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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an 25. 2022

궁핍이 창조성을 자극한다.

슬기로운 격리생활


낯선 이국 땅에서의 격리 생활이 풍족할 리 없다. 이것저것 불편한 것들이 많다. 


김 부장은 격리 생활 짐을 싸면서 과도를 따로 챙기지 않았다. 사과 한 개가 후식으로 나왔다. 한동안 사과를 먹지 않았다. 껍질째 먹어도 되지만 농약에 대한 걱정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과도가 없는 것이 불편하다. 집에서는 당연하던 것들이 격리 중에는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궁핍이 창조성을 자극한다.


손 차장은 격리 중 중국 도시락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했다. 배달된 중국 도시락을 그대로 먹을 수 없었다. 배달된 중국 음식을 재창조하기 시작했다. 중국식 계란탕에 한국에서 가져온 '불닭소스'를 섞어 끓여 얼큰한 한국식 탕으로 바꾸었다. 중국 도시락에 나온 버섯과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 시래기 된장국 건조 블록, 김치를 함께 끓이면 얼큰한 김치찌개가 되었다. 서투른 중국어로 마늘을 구해와서 제대로 된 한국식 찌개를 끓이기도 했다. 궁핍한 가운데 창의적인 요리가 탄생한 것이다. 


이쑤시개를 깜빡하고 안 가져온 손 차장은 면봉을 잘라서 이쑤시개로 사용했다.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을 격리 생활 중에 경험했다.


손 차장의 중국 음식 재창조


이 차장은 가족들과 동반 입국했다. 어른들이야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지만 어린아이들은 격리 기간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한창 뛰어놀 아이들이 좁은 공간에 갇혀있으니 좀이 쑤셔 죽을 지경이다. 


격리 숙소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거리들이 없다. 한국에서 가지고 놀던 장난감도 없으니 심심하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막내 녀석이 다 마신 물병을 창문에 붙이면서 놀고 있었다. 놀거리가 없으니 스스로 고민하며 놀거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아이들은 다 마신 물병을 가지고 놀면서도 행복해했다.


이 차장은 아이들과 연을 만들었다. 격리 물품으로 가지고 온 파일 철로 연의 뼈대를 만들고, 비닐로 몸통을 만들었다. 제법 그럴듯한 연이 되었다. 아이들은 창문 밖으로 연을 날려보면서 마냥 즐거워했다. 연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궁핍한 환경에서 창의성이 대폭발한다.


이 차장이 아이들과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만든 연


다 마신 물병을 가지고 노는 이 차장 아이들


생각해보면 그랬던 것 같았다. 놀거리들이 풍족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는 나무 조각 몇 개, 돌조각 몇 개만 가지고도 재미있게 놀았다. 나무 조각과 돌조각 몇 개에 스토리를 만들면서 놀았다. 놀거리가 궁핍해도 흙바닥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그렇게 궁핍한 환경에서 놀았던 선배들과 동년배들이 기생충, 오징어 게임과 같은 K콘텐츠를 만들어냈다. 세계는 한국인들의 창의성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너무 국뽕에 취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궁핍한 환경이 사람의 창조성을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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