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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ul 13. 2021

나이 50에 머리를 올립니다. [상편]

김부장의 골린이 이야기

김 부장이 골프를 하지 않은 이유 3가지


나는 골프를 피해왔다. 동료들이 주말에 골프장으로 초대해도 정중하게 사양했다. 친한 친구들이 못 쳐도 좋으니 가자고 해도 나가지 않았다. 아는 선배가 비용을 댈 테니 나가자고 해도 예의를 갖춰 사양 의사를 밝혔다.  


첫째, 주말에 골프장으로 나가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어렸다. 아직도 아이들은 초등학생들이다.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필요한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아빠가 함께 하자고 해도 아이들이 떠날 것이다. 주말을 외부에서 운동으로 보낸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유일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주말에 가장이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이 미안했다. 아내 혼자 육아를 부담하게 할 수는 없었다. 주말에는 아이들을 위해 요리를 해준다.


둘째, 건강에 도움되는 운동인가 싶었다. 필드에 나가지는 않더라도 배우기는 해야겠다 싶어서 레슨을 받은 적이 있었다. 힘으로 치려다 보니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그렇게 아플 수가 없다. 팔꿈치에 통증이 느껴졌다. 오른 손목이 시큰거렸다. 허리에는 묵직한 통증이 생겼다. '뭐 이런 운동이 있지' 싶었다. '열심히 할수록 몸에 좋지 않은 운동이라니...' 바로 골프 레슨을 중단했었다.


셋째, 골프에 들어가는 비용도 운동을 주저하게 했다. 골프장 이용료, 캐디피, 식사비, 내기 비용을 감안하면 30여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일반 직장인이 취미 생활 차원에서 쉽게 쓸만한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그 돈이면 우리 가족 식사가 몇 번인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보니 '귀족 스포츠'라는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 다시 불어온 골프 열풍을 보면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어떻게 비용을 감당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골프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왔다.


부서 변경이 있었다. 새로운 본부장, 새로운 동료들을 만났다. 새로운 부서는 외부 인사 접촉이 많은 부서였다. 골프를 치는 것이 비즈니스로 인정받았다. 새로운 부서에서 골프는 개인 취미가 아니었다. 골프를 연습하는 것을 영어만큼이나 직장인에게 필요한 자기 계발로 인정했다. 필자도 골프를 배워야 했고, 쳐야 했다.


집 근처 골프스쿨에 등록했다. 똑딱이, 하프스윙부터 다시 시작했다. 기초부터 한 달을 배웠다. 한 달이 지나도 풀스윙과 피니시가 어색하기만 하다. 가만히 서있는 볼인데 제대로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자꾸 볼 위쪽을 때리게 된다. 어쩌다 잘 맞아도 7번 아이언 기준으로 100m를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아직 스윙이 자리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필드를 나가야 했다. 첫 필드 경험이다. 한국에서는 일명 '머리를 올린다'라고 한다. 필드 약속을 잡으니 자기 전에 한 번이라도 빈스윙을 해보고 잤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골프에 대한 영상으로 도배되었다.


김 부장은 그렇게 긴장된 마음으로 필드를 향했다.


< 첫 필드 경험담은 2편에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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