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 Aug 07. 2022

주재원의 휴가

여름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휴가를 다녀왔을 것이다. 휴가 중일 것이다. 휴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에게 휴가는 소중한 기다림이다. 직장인은 일 년 내내 휴가를 기다린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하기도 한다.


주재원도 마찬가지이다. 국가별로, 해외법인별로 상황에 맞추어 휴가를 보낸다. 주재원도 휴가에 맞추어 평소 해보지 못했던 일에 도전한다.



해외법인의 휴가는 언제인가?


필자 회사는 여름에 셧다운(Shut down)을 하는 곳이 해외법인이 많다. 공장 셧다운 기간에 공사를 하거나 신차 양산을 위한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 셧다운 기간에 직원들에게 휴가를 제공한다. 주말을 포함하여 대략 9일의 여름휴가가 주어진다. 2주간의 여름휴가가 주어지는 해외법인도 있다.


연말 휴가를 가는 곳도 있다. 유럽법인에서는 연말에도 휴가를 간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초를 연계하여 휴가를 준다. 브라질은 연말에 3주간의 휴가를 제공한다. (남반구 특성상 연말이 여름이다.)



휴가는 여행의 기회다. 해외 문화 체험의 기회다.


주재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메리트 중 하나가 해외여행이다. 주재 지역에서 여행하는 것 자체가 해외여행이 된다. 지리적 위치가 좋은 국가의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면 여행하기가 수월해진다.


유럽법인 주재원들은 여름이면 유럽의 명소들을 돌아본다. 몇 시간만 차를 몰아도 다른 나라의 국경에 도달한다. 국경을 통과하면서 어려운 절차를 거치지도 않는다.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로마,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책과 TV에서만 보면 유럽의 명소들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진다. 유럽 법인 주재원 지원자가 많은 이유 중 하나다.


북미 주재원들은 미국 도시로 여행을 많이 간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시카고, 휴스턴, 워싱턴, 올란도, 샌안토니오, 애틀랜타 등이 대표적인 여행지이다.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였던 캐나다 퀘벡도 최근 주재원들이 선호하는 여행지이다.


2018년 떠났던 필자의 뉴욕 여행을 예로 들어보자. 타임스퀘어 광장, 록펠러 센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자연사 박물관(영화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배경), 라이언킹 공연, 첼시마켓, 국제연합(UN), 월 스트리트, 뉴욕 현대미술관을 방문했다.

UN에서 국제회의를 체험하고 있는 아들


뉴욕 여행에서 필자에게 충격적이었던 것은 세계 문화유산들이 뉴욕 박물관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집트 국보에 해당할 것 같은 문화유적들을 쉽게 관람할 수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들이 전시되어 있는 현대미술관도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에게도 뉴욕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뉴스나 영화 속에서 뉴욕 배경이 나오면 추억을 소환했다. 뉴욕에서의 에피소드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필자가 세웠던 뉴욕 여행 일정


필자 가족이 방문한 뉴욕의 주요 명소들



멕시코 주재원 시절에는 멕시코 국내를 여행했다. 멕시코시티, 칸쿤(Cancun), 과나후아또 같은 곳이었다. 동굴 속 자연연못 '쎄노떼(Cenote)'에 몸을 담그고 물에 둥둥 떠있으면 세상의 시름을 잊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 쉽게 가기 어려운 곳이 멕시코다. 멕시코 주재원을 했기에 할 수 있는 여행 경험이었다.


멕시코 여행 이동 동선


주재원의 휴가는 쉼표다.


2022년 중국 주재원 첫 여름 휴가가 주어졌다. 40년 지기 친구를 만나러 상해로 향했다. 친구는 2000년부터 중국 주재원으로 정착하여 살고 있다. 20년 중국 생활을 한 친구의 도움으로 상해 명소를 둘러보고 상해 맛집을 탐방했다. 일정에 쫓길 필요가 없는 여행이었다. 보고 싶으면 보고, 쉬고 싶으면 잠시 멈추었다. 그대로 주저앉아 쉬었다. 쉼이 있는 여행이었고, 힐링이 있는 휴가가 되었다.

40년지기 친구가 만들어준 스테이크





중국 주재원 첫 휴가의 마지막 날은 글쓰기로 마무리하고 있다.

숨가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제대로 쉰 일주일이었다.

"잘 쉬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 부장이 짜증 난다는 중국인 직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