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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an 11. 2021

매일 새벽 일머리 스위치를 켭니다.

20년차 직장인의 불켜기 루틴



가급적이면 일거리는 집으로 들고가지 않는 편입니다.

늦더라도 회사에서 마무리합니다.

주재원 시절 번아웃된 경험이 있어서 가급적이면 철저하게 지키려고 합니다.

퇴근할 때는 '일머리' 스위치를 끕니다.

집에서는 브런치 글도 쓰고

아이들과 공부도 합니다.



매일 새벽 회사 건물을 바라다보는 루틴이 있습니다.


회사는 헌릉로에 위치해 있습니다.

헌릉로에 진입하면 쌍둥이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서울에 도착했구나' 느끼게 하는 바로 그 건물입니다.)


신호에 걸리면 회사 건물을 올려다봅니다.

매일 아침 실천하는 사소한 루틴입니다.

어두운 건물들 사이사이로 벌써 불이 켜있는 사무실이 보입니다.

새벽을 열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눈에 니다.

'아 이제 회사구나!' 일머리 스위치를 '딸깍' 켭니다.




불을 가장 먼저 켜는 것을 좋아합니다.

 

대학에 입학해서 원치 않았던 전공이 싫었습니다.

1~2학년때는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동호회 활동에 열중했습니다.

학점은 '선동열 방어율'이었습니다. (90년대에는 1~2점대의 낮은 학점을 선동열 방어율이라고 불렀습니다.)


대 후 정신차리고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매일 새벽 학교 도서관의 문을 처음 열고 들어갔습니다.

어둑어둑한 계단을 올라 새벽 미명의 파르스름한 정적이 흐르는 도서관을 매일 만났습니다.

손을 더듬어 위치를 니다.

딸깍! 딸깍! 딸깍! 딸깍!

구형 스위치는 딸깍딸깍 소리를 도서관에 토해냈습니다.

옛날 형광등이 '파바박' 순차적으로 켜졌습니다.

그 순간이 참 좋았습니다.



사무실 불을 켜는 루틴이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아침을 일찍 시작합니다.

새벽을 연다는 기분이 좋아서 사무실에 가장 먼저 출근합니다.

아직은 어둑어둑한 사무실에 들어섭니다.

전 날의 뜨거운 열기가 가라앉은 사무실은 조용합니다.

손을 더듬어 스위치를 누릅니다.

타다닥 조명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사무실은 생명력을 얻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사무실에 생기를 불어넣는 창조주가 된 기분입니다.

오늘도 사무실의 불을 켭니다.

사무실 불을 켜면서 일머리를 함께 켭니다.

나는 새벽 불을 켜는 20년차 직장인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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