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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an 02. 2021

나만의 2020년 10대 뉴스 ②

2020년을 관통하는 내 이야기

<10대 뉴스를 쓰면 좋은 점>


첫째, 기록은 기억보다 강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당신 인생에서 중요했던 사건 10가지를 적어보라. 얼추 10가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했던 사건 100가지를 적어보라. 기억에 의존하여 100가지를 적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확신한다. 겨우겨우 적어내더라도 정말 중요했던 사건들이 이미 기억 속에 사라진 경우가 많을 것이다. 리가 기억하는 대신에 노트가 기억하게 해두면 된다.


자신의 10대 뉴스를 기록해두면 그 해 어떠한 일이 중요한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나중에 메모한 내용을 열어보면서 그 때의 기쁨, 아픔, 설렘과 같은 감정들을 다시 돌이켜볼 수 있다.



둘째, 한 해가 정리되는 기분이다.


인간은 항상 후회하기 마련이다. 한 해동안 열심히 후회없이 살았는지 늘 의문이다. 찝찝한 마음을 안고 새해에 들어간다. 10대 뉴스를 기록해 보면 한 해가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때로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된다.

'아! 이건 참 잘했구나.'

'맞아! 한 해 열심히 살았었지...'



셋째, 새해 계획 작성에 도움이 된다.


10대 뉴스를 적다보면 빠진 부분이 보이기 마련이다. 10대 뉴스에 들어가지 못한 안타까운 녀석들이 보인다. 새해 계획에 자극제가 된다. 미흡했던 부분을 새해 계획으로 옮겨 적을 수 있게 된다.

'이건 새해에 다시 해야겠는데?'


오늘도 늦지 않았다. 아직은 2020년의 기억이 생생하다. 2020년 자신의 10대 뉴스를 기록해보자. 가족과 함께 하는 10대 뉴스도 좋다. 필자도 오늘 우리 가족의 10대 뉴스를 가족들과 나누어 보려고 한다.



<김 작가의 2020년 10대 뉴스 ②>



6. 저는 '영끌'입니다.


필자는 대표적인 부동산 하락론자였다. 2015년에 '2018 인구 절벽이 온다'를 읽고 집을 사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5년간의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2019년에 귀국해보니 집값이 너무 올랐다. 내가 기억하던 집값이 아니었다. 예전 집값이 생각나서 집을 살 수가 없었다.


2020년 코로나가 터졌다. 가계부채가 증가했다. 정부는 연이어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내놓았다. 법인 매물과 양도세 회피를 위한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필자는 부동산이 하락세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을 사지않고 버텼다. 경기 하락장에서 무주택자로서의 여유를 즐기리라 생각했다. 필자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항상 부동산 하락을 예상하는 영상을 추천해주었다. 2020년만큼은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


2020년 연이은 부동산 상승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더 늦으면 평생 집을 살 수가 없겠는데?'

'통화량이 이렇게 증가하는데 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을까?'

결국 대출을 일으켜서 집을 샀다. 흔히들 말하는 '영끌'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집을 샀다. 집을 사고 나서 관심이 가는 유튜브 영상이 바뀌었다. 부동산 상승에 대한 영상에 관심이 간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바뀌었다. 집값 상승에 대한 유튜브 영상들이 저절로 추천되고 있다.

'나는 참 간사하다!!!'



7. 입사 20년차


"20년 근속패가 나왔습니다. 총무팀에 와서 받아가세요"

총무팀 담당자의 안내전화가 왔다. 통상은 조직장이 직접 전달하고 간단하게 동료들이 축하도 해준다. 현재 파견을 나와있어서 스스로 20년 근속패를 수령했다. 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입사를 할 때는 한 회사를 20년 다닐 줄 몰랐다. 이직도 한 번 하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다.

'20년이라니... 마음은 아직도 열정넘치던 신입사원인 것 같은데'

'후배들이 부담스러워하는 '라떼는 상사'가 되었으려나?'



8. 올해도 배웠습니다.


주재원에서 한국으로 복귀해보니 트렌드가 많이 바뀌어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자율주행, 전기차 확산, 인공지능, 데이터 기반의 관리 등 5년 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필자가 일하는 영역도 큰 변화가 많았다. 변화에 맞는 자기계발이 필요했다.


기회가 되어 'R프로그램' 교육을 받았다. 조직 내 후배 중에 잘하는 직원이 있어서 중간중간 코칭을 받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외계어인 줄 알았다. 원리를 이해하고 한 줄씩 배워가다 보니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막연한 두려움이 조금은 가시는 것 같았다. 아직은 R프로그램의 초보다. 이제 막 발걸음을 떼고 있다.

'초보라도 괜찮아!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해'



9. 소속 변경


연말에 발령이 났다. 같은 조직 내에서 소속변경이 있었다. 팀원 전체가 이동을 했다. 업무를 그대로 끌고 가지만 소속이 바뀌었으니 큰 변화다. 변화는 늘 두렵다.

'새로운 조직에서 어떻게 한 해를 그려낼까?'



10. 아들 방에 세들었습니다.


한국의 30평대 아파트는 대부분 방이 3개다. (물론 요즘 신축 30평대 아파트는 알파룸이 있어 방이 4개인 경우도 있다.) 안방, 아이들 방으로 하나씩 주면 딱 맞아 떨어진다. 코로나로 인해 강제 재택근무를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아빠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거실 한 켠에 테이블을 놓고 일을 했다. 글을 썼다. 공용 공간이라서 집중도가 떨어졌다.


초4 아들과 협상에 들어갔다. (아들 방은 베란다 확장을 해서 넓은 편에 속했다.)

'아들! 아들 방에서 베란다 확장 공간만큼 아빠가 써도 될까? 책이 나올 때까지만 쓸게. 대신 건담을 사주마.'

아들은 녹녹치 않은 협상 파트너다. 아빠의 절박함을 알고 건담 2개를 불렀다.

'딜'

그 날부터 아들 방에 세들었다. 베란다 공간만큼이 아빠 임시서재가 되었다. 여기서 회사일도 하고 글도 쓴다. 

'저는 아들 방의 세입자입니다.'

<BTS를 시청하는 딸에게  임시서재 자리를 뺏긴 아빠... ㅠ.ㅠ>



2021년에도 멋진 자신만의 10대 뉴스를 만들어가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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