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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30. 2022
#1. 당신은 이미 중국어를 알고 있다.
한자(漢字)가 온다.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한자(漢字)를 접하게 되었다. 한자는 중국에서 발원했다. 그 기원은 우리가 국사 시간에 배웠던 갑골문(甲骨文)에서 기원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한자는 사물 모양이나 짐승 발자국 등을 본떠 한자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다만 한 사람이 한꺼번에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조금씩 글자를 더해나갔다. 그렇게 지금의 한자가 완성되었다.
한자는 몇 개?
3만 6천개라고 한다. 실제로 모든 중국인들이 36,000개의 한자를 다 아는 것이 아니다. 중국 상용한자는 3,500개이다. 900개 정도의 한자를 알면 90% 이상의 중국어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대학 졸업생의 한자 수준은 2천자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도 중국인들이 모르거나 쓰지 못하는 한자들이 수두룩하다. 산시 성(섬서성)에서 유명한 면 음식인 '뱡뱡몐'을 가리키는 57획짜리 한자가 있다. 아무리 외워도 계속 까먹을만한 비주얼이다.
뱡뱡몐을 나타내는 한자 ‘뱡’우리는 이미 중국어를 알고 있다?
한국, 베트남,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은 2천년 이상 중국 한자 문화권에 속해 있었다. 현재 대만, 홍콩, 마카오, 일본, 대한민국 등의 아시아 국가에서 한자는 직간접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어 단어 상당수가 한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국어 단어 중 57% 정도가 한자어다. 성명과 지명(地名)은 거의 한자어로 되어 있다. 필자의 이름을 비롯하여 99% 이상의 한국인들이 한자 이름을 사용한다.
한국인들은 서구 사람들에 비하여 한자에 익숙하다. 필자 경우에도 고등학교에서 한문 수업을 들었고,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터라 한자에 익숙한 편이었다. 중국어 어휘를 공부하다보면 익숙한 단어들을 많이 만난다. 한국이 한자 문화권이다 보니 익숙한 단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 '관리(管理)'는 한자어다. 중국어에서도 비슷하게 발음된다.
- 管理[guǎnlǐ, 꾸안리] 관리, 관리하다
요즘 아내가 '거의 서른'이라는 중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 중국어를 1도 모르는 아내는 드라마 중간중간 중국어 어휘를 알아듣기도 한다. 중국어를 몰라도 비슷하게 들리는 단어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드라마 '거의 서른'에서 주인공 남편이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는 스토리가 나온다. 아내는 정확하게 '지방간'이라는 단어를 알아들었다.
- 脂肪肝[zhīfánggān, 쯔빵깐] 지방간
간체자가 뭐냐?
'도서관'이라는 의미의 중국어 단어를 접했다. 한자 '圖書館(도서관)'에 익숙한 필자는 반가운 마음으로 중국어 단어를 살펴보았다. 발음(투쓔관)은 비슷한데 한자 모양이 달랐다. 중국에서는 기존 한자가 아닌 간체자를 사용하고 있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문맹률이 높은 나라였다. 한자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이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한자(번체자)는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 배척되기도 했다. '한자가 없어지지 않으면 중국은 반드시 망한다'는 주장이 일기도 했다.
문맹률이 높은 데다가 글자 수가 너무 많아 타자하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배우기 어려운 한자는 중국의 근대화를 방해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한자를 간략화할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중국을 통일한 후 공산당 정부는 기존의 한자를 쓰기 쉽게 간략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지금의 '간체자'이다.
중국어도 어원이 있다.
중국어 한자는 복잡한 구조의 단어들이 많다. 그냥 외운다면 외국인이 그 많은 단어를 암기할 수 없다. 다른 외국어를 공부할 때처럼 어원으로 접근해보았다. 인터넷에서 중국어 한자 어원을 검색해보았다. 한자 어원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았다. 언어학자들과 학습자들이 연구한 어원 학습법들이 있었다. 한자의 어원을 따라가면서 재미있게 암기할 수 있었다.
아래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아는 한자 어원이다.
지금은 한자의 어원을 생각하면서 공부한다. 어려운 한자가 나오면 반갑다. '요녀석 봐라!'하는 생각이 든다. 한자의 어원을 찾아본다. 어원을 생각하면서 한자를 암기한다. 그냥 외우는 것보다 쉽게 외울 수 있다.
어원을 찾을 수 없는 한자도 있다. 이때는 필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단어를 파훼하여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본다. 한자 공부가 재미있어졌다. 예를 들어 '이기다'라는 의미의 중국어 한자 赢[ yíng ]이 있다. 복잡한 획수의 한자다. 17획이나 써야 하는 한자다.
복잡한 획수의 한자를 접하면, 그 한자를 만들어낸 고대의 중국 선배와 시대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것 같다. 무슨 생각으로 그 한자를 만들었는지 조용하게 물어본다.
생각해본다. 한자를 쪼개서 나만의 어원 스토리를 만든다. 누가 평가하는 사람도 없다. 스스로 한자에 얽힌 이야기를 만들어갈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