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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Mar 26. 2022

주재원은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김 부장은 중국인 직원과 회의에 참석했다. 중국어로 안건들이 논의되었다. 통역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통역 없이 회의가 계속되었다. 통역 없이 회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김 부장에게 중국어가 외계어처럼 들렸다. 이해할 수 있는 중국어들이 없었다. 책에서 배웠던 중국어는 저 세상으로 날아간 것 같았다. 회의에 앉아있는 것이 가시방석이다. 빨리 끝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주재원과 외국어는 필수 분가분의 관계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이런 자세로 버텨야 시집살이를 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주재원도 마찬가지다. 현지 언어가 안 들리는 귀머거리의 시간, 현지 언어를 할 수 없는 벙어리의 시간을 견디어내야 한다.


주재원에게 외국어는 어려운 문제다.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곳으로 가면 그나마 다행이다. 중국처럼 현지 언어만 통하는 곳에서는 소통하기가 어려워진다. 현지 언어 소통이 일 잘하기 위한 핵심 요소가 된다.


벙어리/귀머거리 김 부장은 중국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첫째, 통역을 잘 활용할 수밖에 없다.


현지어가 안되면 현지어를 구사하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중국 법인에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하는 조선족이 있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한족(漢族)도 있다. 바이링궐들이다. 김 부장은 중국어 통역이 없으면 일을 못한다.


통역을 활용하는 것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주재원 생각을 무조건 장황하게 늘어놓으면 통역이 따라가기 어렵다.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어렵다. 통역을 위해 주재원도 배려가 필요하다. 


①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통역들은 한국어에 서툰 경우가 많다. 어려운 한국어 표현을 사용하면 바이링궐 직원이 제대로 통역하기 어렵다. 좀 아쉽더라도 쉬운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어려운 단어라면 풀어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우리가 흔히 쓰는 영어나 외래어에 약한 경우가 많았다.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컨설팅, 비전이라는 일반적인 단어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통역이 영어나 외래어에 약하다면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어야 한다. 

 

② 단문으로 이야기한다. 

지나치게 긴 문장으로 이야기하면 통역이 한 번에 기억하기 어렵다. 가급적이면 단문 단문으로 끊어서 이야기해한다. 그래야 통역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물론 단문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답답할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아도 한꺼번에 말하는 것을 참아야 한다. 내가 말을 많이 해도 통역이 100% 전달하지 못한다면 무의미한 일이 된다.


③ 통역 시간을 최소화한다.

박 부장은 신 사업계획을 준비 중에 있다. 현지인 직원들에게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에 회의를 소집했다. 통역을 통해 향후 계획을 이야기했다. 회의가 1시간을 넘어갔다. 3시간을 넘어서도 회의가 계속되었다. 현지인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느껴졌다. 특히 통역 직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3시간을 긴장하면서 통역하다 보니 탈진할 지경이 되었다.

통역을 통한 회의 시간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너무 장시간 회의는 통역의 품질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통역이 필요한 회의는 사전에 이야기할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압축해서 필요한 내용 위주로 회의를 할 필요가 있다.


④ 한국인으로서의 품위를 지키자.

멕시코 주재 한국기업 D사의 통역 직원들이 한 두 달 만에 사직했다. 며칠 일하다가 그만두었다. 알고 보니 D사 생산 담당 주재원의 폭언이 문제가 되었다. D사 생산 주재원은 현지 직원들의 업무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를 냈다. 폭언을 일삼았다. 폭언과 욕설을 통역 직원에게 그대로 전달하라고 압박했다.


주재원 : "이 닭대가리들아! 이것도 제대로 처리 못해?" " 야 통역 그대로 빠짐없이 전달해!"
통역 : "닭대가리라는 말도 통역합니까?"
주재원 : "야 이 XX야 너는 시키는 대로 그대로 통역하라고!!!"

 

실제 생겼던 일이다. 모멸감을 견디기 힘들었던 통역들은 바로 퇴사했다.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았다. 한국인의 욕설과 모욕적인 행동은 주정부에도 보고가 되었다. 주정부에서는 한국대사관으로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둘째, 결국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


언제까지 통역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주재원들도 현지어로 소통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중국에 2번째 부임한 이 부장은 중국어가 능통하다. 현지 정부와 중국어로 협상도 한다. 중국인 직원들의 보고도 직접 받는다. 필요하면 중국어로 업무를 지시한다. 일 잘하는 주재원이다. 중국어를 잘하는 덕분이다. 

이 부장은 중국에 첫 부임했던 시절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했다. 이 부장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4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조금씩 공부하기로 했다. 


중국에 도착해서 매일 중국어 한 문장을 공부했다. 혼자 발음해본다. 직원이 보고하러 자리로 오면 그날 공부한 문장을 발음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날 하루 동안 계속 한 문장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러면 문장이 자연스럽게 체화된다. 하루하루 채워나가면 제법 많은 문장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직장인만이 할 수 있는 중국어 공부법이다.



셋째, 틀려도 시도해보아야 한다. 


중국인 직원이 김 부장 자리로 왔다. 보고를 하기 위해서다. 김 부장은 열심히 연습한 중국어 문장을 사용해보았다. 좌절했다. 직원이 무슨 말을 하느냐는 표정으로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


그래도 시도해야 한다. 틀리면 경험이 된다. 틀린 문장은 다시 연습하게 된다. 이런 문장이 하나 둘 쌓이면 외국어가 자신의 것이 된다.

 



김 부장이 일하는 회사에는 한국어와 중국어로 서로 의사소통이 된다. 재미있는 것이 제3의 언어가 있다. 중국어 실력이 부족한 김 부장이 구사하는 중국어다. 김 부장의 중국어는 발음도 부정확하다. 성조도 틀린다. 어법도 맞지 않는다. 단어 몇 개만 띄엄띄엄 이야기할 때도 있다. 그래도 귀신같이 알아듣는다. 법인에서 10년 이상 일한 중국인 직원들의 눈치가 100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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