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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May 15. 2022

직원을 위해 무릎을 꿇는다는 것

직원이 실수를 했다.


근태 담당 중국인 직원이 내 자리로 왔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부서원 100명의 특근비 처리를 깜빡한 것이었다. 제 시간에 처리되지 않았다. 부서원 100명의 특근비가 지급되지 않았다. 뒤늦게 신청했지만 중국인 인사부장이 특근비 처리를 반려했다.   


김 부장이 나서야 했다. 직원들이 손해 보게 만들 수는 없었다. 부하직원의 실수는 리더가 해결하면 된다. 실수를 한 직원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중국인 인사부장을 찾아갔다. 실수를 인정하고 도와달라고 했다. 중국인 인사부장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 나이 어린 중국인 인사부장은 나에게 일장 훈계를 늘어놓았다.  


"회사가 어려운데 특근을 많이 하면 안 된다."
"부서장이 특근을 관리해야 한다."
"사전에 신고되지 않는 특근을 인정할 수 없다."


중국인 부장에게 훈계를 듣는 마음이 불편했다. 얼굴이 굳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미소를 지었다. '잘 알았노라'라고 이야기를 했다. '다음부터는 잘 관리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김 부장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직원들에게 손해를 감내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내가 두 어번 무릎 꿇은들 뭐 대수이겠는가? 무릎 한 번에 우리 직원들을 지킬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꿇을 수 있다.



중국인 인사부장은 왜 내게 훈계를 했는가...


상황이 해결되고 부서 고참 직원이 내 자리로 왔다. 부서원들을 위해 중국인 인사부장을 설득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중국인 인사부장의 무례한 태도를 참아 주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고 중국인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중국인 인사부장은 '체면' 때문에 나에게 그렇게 행동했다고 한다. 자신이 최종 결재한 근태 처리를 수정하는 것은 자신의 체면을 손상시킨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국인 김 부장이 직접 중국인 인사부장에게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기 때문에 중국인 부장은 체면을 지켰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썩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국에는 '체면 문화'가 있다.


중국에 와서 놀란 것 중의 하나가 '체면 문화'다. 중국인들은 체면을 중요시한다. 목숨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국인의 체면문화는 자신의 자존심과 존엄성을 나타낸다.


중국에서는 체면을 손상당하게 되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종종 나온다. 자녀의 학업 성적이나 행동은 부모의 체면에 영향을 미친다. 학생이 명문대학에 합격하는 것은 학교의 체면과 연결된다. 도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명절이면 고향에 간다. 도시에서는 비록 어렵게 살지만 고향에서는 고급 양복을 입는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가서 자신을 과시한다. 체면때문이다. 식당에서는 계산을 서로 자기가 하겠다고 다툰다. 체면이 중요해서다.   


식사 초대를 하면 너무 낭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록 음식을 주문한다. 다 먹지 못한다. 대부분 남기고 버린다. 자신이 초대한 식사 자리에서 음식이 모라자는 것은 체면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아침 식사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친한 중국인 직원이 김 부장을 아침식사로 초대했다. 나는 간단하게 국수 한 그릇 하자고 했다. 막상 가서 보니 국수 한 그릇이 아니었다. 도저히 먹지 못할 정도로 음식을 주문해두었다. 초대를 한 중국인 직원의 '체면'때문이었다.   

중국에서의 간단한(?) 아침식사 / 아직 국수는 나오지도 않았다.


직원들에게 간단하게 점심을 먹자고 했다. 간단한 점심이 이 정도다.


재미있는 것 중의 하나는 중국의 술자리 문화다. 술자리에 참석한 VIP와 손님에게 계속 술을 권한다. 술자리에 초대받은 사람이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만취해야 술자리 주인의 체면이 섰다고 생각한다. 술이 약한 김 부장에게 계속 술을 권하는 바람에 고역이었다. 이만큼 체면 문화는 중국인들에게 뿌리 깊은 문화 중 하나이다.  



직원 관리에서도 '체면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


중국 기업에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행위는 조심해야 한다. 중국인들은 공개적인 곳에서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원한을 사게 될 위험이 있다. 체면이 상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칼부림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직원이 잘못했다면 조용히 불러 잘못을 지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직원이 체면을 잃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칭찬은 공개적으로, 비판은 개별적으로'라는 말이 통한다.   


중국의 체면 문화는 중국인에게 오랫동안 체화된 문화 현상 중의 하나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디. 중국인들의 문화 중의 하나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알못인 김 부장은 오늘도 중국에 대해 하나씩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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