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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an 08. 2021

들기름 한 숟갈 하실래요?

왜곡된 아침 풍경


광고나 영화에 볼 수 있는 한 장면입니다.

잘 생긴 남자 주인공이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밤새 머리모양은 그대로입니다. 떡지지도 않고 까치집도 없는 멋진 헤어스타일입니다.

(뒤척이지도 않고 고정된 자세로 잠을 잤나 봅니다.)

그리고 멋지게 부엌으로 향합니다. 커피를 내립니다.

집 안 가득 아침을 깨우는 커피향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잠시 후에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한 아내가 일어납니다.

남편은 '커피?'라고 스윗하게 이야기하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건넵니다.

 

<네스카페 CF 캡쳐>



20년차 직장인의 현실 아침


아침에 일어납니다.

잠이 덜 깬 눈은 반쯤 감겨있습니다.

머리는 당연히 까치집이 두 세개 자리잡은 상태죠.

방에서 나오면 바로 냉장고로 갑니다.

커피가 아닌 들기름을 한 숟갈합니다. (하하하)


아침에 출근 준비하면서 차 한 잔, 커피 한 잔은 호사입니다.

후다닥 챙겨서 나가기 바쁩니다.

10분만 늦어도 교통량은 확 달라집니다.

들기름 한 숟가락이 저의 아침 루틴입니다.



들기름의 효능


들기름에는 오메가3가 풍부하다고 합니다.

60% 이상이 불포화 지방산인 알파리놀레산이 함유되어 있어, 심장, 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피를 맑게 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는 이야기죠.

들기름에 함유된 로즈마리산은 강력한 항염작용을 하며, 노화방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가글링을 하면 잇몸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들기름 광고가 아니니까 들기름 효능은 이 정도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들기름을 왜 마시는가


바쁜 직장인이 건강을 위해 이것저것 꾸준하게 챙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제 책상 서랍에 별게별게 다 있습니다.

각종 비타민, 곡물효소, 슈퍼 유산균, 사과즙, 흑마늘 진액, 프로폴리스.

이 정도면 건강염려증 수준입니다.

매일 챙겨먹지 못해서 보조 영양제들은 책상 서랍에서 유통기한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20년차 직장인 김 부장은 왜 매일 아침 들기름을 마시고 있을까요?


첫째, 아침 들기름 한 모금은 마음에 위로를 줍니다.

'그래도 내가 건강을 챙기고 있구나'

'들기름 덕분에 나 건강하겠지?'

이런 작은 위로가 힘이 됩니다. 건강한 스스로를 상상하게 됩니다.


둘째, 작은 실천이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줍니다.

직장인의 하루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회의 시간, 상사의 호출, 점심식사 시간, 심지어는 식사 메뉴까지.

모두 내가 아닌 남에 의해 통제되는 하루입니다.

아침에 들기름 한 잔은 내가 통제하는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줍니다.


셋째, 텁텁함보다는 고소함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됩니다.

밤새 입안에 생긴 독소를 제거하는 '오일풀링'을 하시는 분도 있더라구요

저는 그냥 들기름의 고소함이 좋아서 입에 한참을 머금고 있기도 합니다.

고소함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됩니다.



아침 루틴 들기름 한 숟갈은 어느새 2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이번 휴일에 아내가 일어나면

'커피?' 대신 '들기름 한 숟갈?'이라고 스윗하게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참고로 제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를 내립니다.


<오늘 아침에도 들기름 한 숟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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