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다. 직장에서 만났다고 하면 더욱 감사한 일이다. 필자는 존경할 수 있는 상사를 4명이나 만났으니 운이 좋다고 할 수 있겠다. 기획실에서 만났던 최 이사는 존경하는 상사 중 한 분이다. 지금도 카톡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공유하고 있다.
최 이사와 근무할 때 매년 연말이 되면 회의실로 모였다. 모여서 개인별 10대 뉴스를 함께 나누었다. 한 해의 삶을 나누면서 서로 공감했다. 동료의 멋진 성취를 보면서 동기부여를 받기도 했다. 필자의 작은 성취에 대해서도 동료들이 함께 기뻐해주었다.
지금은 최 이사와 근무하지 않지만 그 이후로도 매년 스스로 10대 뉴스를 정리해둔다. 올해도 10가지 뉴스를 선정하여 플래너에 적어두었다. @오르다 작가님의 브런치 글을 읽다가 용기를 얻어 필자의 10대 뉴스를 공유해본다.
1. 브런치 작가가 되었어요.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는 강한 심리적 저항에 직면한다. '발행'을 누르면서 죄책감이 밀려온다.
'이렇게 부족한 글을 올려도 되는 걸까?'
다른 분들도 나랑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았다. 꾸역꾸역 글을 올렸다.
'내 안에 쓸거리들이 있구나', '조금 일찍 시작했더라면 좋았겠는데?'라고 느끼는 한 해였다.
"오늘도 즐겁게 쓰고 있습니다!"
2. 암이라구요?
'건강염려'를 많이 하는 편이다. 아버님이 젊은 나이(49세)에 쓰러지시고 10년을 고생하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신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9월부터 등에 불쾌한 통증이 느껴졌다. 소화도 시원치 않다. 조금 견디다가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가 CT를 찍어보자고 했다. 췌장암이 '의심'된다는 CT진단 결과가 나왔다. 아내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다. 애써 덤덤하게 아내를 위로했다.
"괜찮아! 아직은 의심이라고 하니 큰 병원 가서 확인해보면 돼."
속으로는 떨렸다. 두려웠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이제 겨우 40대인데... 너무 빠르지 않나...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지금 하늘나라로 가더라도 분에 넘칠만큼 감사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와 어린 아이들이 있지 않은가? 가슴이 저미어왔다.
11월에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했다. 너무 바쁘셔서 필자보다 더 피곤해보이는 의사 선생님이었다. 조금은 무뚝뚝한 의사 선생님이 덤덤하게 진단결과를 이야기했다.
"췌장암은 아닌 것 같아요. 혹 같은데 추적 관찰해봅시다."
'아닌 것 같다'는 소리만 귀에 반복해서 들렸다. 다행이다. 새해 1월에 다시 복부 CT촬영을 한다.
예상대로 좋은 결과가 나와서 브런치에 좋은 소식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3. 출간 계약을 하다.
'100가지 꿈의 목록'을 가지고 있다. 필자만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다. 하고 싶은 일, 만나고 싶은 사람, 배우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가지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을 적어두었다. 20년쯤 묵힌 곰삭은 버킷리스트가 하나 있다. '내 이름을 걸고 책을 쓰는 것이다.' 마감효과를 기대하며 목표 기한도 적어두었었다.
2020년 10월에 좋은 출판사를 만나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분에 넘치도록 훌륭한 분들이다. 출간 계약을 하고 얼마 후 필자의 버킷리스트를 뒤적이다가 깜짝 놀랐다. 목표기한을 2020년으로 적어두었는데, 실제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다. 놀라서 리스트에 '소름'이라고 적어두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김 작가의 버킷리스트 중에서>
4. 딸아! 편도선 수술보다는 아빠의 요리를 기억해다오.
필자의 브런치에 이미 올린 바 있다. 딸 아이가 올해 편도선 수술을 했다. 수술 덕분에 가래를 뱉는 습관도 없어졌다. 컥컥거리지 않는다. 잘 때도 편히 잔다. '진작에 수술할 걸'하는 생각이 든다. 수술은 감사하게도 좋은 결정이었다.
딸아이는 수술 후 회복을 하면서 아빠가 하는 매콤 칼칼한 음식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지금은 오랫동안 기다린 만큼 잘 먹고 있다.딸이 나중에 커서 수술의 고통보다는 아빠 요리에 대한 추억을 더 강렬하게 기억하기를 바래본다.
책을 한동안 놓고 살았다. 주재원 시절에는 5년동안 한 권도 읽지 않은 것 같다. 올해는 변화가 필요했다. 변화가 간절했다. 여름휴가에 나만의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해보리라 마음먹고 2주간 도서관에서 살았다. 아침을 먹고나면 춘천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읽고 싶은 주제를 정해두고 하루종일 읽어내려갔다.
2주 내내 내리던 비의 도움이 있었다. 휴가 기간 내내 비가 오기는 처음이었다. 기록적인 폭우였다. 폭우가 쏟아지니 가족들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푹우와 코로나 19 상황에서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가족들의 응원과 격려도 컸다. 가장이 2주를 도서관에 쳐박혀 책만 읽었는데 잔소리보다는 격려를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