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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Dec 26. 2021

중년도 중국어가 되나요?

노트북을 켰다. ZOOM(줌)에 접속했다. 9명의 40대 남자들이 온라인에 모여있다. 서로 모르는 사이다. 머쓱한 분위기가 흐른다. 긴장된 눈빛이 역력하다. 젊은 여성이 온라인 방에 입장한다. 9명의 시선이 일제히 한 사람에게 쏠린다. 

"따지아 하오(大家好)! 석 달 동안 중국어 과정을 맡게 된 OOO입니다." 중국인 선생님이었다. 


그렇게 중국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9명 중년들의 중국어 공부가 시작되었다. 연수원에 입교하여 어학 교육을 하는 것이 통상이나 코로나 19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교육이 시작되었다. 



아기새가 된 중년들...


9명의 중년들은 중국어가 처음이다. 병음을 읽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했다. 학교를 졸업한 지 20~30년 된 중년들이 학생이 되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들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b(뽀어), p(포어), m(모어), d(뜨어), t(트어)...."

기본 병음을 선생님을 따라 아기새 마냥  종알거린다.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참 열심이다.



뜨악! 성조가 와 이리 어렵노?


중국어에는 성조가 있다. 4가지 성조가 있다. 성조가 정확해야 의사소통이 된다. 같은 발음이라도 성조가 다르면 전혀 다른 뜻이 된다. 같은 '마[ma]'자라도 '엄마'가 되기도 하고, '말'이 되기도 하고, '욕하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7147554&memberNo=30807198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조를 경험했다. 입과 머리가 따로 논다. 머리로는 3성을 발음하려고 하는데, 선생님은 내가 2성을 발음했다고 한다. 나는 4성을 발음한 것 같은데, 선생님은 1 성이었다고 한다. 생각과 입이 따로 노니 죽을 맛이다. 성조가 잘 안 되는 필자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갔다.



성조에 특화된 경상도 사투리(방언)


성조가 안돼서 죽을 맛인데, 유독 쉽게 따라 하는 동료들이 있다. 울산과 부산에서 온 동료들이다. 선생님이 이야기한 대로 그대로 따라 한다. 옆에서 지켜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중국인 선생님도 경상도 동료들의 성조가 비교적 정확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경상도 사투리에 원래 성조가 있다고 한다. 흔히 많이 드는 예로 "가가가가가"가 있다. 표준어로 이야기하면 '가'자의 나열이지만 경상도 사투리로 하면 아래처럼 다양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출처 : https://modi.tistory.com/m/168>


한국의 총면적은 1,004만 128.5㏊이다. 세계 108위의 크지 않은 나라이다. 그 작은 나라 안에도 성조가 되는 지역이 있고, 안 되는 지역이 있다.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 시작이다. 3개월 후에는 중국어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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