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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Nov 25. 2022

괴물이 되는 통역이 있다.

오랫만에 후배 주재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해외법인에 근무하는 한국인 통역 A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통역이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하소연이었다. 부장처럼 행동한다고 한다. 팀장인 후배 부장의 말을 듣지 않는다. 심지어 팀장을 무시하고 임원에게 직접 보고한다. 주변에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착잡했다. 법인 설립 초기, 김 부장이 직접 뽑은 직원이었다. 일을 열심히 했다. 태도도 참 좋았다. 4개 국어에 능통한 재원이었다. 신입사원치고 보고서도 제법 썼다. 참 좋은 직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챙겨주려고 노력했다. 고과도 챙겼다. 명절이 되면 따로 선물도 챙겨 주었다. 그러다보니 A를 시샘하는 현지인 직원들이 생겨났다. A직원과 현지인 직원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었다. A직원에 대한 김 부장의 관심과 배려는 조직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A직원의 문제도 있었다. A는 성과욕이 높았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동료 직원들을 경쟁 상대로 생각했다. 동료를 향해 칼날을 겨누기도 했다. 팀장에게 동료의 잘못을 수시로 고자질했다. 때로는 소문 수준의 모함을 하는 경우도 생겼다. 많은 현지인 직원들이 A직원 문제로 인해 퇴사했다. 김 부장도 A직원 이야기만 듣고 뛰어난 직원을 해고시킨 경우도 있었다. 김 부장의 해외주재원 경험에서 아픈 손가락 중 하나다.


이제는 후배 팀장이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로 되었다고 하니 안타깝다. 




바이링궐(통역)은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다.


바이링궐(bilingual) 두 개 언어를 할 줄 아는, 이중 언어 사용자의.


주재원으로 근무하다보면 '바이링궐'이랑 일하게 된다. 현지어와 한국어를 구사하는 직원들을 채용하게 된다. 주재원들이 현지어에 익숙하지 못하다보니 바이링궐의 도움을 받게된다. 일명 '통역'이다.


멕시코 주재원 시절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한국인 직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는 조선족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국 땅에서는 의사소통이 어렵다. 통역의 도움은 가뭄의 단비처럼 소중하다.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통역 직원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긴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주재원이 조심해야할 것 중 하나는 통역에 너무 의지하는 것이다. 통역에 너무 의지하면 현지 적응이 늦어진다. 힘들어도 현지어를 써가면서 적응해야 한다. 통역에만 의지하면 현지어 습득이 늦어진다. 


통역에 너무 의지하다보면 통역이 하는 모든 말이 진실인 것처럼 생각된다. 통역이 하는 말에 따라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 현지인들이 반대하는 경우에도 통역이 하는 말에 손을 들어주기도 한다. 통역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주재원을 본 적도 있다. 자꾸 통역의 주관적인 생각에 손을 들어주다보면 현지인들이 입을 닫아버린다. 조직이 정상적으로 돌아갈리 없다.




비영어권 국가로 가면 통역은 필수불가결한 자리이다. 참 감사한 분들이다. 조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직원들이다. 다만 주재원들이 불가근불가원이라는 자세로 대하는 것이 좋다. 인간적으로 너무 가까워지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나중에 얼굴 붉히지 않으려면 주재원과 통역이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는 회사다. 회사의 직원이라는 생각으로 서로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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