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첫 출근날 아침이면 회사 안에 안내 방송이 울린다.
"잠시 후 8시부터 시무식이 진행될 예정이오니 간부사원들께서는 강당으로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양복을 입은 수 백명의 직원들이 강당으로 이동한다. 간단한 영상이 상영되고, 회사 대표의 신년사가 이어진다. 김 부장은 이렇게 20여 년을 회사 시무식에 참석했다.
최근 연말과 연초 대표적인 기업 행사였던 종무식과 시무식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첫째, 코로나로 사람들이 단체로 모이는 행사 개최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의 젊은 총수들이 실용을 강조하면서 형식적인 형태의 시무식을 취소하고 있다.
셋째, MZ세대들에게는 딱딱한 회사 행사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2022년 1월 3일 김 부장의 신년 첫 출근이다. 강당으로 모이라는 안내 방송은 없다. 김 부장은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냈다. 회사의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했다. 수천여 명의 직원들이 이미 메타버스를 통해 시무식에 참여하고 있었다. 메타버스에서 회사 대표이사가 신년사를 이어간다. 20여 년 동안 오프라인 시무식에 익숙했던 김 부장에게는 혁신적인 변화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가상현실을 넘어 사회·문화·경제 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산업계 전반의 메가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무식이라니...'
김 부장은 주변에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급격한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직장 내 환경 변화가 빠르기만 하다. 올해는 작년과 다르고, 오늘은 어제와 다르다. 직장 내 변화에 겨우 겨우 따라가고 있지만 도태되지 않을까 은근슬쩍 두렵다. 시대 변화에 떨어지는 꼰대라고 후배들이 생각할까 봐 걱정되는 신년 첫날의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