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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Oct 02. 2022

잔머리 대마왕, 왕 과장

우리 팀에는 잔머리 대마왕이 있다. 참 관리하기 어려운 직원이다. 중국인 왕 과장 이야기다.


책임지지 않는다.


요즘 식당 업체 입찰을 진행 중이다. 시시콜콜한 일들까지도 모든 의사 결정을 김 부장에게 의지한다. 절대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김 부장이 실무적 사안에 대해서는 왕 과장에게 의사결정권을 주어도 소용없다. 의사결정이 필요한 모든 자리에 김 부장을 참석시킨다. 김 부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서가 아니다.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지지 않기 위해서다.'


왕 과장은 모든 일들을 철저하게 '보신주의'라는 기반 아래 추진한다. 자신이 책임질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상사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동료에게 떠넘긴다. 타 부서에게 떠넘긴다.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대해 따끔하게 이야기했다. 왕 과장은 변하지 않았다.



돈이 되는 일만 한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를 발표하고 있다. 2021년 기준 대한민국은 180개국 중 32위에 랭크되어 있다. 중국은 78위에 위치해있다. 중국 정부의 노력으로 계속 부패지수가 개선되고 있으나,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다르다.


협력업체/납품업체로부터 금전/향응/대가를 받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없는 편이다. 회사에 손실을 끼치지 않고 업체로부터 물건을 받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것이다. 어느 날 회사 마케팅팀 직원들 스마트폰이 동시에 교체되었다. 300만원에 육박하는 삼성 갤럭시Z 폴더 폰으로 단체로 바뀌었다. 한국인 주재원 입장에서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 


왕 과장은 돈이 되는 업무에는 진심이다. 돈이 안 되는 업무는 심드렁하다. 돈이 되는 업무라는 것은 연간 비용이 커서 업체들이 슬쩍 금전/향응/대가를 제공할 수 있는 일들이다. 김 부장은 직원들에게 윤리/투명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왕 과장을 예의 주시하면 지켜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왕 과장 입이 댓발 나와있다. 요즘에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불만이다.




왕 과장과 일 할 때면 순수하게 업무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 친구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행동할 지... 이 일로 인해서 어떤 리스크가 생길지 꼼꼼하게 생각을 해야 한다. 일이 배로 힘들다.

회사에서는 윗사람 시집살이도 있지만, 중국에서는 아랫사람 시집살이도 있다. 어찌보면 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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