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일명 '은갈치' 양복(은색 광택이 나는 양복)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유명 양복 브랜드에서 큰 마음먹고 상의와 바지 2벌을 샀다. 설레는 마음으로 회사에 입고 출근했다.
당시 상사였던 백 이사는 지나가는 필자를 불러 세웠다. 백 이사는 엄지와 집게로 필자의 양복 상의를 뒤적거리더니 한마디 했다.
"양복이 이게 뭐냐? 네가 술집 웨이터냐?"
짧고 강력한 한 마디였다. 은갈치 양복을 입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다시는 회사에 입고 가지 못했다.
짙은 색 정장, 단정한 스타일의 넥타이, 잘 다려진 하얀 와이셔츠
당시 회사의 드레스 코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였다.
2019년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복귀해보니 회사의 드레스 코드에 큰 변화가 있었다. 옷차림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었다. 획일화된 정장 대신 캐주얼을 자유롭게 입는 것을 권장한다. 여름에는 반바지 착용도 허용한다. 비단 김 부장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삼성, LG, SK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율복장 제도를 도입했다. '이러다가 양복 회사들이 망하겠다'는 이야기를 동료들과 하곤 했다.
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자율 복장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왜 그럴까? 복장이 마인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건국대학교 이인자 교수는 "정장은 사람을 격식에 얽매이게 한다. 캐주얼은 활동성이 높아지고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압박감이 줄어들면서 창의적인 사고가 활발해진다."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연구들이 복장이 사람들의 의식과 마인드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자율복장의 바람이 거세지만, 여전히 '유니폼'을 입는 곳들이 있다. 단체로 '근무복'을 입는 곳들이 있다. '작업복'이 필요한 곳도 있다. 유니폼은 직업을 표현한다. 의사, 간호사, 요리사들이 입는 유니폼이다. 유니폼(Uniform)에서 Uni는 '하나', form은 '형태'를 의미한다. 하나라는 것을 나타낸다.
유니폼은 특정 집단의 소속감과 단결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스포츠 단체경기의 유니폼을 생각하면 된다. 자신이 소속된 직장이나 단체의 단체복을 입으면 소속감을 느낀다.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착용자에게 소속감과 일체감을 부여하는 기능이 '옷'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유니폼도 변하고 있다. 이전에는 기능성만을 중시했다. 이제는 디자인적 요소가 중요해졌다. 작업복도 세련된 디자인이 반영되고 있다.
중국인 여직원과 대화를 나누었다. 입사 20년 차 직원이었다. 그녀는 회사 근무복(점퍼)을 입고 출퇴근한다고 한다. 근무복 가슴에 새겨진 회사 로고를 자랑스러워했다.
김 부장은 맡은 일에 책임감을 느꼈다. 김 부장 결정이 직원들의 마인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일터로 만들어야겠다.'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야겠다.'
곧 회사 유니폼 교체 시기가 도래한다. 김 부장은 맡은 일에 적당히 타협하지 않기로 했다. 내 결정이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힘들면 직원들이 행복해할 수 있다.
'직원들이 입고 즐거운 유니폼을 만들어야겠다.'
'남다른 디자인으로 직원들이 밖에서도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