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 늦은 겨울, 뉴욕 어느 골목길에서 맹인이 구걸하고 있었다. ‘나는 맹인입니다’라고 쓴 패찰을 목에 걸고 있었다. 맹인에게 누구도 돈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수많은 거지 중 한 명일 뿐이었다.
시인 앙드레 불톤이 우연히 맹인 거지를 목격했다. 맹인 거지를 목격한 시인은 팻말 문장을 고쳐 주었다. 오래지 않아 빈 깡통엔 지폐와 동전이 수북하게 쌓였다.
‘봄이 곧 오는데 나는 볼수가 없습니다.’ 시인 앙드레 불톤이 써 준 문장은 행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보고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
주 과장은 말 잘하는 직원이다. 보고서 들고 상사에게 가면 거의 결재를 받아온다. 주 과장이 보고하러 가면 결재가 반려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말하는 스킬이 남다르다. 대충 작성한 보고서도 주 과장이 보고하면 명품이 된다.
차분하게 잘 설명한다. 상황에 따라서 보고 방법을 달리 한다. 핵심 내용만 설명하기도 한다. 상세 내용을 조곤조곤하게 설명할 때도 있다. 필요할 때는 사례를 들어가며 세세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다른 회사 사례를 들어 이해를 돕기도 한다. 말을 잘하니 보고가 즐겁다. 상사도 주 과장의 보고를 넋 놓고 듣기가 일쑤다. 주 과장은 보고의 신이다.
회사 선배 신 부장은 글쓰기 고수다. 보고서의 신이라 불린다. 그런데도 막상 성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별로 없다. 회사 내 평가는 고만고만하다. 보고 마무리에서 임팩트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사에게 보고할 때면 자신감이 없다. 작성한 보고서를 그대로 읽는다. 듣는 상사는 지루하다. 보고 내용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상사는 자신감 없는 신 부장 보고 내용을 들으면서 최종 결정을 주저한다.
직장인의 보고는 종합예술이다. 여러 가지 상수와 변수들이 모여 상사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진다. 글쓰기 내용, 보고 분위기, 보고 시 멘트, 보고자 시선처리, 상사와의 공감대 형성, 관련 부문의 협조, 보고자의 자신감 같은 요소들이 합쳐지는 것이 직장인의 보고다.
<일 잘하는 사람은 글을 잘 씁니다> 중에서
20년 동안 보고의 달인들을 지켜보았다. 그들에게는 반드시 보고하기 스킬이 있다.
첫째, 보고는 타이밍이다.
회사에서는 보고 타이밍에 따라서 상사 결재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상사 컨디션, 보고 당시 분위기, 보고 시의 조직 상황/경영환경이 중요하다. 상사가 경영진에게 질책을 당하고 온 경우라면 어떠한 보고라도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 금요일 퇴근 전 보고는 도시락을 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다. 급한 보고가 아니라면 월요일로 보고를 미루는 것이 좋다. 상사도 사람이다.
둘째, 자신이 쓴 글을 먼저 믿어야 한다.
보고 시 자기 암시는 중요하다. 자신감이 중요하다. 자신이 쓴 복 내용을 믿고 안 믿고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자신이 쓴 보고 내용을 철저하게 믿어야 보고가 생명력을 얻는다. 보고자가 믿음을 가지고 보고해야 결재를 받는다.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고 하더라도, 보고하는 사람이 주저주저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확신에 찬 말투와 당당한 자신감이 보고서를 빛나게 해 준다.
셋째, 예상 질문에 답변하면 보고가 빛이 난다.
당신의 상사는 보고할 때 꼭 질문을 한다. 상사의 질문을 예상 못한 당신은 항상 당황한다. 질문은 당연하다. 보고서에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고 내용이 매력적이면 매력적일수록 상사는 궁금한 점이 생긴다. 질문이 있다는 것은 상사가 보고 내용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질문에 잘 답하는 것도 보고의 기술이다. 우왕좌왕 답하면 보고 신뢰도가 떨어진다. 예상되는 질문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노하우다. 예산 확보 방안, 기대 효과, 예상 일정, 예상 리스크, 관련 부문과의 협업 방안, 경쟁사 동향, 타사 사례 같은 것들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보고 시 항상 경쟁사인 현대자동차 사례를 준비해 갔다.)
보고서 작성 후에 내가 상사라면 생각하고 질문을 던져본다. 충분히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예상 질문은 먼저 생각해보고 보고에 임하는 것과 그냥 보고하는 것은 천지차이의 결과를 가져온다.
넷째, 무조건 결론부터 이야기하라.
월요일 아침은 항상 바쁘다. 중국인 직원 양 과장이 김 부장 자리로 왔다. 시정부 상황, 직원 분위기 같은 것을 이야기하면서 운을 뗀다. 이야기하고 싶은 결론이 있는 것 같은데, 서론만 10여분을 이야기한다. 김 부장이 좀이 쑤신다. 100여 명 직원들의 결재가 산더미다. 서론만 듣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김 부장은 한마디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보고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여러 가지 정보를 이야기하고 결론을 마지막에 이야기하는 '미괄식' 보고다. 다른 하나는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고 결론을 뒷받침하는 내용들을 이야기하는 '두괄식' 보고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두괄식 보고를 한다. 회사는 학교가 아닌 전쟁터다. 회사에서의 보고는 무조건 결론이 앞에 나와야 한다. 상사가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결론을 먼저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상사의 시간을 도둑질해서는 안된다.
다섯째, 상사를 공범으로 끌어들이자.
김 부장은 마법의 보고 공식이 하나 있다. 지난 20년 동안 사용했고 매번 효과를 보았던 방식이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과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서 배운 방식이다. 강철왕 카네기도 이 방법으로 수많은 위대한 비즈니스 계약들을 따냈다. 예수님도 십자가에 매달려 죽는 그 순간까지도 이렇게 하나님께 보고했다.
아주 간단하다. '상사의 의견대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팀장 보고라면 "팀장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보고서 방향을 잡아보았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상무에게 하는 보고라면 "상무님께서 평소 이야기하신 대로 보고서를 준비했습니다."이라고 이야기한다.
상사의 눈으로 바라보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잘되고 있는 일이라면 상사의 공으로 돌리는 것이다. 상사를 보고 내용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상사의 당신의 보고서에 공범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팀장님의 지시/조언/충고/말씀대로 작성해보았습니다.'라고 말해보라. 짧지만 강력한 효과가 있다.
여섯째, 말로만 때워서는 안 된다.
중국 직원 '추과장'은 말을 조리 있게 잘한다. 말하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직원이다. 문제는 보고할 때 맨몸으로 달랑 온다. 종이 한 장 들고 오지 않는다. 말로만 설명한다. 말이라는 것이 참 신비롭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말을 하고 있어도 서로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 '동상이몽'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외국어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해는 점점 커진다. 김 부장이 추 과장이 보고하러 오면 걱정부터 앞선다.
간단한 보고 하면 모르겠지만 어려운 보고, 신중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보고는 보고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각화된 자료가 있어야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할 시간이 없다면 종이에 주요 내용을 적어서 이야기하면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스스로 상사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라. 당신의 보고 내용이 말로만 설명이 가능한 보고인지... 보고서가 필요한 보고인지...
일곱 번째, 보고는 상사와 함께 추는 '탱고'다.
알 파치노 주연의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는 유명한 '탱고 장면'이 있다. 영화 속 알 파치노와 가브리엘 앤워가 함께 Por una cabeza 음악에 맞추어 추는 탱고 장면이다. 탱고는 혼자 추는 춤이 아니다. 파트너와 호흡을 주고받으면서 춤을 춘다.
보고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상사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보고는 내가 준비한 것을 쏟아내는 장이 아니다. 상사의 반응을 지켜보아야 한다. 상사의 관심이 크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강조한다. 상사가 지루해한다고 생각되면 스피드하게 보고를 진행한다. 상사가 보고받은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보고할 수 없다. 그때는 보고를 포기해야 한다.
'다 된밥에 재 뿌린다'는 말이 있다. 고생한 보고서를 마무리 짓는 것은 결국 말이다. 당신의 보고이다. 어떻게 말하느냐에 당신 보고서의 운명이 달려있다. 보고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작성했다고 해서 상사에게 달려갈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고할지... 말할지 전략을 세우자. 어떻게 보고할지 5분만 생각해보자. 그 5분이 당신이 고생한 지난 5일간의 고생을 빛나게 해줄 수 있다. <끝>