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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Oct 01. 2022

아랫 직원 시집살이

직원들이 무서운 김 부장

젊은 직원과의 의견 차이


김 부장은 상사인 박 상무에게서 업무 지시를 받았다. 새로 부임하는 법인장 취임식을 준비하라는 지시였다. 부서원 몇 명을 불러서 법인장 취임식에 대한 업무지시를 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젊은 직원 A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조용히 듣고 있던 직원 A는 굳게 다물었던 입을 떼고 의견을 이야기한다.

"부장님! 취임식은 다른 부서 일이 아닌가요? 왜 저희가 취임식을 준비해야 합니까?


김 부장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는 것 같다. 지난 20여 년 동안 상사 지시라면 시키는 대로 했던 것이 김 부장이었다. SSKK(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라면 깐다)가 익숙한 조직문화였던 김 부장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A 직원 반응이 익숙하지 않다. 김 부장은 자신의 리더십이 도전받는 것 같아 얼굴이 벌게졌다. 지금 상황이 답답하다. 가만히 넘어가자니 이건 아니다 싶다. 그렇다고 화낼 수도 없는 일이다. 화를 내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리더십이다. 그렇다고 강제로 취임식 업무를 지시하면 직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았다. 김 부장은 횡설수설 몇 마디를 더 한 후 회의를 마무리했다. 



중국에도 MZ세대가 있다.


한국에서는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서점가와 비즈니스 업계를 강타한 적이 있다. 한국의 MZ세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M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1994년까지 태어날 밀레니얼 세대를 말한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MZ세대는 M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중국에서도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 있다.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빠링호우(80后, 8=빠, 0=링, 后=호우)라고 한다.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지우링호우(90后, 9=지우, 0=링, 后=호우)라고 불린다. 


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인터넷 정보 시대를 경험했다. 디지털 정보기술, SNS,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다.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다. 중국 인구 중 약 3억을 훌쩍 넘는 숫자가 중국의 MZ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5조 위안에 달하는 소비 지출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시장의 가장 중요한 소비 주체 중 하나이다.


김 부장 회사에서도 MZ세대는 주축 세대이다. 전체 직원의 75%가 MZ세대다. 회사의 조직문화와 분위기를 주도하는 세대다. 조직문화 진단을 해보면 회사의 주축인 MZ세대와 리더들의 인식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조직의 리더들은 직원들의 워라밸을 존중하고 배려한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MZ세대들은 리더들이 워라밸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중국에서도 MZ세대의 문화와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리더십의 기본이 되었다. 


위의 김 부장 사례로 돌아가 보자. 중국 MZ세대는 예전처럼 시키는 대로 일하지 않는다. 먼저 일에 대해 공감이 필요하다. 상사가 시킨 일이 업무 분장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업무 분장을 중시하는 것은 서구의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일은 리더가 아니라 직원이 하는 것이다.


리더가 아주 능력이 뛰어나서 팀과 회사의 실적을 찬란히 빛나게 한다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천하를 통일한 것은 유방이다. 실력이 더 뛰어난 항우가 아니다. 유방은 실력은 부족해도 부하들에게 덕을 쌓아 민심을 얻었다.


리더 혼자서 일할 수는 없다. 젊은 직원들의 마음을 얻고 함께 일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의 성과가 난다. 조직이 영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젊은 직원과 업무상에 있어서 의견 차가 보인다면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김 부장은 고민한다.  


첫째, 일단 들어보아야 한다. 

직원 이야기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추진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한두 번은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리더십 문제가 반드시 불거진다. '듣기'는 직원의 마음을 열어준다. 나를 이해시키며 내 편으로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이다. 


가장 최악은 직원들이 침묵하는 것이다. 직원이 입을 연다면 들어주어라. 할 수 있다면 공개적인 열린 토론의 장을 만들어 주어라. 공개적인 자리에서 떠들도록 만들어주라. 직원들의 이야기가 실제로 현장에서 올라오는 생생한 의견일 수도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둘째, 업무 지시도 전략이 필요하다.

업무분장은 부서 내 약속이다. 사전에 정립된 업무분장은 존중해주는 것이 좋다. 직원들도 업무 분장 내에서 예측하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업무 분장 외의 일이 생겼다면 충분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 우리가 할 수밖에 없는지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셋째, 기록하라. 성과로 평가하라.

조 부장은 아침부터 흥분했다. 정당한 업무 지시에 직원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 분에 못 이겨서 보고서를 직원에게 집어던졌다.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직원은 조 부장을 인사팀에 신고했다. 조 부장은 인사팀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정당한 업무 지시에 직원들이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팀장에게도 무기가 있다. 성과 평과다. 리더는 직원들의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리더 생각과 다르다고 무조건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된다. 리더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회사는 운동팀이 아니다. 소리를 지른다고 직원들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일이 잘될 이 없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성과로 평가하는 것이 현명하다. 


넷째, 직원의 발언에 일일이 지적질하지 마라

요즘은 부모도 학교 교사도 누군가를 가르치며 타이르지 않는 세상이다. 젊은 세대들은 지적질에 익숙하지 않다. 머리가 좋을수록 자존심이 강해 남에게 지적을 받으면 견디지 못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이 세상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


직원들은 지적받으면 그 일이 하기 싫어진다. 지적을 자주 하는 리더는 피하게 된다. 상대의 결점을 드러내는 표현은 자제하라. 지적질하지 말고 질문을 하라. 스스로 깨닫고 행동할 수 있게 격려하라.


다섯째, 리더의 책임이라고 공언하라.

리더의 지시에 항명하는 경우 중에는 직원들이 일에 대한 책임이 두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실패는 리더가 책임지겠다고 이야기해주어라. 일단 한번 해보자고 독려한다. 일이 잘 안 되어도 뒤에는 항상 리더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직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어라. 




김 부장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직원들도 하기 싫다. 하기 싫은 일을 배설하듯 팀원들에게 넘겨서는 안된다. 직원이 감정의 쓰레기통은 아니다.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쏟아내서는 안된다. 어렵지만 이것이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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