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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ul 19. 2021

닮고 싶은 임원이 생겼다.

#1. 대기업의 임원들

샐러리맨의 꽃이라는 임원


신입사원이 입사해서 임원이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2020.11월 '유니코써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기업 직원 129명 중 1명만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0.8%의 확률이다. 2014년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는 기간은 평균 22.1년, 임원이 될 확률은 0.74%라고 한다. 그만큼 되기 어려운 것이 임원이다. 


필자와 2000년에 같이 H그룹에 입사한 600명 중 3명이 임원이 되었다. 0.5%의 확률이다. 실제 필자와 주변 동기들이 20년이 넘도록 아직 직원으로 머물러 있으니 임원이 되기 어렵다는 반증이다.


<유니코서치 자료>



불안한 대기업의 임원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임원이 된다 하더라도 대기업에서 ‘별’을 달았다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강퇴’를 걱정해야 한다. 특히 임원 임기가 1년으로 축소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젊은 임원을 선호하는 분위기이다. 50대 초반에 어렵게 임원을 달았는데 나이 많다고 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부장들 중에는 임원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있다. 임원이 되어 1년 만에 잘리기보다는 10년을 더 직장생활을 하겠다는 것이다. 임원이 찬밥신세라니 격세지감이다.



그래도 임원은 임원이다. 


임원이 되면 대우가 달라진다. 직급에 따라 별도 사무실이 주어지고, 차량이 지급된다. 운전기사가 배정되기도 한다. 비서가 배정되기도 한다. 일단 연봉이 대폭 올라간다. 동기보다 빨리 임원으로 승진했던 선배 K가 있다. K선배는 임원이 되니 비로소 저축을 한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다. 그 선배는 지금 8년째 임원을 하고 있다. 꽤 많이 저축했을 것 같다.


직장생활을 30년 한 P 부장이 있다. 50대 중반이다. 실력으로는 누구나 인정받던 사람이다. P 부장이 임원 후보자로 올라갔다. P 부장을 높게 평가하던 경영층이 P 부장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P 부장! 지금 뒤늦게 임원 달면 1년 만에 잘릴 수도 있다. 부장으로 5년 더 다니는 것이 낫지 않겠냐?"

P 부장은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대답했다.

"6개월이라도 좋으니 임원을 달고 싶습니다."

선배는 작년 연말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래도 임원은 임원인가 보다.



닮고 싶은 임원이 생겼다.


2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십 명의 임원들과 직접 일을 했다. 수백 명의 임원들을 지켜보았다. 자신의 일에 있어서 스페셜리스트들이 임원이 되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일 잘하는 사람들이었다. 


아쉽게도 존경받는 임원은 많지 않았다. 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서류를 집어던지던 임원, 직원들을 압박하고 소리치던 임원, 자신의 성공을 위해 직원들을 희생하던 임원... 임원 중에 마음으로 존경받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저 임원이어서 대접을 받을 뿐이었다.


이번에 조직 변경을 하고 J 전무를 상사로 만났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임원을 달았던 분이라 주변에서 일을 하면서 알고 있었던 분이다. '일 잘하는 분이구나'하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


같은 조직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함께 일한 기간이 짧기는 하지만 '이런 임원이라면 계속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닮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내가 임원이 된다면 이렇게 해야겠구나'생각하게 됐다.



첫째, 직원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란다.

J 전무는 직원들의 성장이 자신의 성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있다. 직원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 어학을 공부하도록 시간을 배려한다.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라고 독려한다. 비용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직원들이 일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필자가 신입사원 시절 사내에 '공인노무사' 양성과정이 개설되었다. 회사 비용과 시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인사팀에서는 법학을 전공했던 필자를 교육 입소자로 내정했다. 그런데 필자의 팀장이 이를 거부했다.

필자가 교육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분은 중장기적으로 인재를 만들기보다는 당장 지금 써먹으면 된다는 마인드였던 것이다. 아직도 그분이 원망스럽다.


둘째, 섬세한 배려가 있다. 보통의 임원들은 직원들에게 대접받기를 원한다. 조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직원들을 위한 배려를 하는 임원은 많지 않다. J 전무는 직원들과 식사를 할 때 자신의 입맛으로 식당을 고르지 않는다. 젊은 직원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식당을 선정한다. 자신의 집 근처에 사는 직원들이 있다면 고향에서 올라온 제철 음식들을 싸서 집으로 보낸다. 고생하는 아내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골프를 치더라도 가급적이면 자신이 비용을 정산한다. 라운딩 중에도 후배들의 마음을 보듬으면서 골프를 친다. 혼자 즐겁자고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셋째, 네가 최고라고 인정해준다. 필자는 얼마 전에 그룹사 인사팀장을 대상으로 글로벌 세미나를 진행했다. J 전무는 환영인사에서 필자와 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룹 인사팀장들에 어필해주었다. 


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사위지기자사 여위열기자용)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는 말이다. 리더가 나를 알아주니 무서울 것이 없었다. 일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세미나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직장인의 꽃은 임원이라고 한다. 임원에 의해 회사 주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기업의 중장기 전략을 결정하는 것도 임원에 의해서다. 회사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임원이다. 이렇게 중요한 임원은 어떠한 사람들이어야 할까? 뛰어난 성과를 내는 임원들은 어떠한 특성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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