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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Mar 20. 2022

주재원은 왜 바쁠까?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수정해야지" 하고 쓴 글입니다.




3년 만의 주재원 생활이다. 갑자기 인생의 시계가 빨라진 기분이다. 회의 참석, 업무 지시, 보고서 작성, 본사 대응, 직원들이 올린 보고서를 점검한다.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란다.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한 달이 하루처럼 지나간다. 


월, 화, 수, 목, 금을 늦게까지 일하고도 시간이 부족하다. 잠시 시간 내서 동료 주재원을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저녁에는 현지인 팀원들과 식사를 하면서 팀빌딩 활동도 해야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모두 출근한다. 휴일에는 출근하여 한 주간 밀린 일들을 처리한다. 기존의 일들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토요일 일요일에 출근하여 새로운 기획을 검토한다. 정말 토 나올 정도로 일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워라벨이 보장되었었는데...' 

한국을 떠나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업무를 시작하니 체력이 고갈될 지경이다. 


엇보다 글을 쓸 시간이 없다. 주재원 생활을 경험하면서, 중국 생활 속에서 다양한 글감들이 떠오르는 데 차분하게 글을 쓸 시간이 없다. 코로나 격리 기간(4주)에는 매일 2~3편씩 미친 듯이 써 내려갔는데... 이제는 2주째 브런치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주재원은 왜 바쁠까?


이제야 이전 주재원 생활이 기억났다. 주재원 생활은 한국에서의 직장생활보다 배로 바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주재원들도 공감하는 내용이다. 왜 주재원은 항상 바쁠까?


첫째, 영어나 현지어로 일하기 때문이다. 


주재원은 한국어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영어나 현지어로 일하다 보니 2배로 바쁘다. 영어가 회사의 공식 언어인 경우 주재원과 현지 직원 모두가 외국어로 소통하는 격이다. (미국과 영국과 같은 영어권 국가 제외) 모국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불편함이 동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국처럼 현지어가 회사의 공식언어인 경우 주재원이 현지어에 능통하지 않으면 업무 진행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김 부장의 경우가 그렇다. 중국어에 능통하지 않으니 일의 진행이 더디다. 한국에서보다 배로 시간이 걸린다. 


해외법인에서는 현지인 직원과의 의사소통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보고의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영어나 현지어로 제공되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이라면 간단한 구두보고로도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해외법인에서는 서로 간의 의사소통의 정확한 지 상호 간에 확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의사소통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 경우가 많다. 회의록, 보고서, 이메일을 통해 업무가 이루어진다. 이러다 보니 문서를 작성할 일이 많다. 일이 배로 많아지는 이유이다.



둘째, 해외법인에는 일 잘하는 한국인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와보면 한국인들이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느끼게 된다. 회사에서 실무 교육을 잘 받는 덕도 있지만 한국인은 원래 일머리가 뛰어나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을 해외법인에 배치해도 일을 척척 해낸다. 현지인 과장급 이상의 일들을 해낸다.


한국에는 일 잘하는 한국 직원들이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각자 주어진 일들을 알아서 한다. 새로운 업무일지라도 스스로 고민해보고 방법을 찾아본다. 본인이 그동안 해보지 않는 일이여도 해보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팀장의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다. 방향만 제시해주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해외법인에서는 리더인 주재원들이 바빠진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현지인 직원들이 많지 않다. 일일이 업무를 지시해야 한다. 행여나 본인의 JD(Job Descrpition, 직무 명세서)에 벗어가는 일이면 하려고 하지 않는다. 팀장의 고민이 커지는 부분이다.


국뽕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일 잘하는 한국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외국 사람들처럼 일했더라면 '한강의 기적', '2021년 세계 GDP 순위 10위', '세계 국방력 순위 7위'같은 기적들도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다.    



셋째, 주재원은 한국에서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역할을 담당한다.


주재원 사회에는 이런 말이 있다. '주재원은 한국에서보다 한 직급 높은 일을 하게 된다'라는 말이다. 팀원 주재원이면 팀장 급의 역할과 책임을 부담한다. 팀장이면 실장급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더 고민해야 한다. 더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회사도 주재원들이 많은 일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급여를 한국에서보다 높은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다. 김 부장은 늘어난 월급을 보면서 씩 웃는다. 휴일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는 김 부장이다.




오랜만에 노트북을 켰다. 밀린 일이 산더미인데... 글을 먼저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숨 막힐 것 같다. 힘든 주재원 생활에 글쓰기가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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