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은 노후를 고민해본 적이 없다. 임원으로 승진하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 20년 동안 직장 생활에 뼈를 갈아 넣었다. 열심히 하면 저절로 임원이 될 것이라 믿었다. 직장생활 20년이 지난 후에야 알았다. 임원이 안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만년 김 부장으로 정년을 맞을 수 있다. 김 부장은 50대에 접어든다. 노후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은퇴 후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지금 기준으로 대략 한 달에 250여만 원이 필요하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은퇴 후 생활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250만원은 주로 부부 용돈, 식비, 차량 유지비, 주택관리비, 병원비, 경조사비 같은 것들이다. 골프도 치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한다면 더 필요할 것이다.)
- 월 250만 원이면 연간 3천만 원이 필요하다.(250만 원 X 12개월)
- 은퇴하여 90세까지 산다고 하면 은퇴기간은 30년이다. 현금으로 9억이 필요하다.(3천만원 X 30년)
- 거기에 자녀 두 명이 결혼할 때 1.5억 정도 도와준다고 하면 3억이 더 필요하다.
지금 바로 정년퇴직을 한다면 12억 현금 자산이 필요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 수는 없으니 부동산 가치는 제외해야 한다.) '12억이라니...' 직장인들 중에 12억을 가지고 퇴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대한민국 노인 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중 1위다. 압도적인 1위다. OECD 평균인 14.8%에 비해서도 심각하게 높은 수준이다. 퇴직 이후 두 명중 한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어영부영 50대를 보내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도 있겠구나.'
불현듯 퇴직 후 노후에 대해 위기감이 드는 김 부장이다.
김 부장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한 방법이 무엇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4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첫째, 현금을 넉넉하게 확보하는 것이다. 현금을 넉넉하게 가지고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가장 매력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넉넉한 현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김 부장도 현금 자산이 얼마 없다. 20년 넘게 열심히 일했는데도 김 부장의 통장은 여전히 '텅장'이다. (된장!) 집 한 채와 은행 빚만 달랑 남아있다. 매 달 대출 이자 갚고, 아이들 학원비 결재하고 나면 통장이 휑하다.
둘째, 비근로소득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게 한다. 가수들의 경우 히트한 노래 하나가 연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저작권을 가지고 있으면 평생 계속해서 돈이 들어오는 것이다. 서장훈처럼 빌딩을 가지고 있으면 평생 월세가 들어오니 노후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러나 일반 직장에게 빌딩 구입은 복권 당첨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김 부장은 과장 시절 월세를 받겠다는 생각으로 상가에 투자한 적이 있다. 투자 실패로 억대에 이르는 원금을 날렸다. 그 뒤로는 상가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셋째, 노후에도 지속적으로 일한다. 근로소득이 들어오게 한다. 3년 전에 퇴직한 사촌형은 경비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왜 굳이 경비일을 하시나 생각했는데 절로 이해가 됐다. 퇴직 후 치킨집과 같은 창업을 하는 선배도 있다. 전국 치킨집수는 무려 9만여 개라고 한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치킨집이다' '퇴직 후 치킨집하면 망하다'라는 말이 있다. 퇴직 후 창업도 쉽지 않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김 부장은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지만 글쓰기가 소득으로 전환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이야 즐겁게 글을 쓰고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써야한다면 스트레스받을 것 같다.
넷째, 연금을 미리 준비한다. 직장인에게 가장 현실적인 노후 준비 계획이다. 일찍 시작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김 부장은 연금에 대해 무지했다.
- 회사가 알아서 국민연금을 납부한다. 김 부장은 얼마가 들어가는지도 잘 모른다.
- 퇴직금은 퇴직연금형태로 운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DB형이던가? DC형이던가?' 하던데 이해하기 복잡하다. 담당자에게 알아서 신청하라고 했다.
- 매년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연금저축펀드에 400만 원, IRP에 300만 원을 불입하고 있다. 수익률이 제자리이던데 '원래 그런가보다' 생각한다.
김 부장은 이 정도면 잘 준비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왔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평균 정도 연금 플랜은 되지 않을까 생각해 왔다.
연금을 통합적으로 조회할 수 있는 '통합연금포털'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회원가입하고 들어갔다. 김 부장의 연금플랜을 한눈에 조회해볼 수 있었다. 김 부장은 충격을 받았다. 가입한 연금상품의 예상연금액의 현재가치 대비하여 '노후 자금이 부족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연금이라는 것이 누가 알아서 챙겨주는 것이 아니었다. 김 부장은 스스로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연금을 공부해야겠다 생각한다. 해외 주재원 생활에서 책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전자도서관에 접속했다. 연금에 관련된 책을 다운로드받았다. 유튜브에서 연금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본다. 마음은 조급하지만 방법이 없다. 한걸음씩 나아가는 수 밖에...
'오십, 연금 공부하기에 아직 늦지 않은 나이다.'
김 부장은 조용히 되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