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새벽부터 일어나서 글을 썼다. 글을 쓰고 싶어 주말을 기다렸다. 퇴근 후에도 1~2시간은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재미있었다.
<중년도 스페인어 하고싶다>, <5개 외국어로 혼자 놉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글을 잘 씁니다.> <밥짓는 아빠>, <평범한 직장인의 루틴 이야기> 같은 글들을 썼다. 글을 쓰다보면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루에도 몇 개씩 글을 올릴 때도 많았다.
화장실에 가면 뉴스 기사 대신 브런치 앱을 켰다. 브런치 글을 보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다. 다른 작가 분들의 글들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댓글에 답글을 달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브런치에서 만난 글 친구들과 소통하는 것이 재밌었다. 브런치 작가님들과 그분들의 글이 반갑고 소중했다.
<게티이미지>
어느 날 갑자기 글쓰기가 부담스러워졌다.
20일 넘게 글을 쓰지 않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두려웠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어려웠다. 글을 올리는 것을 주저하게 되었다. 나는 왜 슬럼프에 빠졌는지 생각해보았다.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첫째, 멋진 글을 쓰려는 욕심이 컸다. 좋은 글을 쓰려고 하니 부담이 생겼다. 브런치에 올릴 때도 부담이 되었다. 어중간한 글을 올릴 수가 없었다. 독자들의 시선이 무서워서 손이 곱는 것 같았다. 점점 글을 쓰는 것이 부담되었다.
둘째, 열정이 식었다. 갑자기 아이디어들이 꽉 막혔다. 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글에 대한 열정이 식는 것을 느꼈다. 글을 쓰는 것이 즐겁지 않았다.
셋째, 목표를 잃어버렸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책을 내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책을 내고 나서는 글쓰기에 대한 절박함이 이전만 못한 것을 느꼈다. 뚜렷한 목표가 없으니 글쓰기의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다시 일어나서 글을 쓴다.
답답한 마음에 브런치 슬럼프에 대한 글을 찾아보았다. 슬럼프가 길어지면 몇 년씩 간다는 글도 있었다. 깜짝 놀랐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일단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멋진 글, 힘이 들어간 글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폼나게 쓰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손에 힘을 빼고 써보려고 한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왜 쓰는가'에 대한 목표를 재설정했다. 단순히 책을 쓰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서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로 재조정했다. 단 한 분이라도 글을 통해 울림이 있다면...작은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된다. 만족한다. 그것으로 내게는 의미있는 글쓰기가 될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쓴다. 다시 글쓰기를 사랑할 수 있을까?
당신에게도 글쓰기 슬럼프가 있었습니까?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