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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Feb 27. 2022

멀리서 벗이 찾아왔다.(유붕자원방래)

주입식 교육 세대의 유산


김 부장은 주입식 교육 세대다. 수능이 아닌 학력고사를 봤다. 암기가 교육에서 가장 중요했다. 중요한 내용은 입에 붙도록 달달달 외웠다. 암기를 제대로 못하면 교단 앞으로 나와서 엉덩이를 몇 대씩 맞고는 했다. 맞지 않으려면 외워야 했다.


맞아가면서 외웠던 독일어 정관사 변화 der, des, dem, den, die, der, den, die, das, des, dem, das는 30년이 넘도록 잊혀 지지 않고 입안을 맴돈다. 아무 의미 없는 순서인데도 저절로 외워낸다.


한문 시간도 그러했다. 본래 의미를 제대로 몰라도 시험 성적을 위해 무조건 외워야 했다. 까까머리 고등학생 시절 외웠던 사자성어와 중국의 문장들이 30여 년이 넘어서도 소환되곤 한다. 매일 아침 '인민망'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사자성어를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외웠던 사자성어들이 제법 나온다.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http://kr.people.com.cn/203156/414791/index.html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논어(論語)를 펼치면 가장 먼저 나오는 글이다. 세 가지 즐거움으로 시작한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배우고 수시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인부지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不慍 不亦君子乎).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는 김 부장이 가끔씩 인용하던 말이다. 고등학생 시절에 배웠던 한자와 중국어 간자체가 조금 다르다. 중국 공산당에서 문맹률 해소를 위해 쓰기 쉬운 한자로 문자 개혁을 했기 때문이다.



멀리서 벗이 찾아왔다. 어찌 아니 기쁘겠는가?


지난 주말에는 남경에서 일하는 후배가 찾아왔다. 그 후배와는 멕시코에서 같이 주재원 생활을 했다. 퇴사 후 중국에 자리 잡았다. 나이 50이 다 되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차근차근 자리 잡아가고 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후배에게 존경심을 갖게 된다.


중국에서의 첫 중국요리 (우육면)


후배는 김 부장의 격리가 풀리자마자 3~4시간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운전해서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중알못'인 김 부장을 데리고 중국문화 탐방을 했다. 중국어를 하는 후배 덕분에 중국에서 첫 현지식 식사도 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중년 남자 둘이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12시간을 떠들며 놀았다.


시내 카페에서 '소금 커피' 한 잔 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중국에 있다는 것을 잠시 잊게 되었다. 오랜 친구를 만나 한국에서 하루 잘 논 기분이다. 힐링이 되는 주말이다.

요즘 핫하다는 소금 커피





늦은 나이 새로운 시작이 힘들었을텐데, 포기하지 않아 주어서 고맙다.

이역만리 타향에도 사람 냄새나는 친구가 있어서 감사하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얼굴 한 번 보겠다고 한 걸음에 달려와 주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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