 뭉치를 모아 던지면서 깔깔거렸다. 앞으로 30년 동안 못 볼 수도 있는 눈을 만끽하는 멕시코 직원들이었다.



산들의 왕 몬테레이


Monterrey의 'Monte'는 스페인어로 '산'이라는 의미며, 'rey'는 '왕'이라는 뜻이다. 직역하면 '산들의 왕'이라는 뜻이다. 멕시코를 척박한 초원이나 사막 땅으로 연상하겠지만, 산들에 둘러싸인 곳들도 많다. 특히 몬테레이는 주변에 해발 2000m~ 3,000에 달하는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미국 국경까지 여행을 하다가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을 보고 산들의 왕, Monterrey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산으로 둘러싸인 몬테레이


서로를 무시하는 멕시코시티와 몬테레이


몬테레이는 북부의 술타나(Sultana de Norte)이라 불린다. 멕시코 도시 중 가장 부유한 도시이자 현대적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멕시코 북부 내륙의 주요 소비 시장이자 상품 공급처다. 19세기 이후 산업 중심 도시로 성장하게 되었으며, 미국과 가까운 거리로 인해 외국 자본의 진출이 원활했다. 


몬테레이는 멕시코 다른 지역에 비해 미국의 영향이 두드러진 것을 볼 수 있다. 사회 인프라와 시스템을 미국의 것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빈번하다. 멕시코 주요 기업들의 본사 뿐만 아니라 주요 다국적 기업들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1975년 이후 멕시코에서 증권 거래 허가를 받은 사람 중 3분의 2 이상이 몬테레이를 중심으로 누에보레온 州에 거주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경제의 중심지라는 성격이 강하다.


몬테레이 사람들은 멕시코 경제 중심지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몬테레이에서는 멕시코시티 사람들을 촌놈이라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멕시코시티는 몬테레이 사람들을 북부 촌놈이라고 무시한다. 지역 간의 미묘한 갈등은 전 세계 공통인 것 같다.



2014년 기아의 멕시코 진출


몬테레이를 이야기하면 기아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특히 몬테레이 교민 역사는 기아의 진출 전후로 나뉜다. 기아 진출 전에는 500여 명의 교민만 있었다. 한인들이 미국으로 이민 가기 전에 잠시 거쳐서 돈을 벌어가는 곳으로 인식되는 지역이었다.


2014년 기아 진출로 지역 내 한인사회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자동차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대규모 고용을 창출한다. (완성차 공장 하나가 7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 생산 전후방에 협력사들을 필요로 한다. 한국의 많은 협력사들이 동반 진출했다. 


이로 인해 교민 숫자가 500명에서 5,000명(한인회 추산)으로 10배 늘어났다. 한식당, 미용실, 한국 떡집, 한국 마트가 들어서면서 한인 사회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기존에 몬테레이에서 구멍가게 수준의 한인 마트를 하던 S 사장은 기아의 진출로 인해 대형 마트를 추가 오픈하고 사업을 확장했다. 하루는 S 사장이랑 차를 한 잔 하는 데 얼굴이 싱글벙글했다. 필자가 얼굴이 보기 좋다고 했더니, 수입이 많아져서 절로 웃음이 난다는 것이었다. 예상치 못한 규모로 매일 돈이 들어와서 잠자리에 누우면 절로 웃음이 난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래 본 일이 없어서 기분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미국 국경에서 200km


미국 텍사스주 국경에서 200km 떨어져 있어, 미국 자본과 멕시코 노동력이 결합하는 산업이 성장했다. 몬테레이에 거주하는 교민의 경우에는 미국을 수시로 다녀온다. 몬테레이에서 2시간이면 멕알렌(McAllen)이라는 미국 텍사스 주의 중소 도시를 방문할 수 있다. 미국은 쇼핑 천국이다. 대형 아울렛에서 공산품과 의류를 잔뜩 사 가지고 멕시코로 돌아온다. 조금 멀리 가는 경우는 5시간 거리의 샌안토니오, 8시간 거리의 휴스턴을 방문하기도 한다. 주재원들도 잦으면 매 달, 드물어도 반기에 한 번은 미국을 방문했다. 쇼핑으로 주재 생활의 고단함을 달래곤 했다. 


몬테레이 시민들이 즐겨찾는 미국 액알렌시의 RIO GRANDE VALLEY PREMIUM OUTLETS









매거진의 이전글 멕시코의 도시들(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