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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an 21. 2022

QR코드의 나라로...

다음 주 월요일에 떠나라고요?


화요일 퇴근 후 중국법인 총무팀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다. 그동안 기다리던 '중국 정부 업무 허가증'이 갑자기 나왔다는 것이었다. 이제 중국 주재원으로 떠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회사에서는 기왕 업무 허가가 나왔으니, 다음 주 월요일에 바로 출발하라고 한다. (헉! 빠른 의사결정)


수, 목, 금 단 3일간 워킹데이에 모든 준비를 다 해야 했다. 후배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했다. 급행으로 중국 비자를 신청했다. 중국비자센터에 지문을 등록했다. 중국대사관 지정병원으로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2022년 1월부터는 코로나 검사를 2차례 진행해야 한다.) 항공기 예약을 점검했다. 4주간 격리와 주재원 생활에 필요한 개인 짐을 쌌다. 주재원으로 나가게 되었다고 주변에 인사를 돌렸다. 양가에 들러서 4년 동안 주재원을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드렸다. 모든 것이 초!초!초특급으로 진행되었다.



QR코드의 나라


정신없이 준비를 하고 시간에 쫓기듯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대형 캐리어 2개, 기내용 캐리어, 백팩, 양복 케이스를 들고 쩔쩔매면서 항공사 발권 카운터로 향했다.


숨을 헐떡이면서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발권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이 필수였다. 지금부터 QR코드 없이는 중국 입국이 안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코로나 검사 결과를 가지고 'HDC 건강QR코드'를 발급받는다. 발권 시 HDC 건강QR코드를 제시해야 발권을 할 수 있다.

두 번째, 인천공항에서 '건강신고서 ID'라는 QR코드를 발급받는다. 비행기 탑승 시 항공사에서 확인하고 중국 도착 후 코로나 핵산 검사 전까지 사용한다.

세 번째, 중국 공항에 도착하면, '중국공항 입국인원 인식' 목적의 세 번째 QR코드를 발급받는다. 이 QR코드를 기반으로 격리 호텔을 배정하고 최종 목적지까지 안내한다. 이 QR코드는 프린트해서 아예 개인 여권 후면에 부착해준다.

네 번째, 격리 호텔에 도착하면 격리자 대상 위챗 방 가입을 위해 호텔이 관리하는 QR코드를 스캔한다. 격리 중 공지사항을 공유하고, 개인별로 체온을 측정하여 위챗 방에 올린다.


아래는 필자가 중국에 입국하면서 발급받는 QR코드들이다. QR코드 발급을 할 수 없으면 중국 입국 자체가 불가능하다. 연세가 높아 스마트폰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중국 입국이 어려울 것 같았다.



격리 호텔 내 매점에서 운영하는 채팅방을 QR코드를 통해서 참여했다. 한국에서 짐을 싸면서 과일칼을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은 것을 알게 되었다. 매점에서 과일칼을 현금으로 살 수 있는지 물었다. 현금은 안되고 알리페이/위챗 페이 QR코드로만 결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현금(위안화)이 많아도 물건을 살 수가 없었다.

김 부장이 격리호텔 운영자와 채팅한 내용 캡쳐


중국, 앞서가는 디지털 사회화


김 부장이 중국에서 받는 첫인상은 'QR코드의 나라'라는 것이었다. 중국은 현금에서 디지털 결제 사회로 바로 전환했다. 선진국과 우리가 중간에 거쳐간 신용카드 결재 시스템을 뛰어넘었다. 중국에서는 거지들도 현금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리페이/위챗 페이로 구걸한다. 자의던지 타의던지 빠르게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YTN뉴스 캡쳐

반면, 일본은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 일본의 주요 행정이 수기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일본 통계의 70%는 수작업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2021년 일본 정부는 코로나 민생 지원금을 아날로그 방식(수기)으로 접수받았다. 각 행정관서에 수백, 수천 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아직도 주요 기업에서는 도장으로 수기 결재하는 문화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27년이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추월한다고 발표했다. 그 주요 원인으로 일본의 디지털화 지연이 국가 경쟁력을 크게 지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도장 문화를 반영한 사진. 상사에게 보고 시 허리를 숙이듯 비스듬히 도장을 찍는 ‘도장 예절’.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김 부장은 중국에 입국하면서 수 차례 QR코드를 발급받는 것과 결재 시 QR코드로만 가능한 것이 조금은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QR코드를 생활의 일부처럼 받아들이는 중국인들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디지털 시대에 크게 한 발짝 앞서가는 중국의 행보가 두렵게 느껴진다. 대한민국이 디지털 강국이라고 자위하며 안심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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