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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Feb 14. 2022

제 성(性)은 '김구'씨가 아닙니다.

남과 달랐던 아버지


아버님은 특별한 철학을 가지고 계셨다. 지금 생각해도 진취적인 생각이다. 자녀들이 식사 자리에서는 양손을 사용하게 했다. 한손에는 젓가락, 한손에는 숟가락을 쥐게 했다. 왜 아까운 왼손을 놀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왼손을 써야 뇌가 발달한다는 생각이셨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대단한 통찰력이다.



제 성(姓)은 김씨(金氏) 입니다.


아버지는 '숫자 9'를 특별히 좋아하셨다. 숫자 9는 3과 3이 곱해지니 '완전 숫자'라는 것이었다.

숫자 9와 발음이 같은 한자(漢字) '갖출 구(具)' '구할 구(求) 자를 좋아하셨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구하는 자가 구할 수 있다'라는 철학을 강조하셨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의 이름도 '구하나' 상사였다. 지금도 본가 집전화 뒷자리는 0091이다. 어머니 핸드폰 뒷자리도 91이 들어갔다.


아버지의 '9'사랑은 자녀들 이름에도 반영되었다. 큰 아들은 '김구선경', 작은 아들은 '김구진경'이라고 지으셨다. 국민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아이들이 "김구 씨냐"며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남궁, 선우, 황보'같은 2글자 성씨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린 나이여서 그랬는지 성씨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 싫었다. 그냥 '김씨' 인데 긴 설명을 해야하는 것이 불편했다.


내 별명은 6년 동안 '김구 선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감사한 별명이지만 국민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별명이었다. 그 별명이 싫어 중학교 진학하면서 이름을 바꾸어달라고 졸랐다.


지금은 '그 때 바꾸지 말 것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 특색있는 이름이 되었을텐데... 김!구!선!경!



한국의 성씨


한국에는 2015년 기준 5,582개의 성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귀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성씨 포함)

대한민국 건국 이전부터 존재했던 성씨는 대략 250여 개다.  한국의 5대 성씨는 '김, 이, 박, 최, 정'이다.

"남산에서 돌팔매질을 하면 김씨나 이씨 집 마당에 떨어진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그만큼 많다.

이중 가장 많은 것이 '김씨(金氏)'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이 김수로왕을 시조로 하는 김해 '김씨(金海 金氏)'다. 필자가 김해 김씨다. 참 흔한 사람 중 한명이다.


출처 : 중앙일보 (2015년 인구센서스 결과)


등소평(鄧小平), 시진핑(習近平),  리커창(李克强)


필자가 생각나는 중국식 이름이다.

중국 이름에도 성이 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사용되어온 성씨는 23,000여개이지만 현재 실제로 사용 중인 성씨는 약 7,000여개라고 한다.


중국 5대 성씨는  ‘이(李 Lǐ)’ ‘왕(王 Wáng)’ 장(‘张 zhāng)’ 유(‘刘 Liú)’ ‘진(陈 Chén)’이다.

- 이(李 [Lǐ])씨는 중국에서 1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 세계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성씨 1위이다. 중국 전임 총리 리커창(중국어: 李克强)이 이씨다.

- 왕(王 [Wáng])씨는 우리에게도 '중국인'하면 가장 익숙한 성씨다. "비단이 장사 왕서방♬"이라는 노래로 친숙하다.

 - 장(张 [zhāng])씨는 중국 성씨 상위 3위에 드는 성이다. 张씨를 쓰는 사람들은 약 8천 5맥만명에 달한다

중국에는 张三李四 [ZhāngsānLǐsì, 장삼이사]라는 말이 있다. 장씨집 셋째 아들과 이씨집 넷째 아들이라는 표현이다. 한국에서 '김 아무개 이 아무개'라고 하는 것처럼 중국에서 '평범한 보통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출처 : 다락원


老师, 您贵姓?
lăoshī nín guìxìng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지금 양국 간 국민 감정이 좋지 않다. 동계올림픽을 통해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 상황을 보고 일본이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양국(兩國)이 날을 세워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친중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國益)이다.)


한국에서 '김, 이, 박, 최, 정'씨를 주로 만났다. 중국에서는 '이, 왕, 장, 유, 진'씨를 주로 만나게 될 것이다.

주재 생활 중에 작더라도 중국 사람들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김씨(金氏)'가 되고 싶다.

그들의 기억에 따뜻한 한국인의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



[참고] 개인적으로 성(姓)과 성(性) 한자가 항상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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