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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Aug 13. 2022

주재원으로 와서 중국 음식을 안 먹는 것은 '유죄!'

야근으로 퇴근이 늦어졌다. 


함께 야근을 하던 중국인 과장과 늦은 저녁을 먹으러 식당가로 이동했다. 중국 식당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라탕 집으로 향했다. 신선한 야채, 버섯류, 다양한 면 종류, 고기, 소시지 등을 골랐다. 필자가 고른 각종 재료를 마라탕 조리사에게 건넸다. 조리사는 신선한 재료들을 구수한 고기 국물에 삶아냈다.


야근을 마치고 먹는 마라탕 한 그릇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살짝 삶아낸 신선한 재료들을 골라먹고 국물을 들이켜면 땀이 몽골몽골 솟아오른다.

땀 뻘뻘 흘리면서 한 그릇 먹고 나면 몸이 개운해진다.

야근으로 쌓인 피곤이 살그머니 풀리는 것 같다.


김 부장이 퇴근 후에 즐겨먹는 마라탕



의식동원 / 약식동원


마라탕 한 그릇을 하면서 '의식동원(번자 醫食同源/ 간자 医食同源)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의식동원'은 의약과 음식물은 같은 근원을 가진다는 뜻이다. 질병 치료를 위한 의약과 식사는 동일하게 사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는 것을 근원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좋은 음식을 잘 먹는 것이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장이 중국인 과장에게 '의식동원'에 대해 이야기하니 눈빛이 흔들렸다. 의식동원이라는 표현이 낯선 것이다. 중국인 과장은 중국에서는 '약식동원(번자 藥食同源 / 간자 药食同源)'이라는 표현을 더 범용적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의(醫)자가 아인 약(藥)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주재원으로 와서 중국 음식을 안 먹는 것은 '유죄'


전임 주재원은 중국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 마음은 이해가 된다. 김 부장도 20년 전 중국 여행을 와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특유의 향이 음식을 거부하게 만들었다. 주재원으로 와서는 중국 음식의 향과 맛에 익숙해지면서 중국 음식에 적응하게 되었다. 중국 생활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마라탕 한 그릇을 깨끗하고 비워내고, 중국인 과장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이렇게 맛있는 중국 요리를 경험 못했더라면 손해였겠다. 중국 주재원 생활이 행복한데!"


중국인 과장은 '서투른' 한국어로 김 부장에게 농담을 건넸다.

"중국에 주재원으로 와서 중국 음식을 안 먹는 것은 손해를 넘어 '유죄'입니다. 꼭 먹어봐야 합니다!"


김 부장이 앞으로 4~5년 동안 경험하게 될 중국 요리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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